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그니까 30년 전 오늘, 대한민국의 서울역에는 고급 급행열차를 표방하며 한국 최고등급 열차로 달려온 새마을호 하나가 진입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달려오던 7000호대 기관차 견인 새마을호가 아닌 뭔가 쭉 빠진, 고속 급행열차라고 부를 만한 외견을 갖추고 있었죠.
이 디젤 동력집중식 열차의 이름은 DHC, 앞에서 밀어주고 뒤에서 끌어준다 하여 Push-Pull, 새마을호 PP동차라고 불리는 철도청의 역작이죠.


최초 발주시의 모습입니다. 마치 태극을 연상시키는 도색이죠. 당시에도 나름(?) 건전하게 활동하던 텰도 동호인들은 멸치 대가리에 고추장을 찍은 것 같다 하여 '고추장도색'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닮았네요...ㅗㅜㅑ
이때는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하지가 못해서 빨래판이라고 놀리는 사람도 더러 있었죠...
각설하고 이때의 새마을호 위상은 지금의 KTX 특실을 웃도는 ㅅㅌㅈ 열차였죠.
1987년 7월 경부선 운행을 시작으로 동해남부선, 경전선, 전라선, 호남선, 장항선, 진해선, 심지어 경의선까지 나중에는 꽤 범용성 있는 열차가 되어 1990~2000년대 한국철도 이용객이라면 적어도 한번은 봤을 국민열차입니다.
PP동차는 특유의 구동방식으로 인해 노후화가 말도 못하게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때문에 잔고장도 엄청 많고 지연이야 뭐 눈 깜빡일 때마다 몇분씩 늦어지는 수준이었죠. 그 덕에 일부 편성들은 다시 기관차 견인형으로 돌아섰죠.
2013년, 마침내 모든 PP동차들의 내구연한이 다합니다. 2013년 1월 5일, 서울역에서 경부선 특급으로 첫 선을 보였던 PP동차는 서울역에서 마지막 경부선 운행을 떠납니다. 이때 서울역에서 기관사님이 공기기적을 한번 울려주셨는데 유튜브에 보면 있으니 찾아보시길.
참고로 저는 부산역에서 이 열차를 봤습니다
그 후, 새마을호는 전 편성 기관차 견인으로 운행하게 되었고 후배열차인 코레일 210000호대 전동차/ITX-새마을의 등장으로 그마저도 하나둘 퇴역해갔습니다. 지금은 용산-익산간 장항선 비전철화 구간이나 명절 임시열차로나 볼 수 있죠.
물론 아직 운행하는 PP동차가 있긴 있습니다. 대통령 특별동차인 경복호가 그것인데 이 친구는 나중에 남산에서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 하면서 얘기해 보죠.
개인적으로 정말 편안하게 경부 재래선을 다닐 수 있어서 많이 타보지는 않았지만 PP 새마을호를 참 좋아했습니다.
몇몇 객차는 이란에서 새 삶을 살고 있고, 청도역에도 보존되어 있죠.
오늘로 30번째 생일을 맞은 PP동차를 잠시 추억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