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개통식에서 얼음을 깨는 이유가 궁금해서 나름대로 찾아가지고 올렸더니 예상외로 반응이 좋더라.

그래서 이번엔 우리나라에도 '열차강도' 라는게 있었는가에 대해 한번 찾아봤다.


서부극 보면 말 타고 달리는 강도단이 금괴를 실은 화물열차를 습격하는 장면같은게 종종 나오는데,

속도가 느린 증기기관차를 사용했고, 정국과 치안이 불안했던 5~60년대라면 한두건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우리나라에도 화물열차를 습격하는 열차강도가 있었다.





[동아일보, 1960-07-18일자, '열차(列車)에 강도(强盜)']


금릉군(현재의 김천시 남부지역) 대덕에 사는 25살 김광복(金光福)이라는 자가

영동발 평택행 #56 화물열차에 무단으로 탑승, 열차가 세천역을 지날때쯤 화물을 지키고 있던 물류회사 직원을 목졸라 살해했다고 한다.

직원의 시체를 포대로 덮어 은닉한 다음 열차가 대전역에 도착하자 비료 13포대를 역전 시장에서 팔아치우려고 시도했는데, 그대로 검거.


이 사건에서는 열차 내에 실려있는 화물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걸로 나오는데, 의외로 다른 목적으로 열차강도를 시도한 사람도 있다.



[동아일보, 1956-08-11일자, '열차내(列車內)에 강도(强盜) 화주(貨主)의 금품강탈(金品强奪)']


특이하게 화물이 아닌 화주의 금품을 노린 사람이다.

신탄진역 구내를 운행중이던 #114 화물열차에 괴한이 뛰어들어 화주를 권총으로 위협해

신분증과 현금 12,500환을 강탈하고, 회덕역을 지나는 도중 뛰어내려서 도주하다 경찰에 체포당했다고 한다.

범인은 제대군인인 이원국(25).


비슷한 사건이 대구에서도 한 건 일어난 적 있었고, 1954년 3월엔 호송중이던 미군 헌병이 돌변해(..) 수송원을 폭행한 적도 있었음.



강도와 도둑이 들끓고, 증기기관차 때문에 열차의 속도를 충분히 낼수 없던 시대인만큼 이런 사건이 발생할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위험물 수송이나 건설화물에만 따라붙는 차장차도 원래는 후부감시를 수행하면서 올라타는 놈들이 있나 감시하는 성격이 컸다고 함.


60년대 중후반부터 전국 간선에 디젤기관차가 널리 보급되고, 열차의 속도가 높아지면서 화물열차에 올라타 금품을 챙기는 강도는 없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동아일보, 1957-01-12일자, '달리는 급행열차(急行列車)에 강도(强盜)']


화물열차에 올라타기 어려워진 강도들이 여객열차로 타겟을 변경한 것이다.

호남선 급행 #34열차가 안양역을 지날때 2등차에 괴한 6명이 갑자기 나타나 불을 끄더니

열차승무원을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하고 승객들의 금품, 모자, 손가방 등을 강탈, 도주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1980-12-18일자, '열차(列車) 마취강도(痲醉强盜) 구속']


더 악랄한건, 여객열차를 목표로 하는 강도들은 치안이 어느정도 안정된 1980년대까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 나온 것과 같이 열차의 불을 끄고 승무원을 포박하는 대담한 수법을 쓸수는 없게 되었지만,

옆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나 커피 등을 주고 금품을 털어가는 등 지능적인 수법이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러 좌석 2개를 예매한 다음, 표가 매진되어 낭패를 본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치밀한 방식도 썼다고 한다.)


이러한 '마취강도' 는 무궁화호/통일호 열차엔 주간에 공안원이 탑승하지 않는다는걸 이용해 1976년, 1977년, 1979년, 1980년에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지금도 지식인 같은곳 보면 야간열차를 타다가 물건을 도둑맞았다거나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개한 '마취강도' 같은건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고 생각함..


<3줄요약>

-우리나라에도 화물열차에 열차강도들 종종 출몰했었음.

-물론 여객열차도 예외는 아님ㅋ 오히려 더 치밀해짐.

-야간열차 타고다니는 갤러들은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