공공부문 혁신명분으로 12년만에 파업 불러
성과임금제 피한 동일본철도 대지진도 '거뜬'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05년 4월25일은 일본 철도역사에 오점으로 남은 날이다. JR서일본철도 급행전철이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전복돼 6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철도강국'의 자부심은 단번에 무너졌다. 

직접적인 사고원인은 과속이었지만 배경에는 1987년 일본철도 민영화 이후 불어닥친 경영효율화 바람과 내부 경쟁체제 도입이 있었다. 당시 JR노조는 성과평가 임금체계 도입 등으로 기관사가 승객의 안전보다 정시운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결과라고 한탄했다.

28일로 이틀째를 맞이한 서울지하철 파업의 쟁점도 성과평가등급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성과연봉제'다. 정부는 공기업 개혁과 효율화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하루에 시민 700만명이 이용하는 대량수송수단인 서울지하철에 이 제도를 도입하면 승객안전을 대가로 바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거세다.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지하철은 승무·전기·신호 등 대략 20여개의 직종이 톱니바퀴처럼 긴밀히 소통해야 안전운행을 보장할 수 있다"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서로 생존을 위한 경쟁상대가 돼 협업이 무너지고 안전사고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안전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승무원(기관사)들도 우려가 크다. 이들은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승무원과 승객 모두가 안전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5~8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 2008년부터 비용절감을 위한 수동운전 시행, 민원 서비스 응대 등으로 승무원 실적평가를 실시해 15명을 면직시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011년에는 7호선 역주행 사고가 일어나는 등 시민의 질타를 받았다.

김태훈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 승무본부장은 "기관사는 안전운행 외에는 업무성과를 계량화하기 어렵다. 성과연봉제를 한다면 결국 안전을 담보로 한 정시운행과 민원 치중, 관리자와의 친밀도나 경영진에 대한 순응도가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생존경쟁에 내몰린 기관사들은 피폐해지고 노조활동 위축으로 안전감시기능이 줄어들어 결국 승객 안전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선근 부원장에 따르면 JR동일본철도의 사례도 교훈을 준다. 서울메트로의 7배에 달하는 임직원 6만명 규모의 동일본철도는 서일본철도와 달리 성과임금체계를 도입하지 않았다. 일반직원은 물론 간부급까지다. 회사가 내건 '안전제일주의'가 정착하려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한데 수직적 질서가 강화되는 성과평가제는 이에 걸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 장려 등 협력적·자율적 조직문화 조성에 힘썼다. 동일본철도노조는 중국 난징(南京)에 1년에 1개의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과거 일제가 저지른 난징대학살 반성 차원이다. 일본정부가 피해규모 등을 공식 부인하고 있는 사건인데도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활동을 적극 도왔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엄벌주의 대신 원인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무조건 엄벌만 하면 오히려 사실을 은폐해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안전우선정책이 빛을 발해 동일본철도는 1987년 창사 이래 2015년까지 안전사고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때도 철도시설 내에서 발생한 사상자가 한명도 없을 정도로 안전문화가 뿌리내렸다.

전국철도지하철 노동조합협의회는 22년만의 동반파업, 12년만의 지하철 파업에 앞서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쫓았을 때의 철도·지하철의 미래는 구의역 사고가 보여준다"며 "파업으로 국민들에게 잠시 불편을 줄 수도 있지만, 성과퇴출제가 도입되면 철도?지하철 안전이 항구적으로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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