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그냥 이마트 장보러갔다가 사옴)

교실마다 교사용PC를 제공함에도 나는 온라인 업무가 아닌 이상 수업 외 업무를 집에서 해결하는 편이라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데,

이게 다른교원 눈치볼 필요가 없다보니 배경화면을 내가 출사다니면서 찍었던 특대기관차로 해놓는 편.


1학기때 일인데, 바탕화면을 켜놓은 채로 화장실을 다녀오니 아이가 배경화면을 봤는지 "선생님 이거 특대기관차죠???" 라고 물어보더라고.

어떻게 알았냐니 유투브에 동영상이 많다고 하더라... 기차 좋아한다 하더라고..


그 후로 그 아이의 부모님과 상담을 하는 순서가 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이건 우리학교 전통, 학기별 한 번씩 있는 부모대면 상담인데 부모 두 분께서 모두 참석해야 함. 연차를 내서라도.)

그 아이가 어찌 기차를 좋아하는 선생님이란걸 부모님께 얘기했는지 학부모가 상담 처음부터 기차 얘기를 하더라.

부모님의 부정적인 의견은 "애가 유투브를 너무 많이 본다.", "기차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도 어느정도 숙제를 하고 놀았으면 좋겠는데..." 하시면서도

반대로 긍정적인 의견으론 "주말마다 00가 전철타고 싶다 해서 바쁘다.", "철도박물관을 한달에 한 번씩은 간다." 뭐 그러면서 아들 키우는게 재밌으셔 보였다.

외동아들 잘 챙겨주시니 정말 좋아보였다. 다른 학부형들과 틀릴 바가 없었지.

그런거 걱정말라 말씀드렸다. 아이의 취미가 벌써부터 나온게 좋은거 아니냐고, 그걸 통제할지 허용할지는 부모님 판단이지만 내가 지켜본바 00이는 숙제도 제일 훌륭하고 발표도 잘하는 외향적인 성격이라고도 말씀 드렸다. 처음 상담땐 우울하게 겁내고 들어오시던 부모님이 나갈땐 애기 손잡고 나가는 것 보니 나도 뿌듯했다.


지난 번에 유투브로 철도영상 보다가 부모님과 같이 있는 모습이 스크린도어에 비치던 철도 영상이 있길래, 덧글로 "어머니랑 같이 출사 나가셨네요." 라고 작성하니 답글로 "네." 라고 달리는 거 있지.

놀랍고 신기했다. 나때 지하철은 위험한 것이었고 어디 목적이 있는 이동이 아닌 이상 철도 주변에도 가보지 못했고, 다른 집안의 부모님이어도 그랬을텐데

요새 부모님들은 우리 때에 비하면 굉장히 개방적으로 아이들을 도와주려 하고, 친구같은 존재로 부모님의 역할을 수행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다.

우리 집이 엄했던건가? 


오후에 낮잠자려고 침대에 눕자마자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전화가 오던데, 초3때부터 애기의 진로를 생각하는건 너무 이르겠냐고 질문을 하시더라.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영국에선 4살부터 축구를 하는데 한국이라고 선행학습이 못될게 있냐고, 이왕 기차만 좋아하지 말고 대중교통의 시스템을 파악하는게 괜찮을 것 같다는 오지랍 넓은 조언도 해드렸다. 


사실 요새 초1~2때부터 부모들이 아이의 장래희망을 교사며 판사며 검사며 의사며 간호사며 애들의 꿈을 정해놓고 그쪽으로 나가도록 놀이식 학습을 자주 하는 편인데,

부모님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다른 가정에 비해 늦었다고 딱잘라 말씀드리긴 죄송했다. 그리고 나도 꽤나 관심있는 분야니까 다른 아이들의 상담보다 더 웃으면서 밝게 상담을 할 수가 있었다.


번외로 이야기 하자면, 아이를 판사로 키우겠다고 하는 학부모님들은 벌써부터 받아쓰기나 읽기를 헌법으로 하시는 분 들도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