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3기 지하철 계획은 익히 떡밥화되어서 아시겠지만 '한때' 4기 지하철 계획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네이버 뉴스 아카이브에서 4기 지하철에 관한 기사는 2개를 찾을 수 있습니다.


1995.04.07 한겨례의 '수도권 교통책의 해소난에 역점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가 5년마다 수립하는 도시기본계획에서


"99년 완공 예정인 3기지하철이 끝나면 4기 지하철 건설이 새로 추진되고, 출퇴근 교통난을 해소키 위해 외곽도시와의 간선전철을 민자를 유치해 건설한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도 "전철과 도로건설에 따른 막대한 재원을 외채 등에 기대야 하기 때문에 재정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는데요 (한겨례의 성향을 감안하긴 해야 합니다만)


두번째 기사는 역시 한겨례의 1995.07.26 '도시기본계획 전면 재검토'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앞서 기사와 같이 동년 4월에 "5대 전략거점 개발과 4기 지하철 건설 등을 뼈대로 하는" 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해 건설교통부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합니다.


도시기본계획을 요약하는 두 항목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4기 지하철은 당시에 도시기본계획에서 중대한 요소로 받아들여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에 대해 조순 당시 서울시장이 "전시성 계획 지양, 인간다운 삶 추구 역점"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시다시피 4기 지하철 계획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였으니까 우리도 들어볼 일이 없는것이겠죠?


그래도 어떻게 되었나 한번 확인해봅시다.


서울특별시 홈페이지의 '도시계획의 변천'에 따르면 http://urban.seoul.go.kr/4DUPIS/sub2/sub2_2.jsp


이후 1994년, 2011년 목표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수정 보완을 착수하여 1995년 초안이 완성되었으나 민선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보완하라는 요구에 의거 사회복지 공원녹지 등 사회분야를 대폭 보완하여 건설교통부 승인을 거쳐 두 번째 법정계획인 2011년 목표 서울도시기본계획을 1997년에 공고하게 되었다.


라고 합니다. 아마도 4기 지하철 계획은 재검토 과정에서 날라간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날아간 4기 지하철 계획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친절하신 서울시께서는 당시 자료들의 상당부분을 인터넷 서울시립도서관에 원문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조순 시장님에게 퇴짜당하기 전인 1995.07 이전의 자료로는 하나


'2011년을 향한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안) :공청회용

이 있습니다. 풀버젼은 아니고 공청회를 위한 요약 발표자료지만 무려 최초 기사가 나온 1995.04 당시 자료입니다.


빙고! 하고 읽어봅니다........ 어라? 4기지하철이란 말은 없네요


해당 자료에서 우리가 처음 들어보는 철도계획으로는 3기지하철 건설 외에 신교통망(2001~2011) 건설과 "장기구상으로 외곽과 시내거점간 원활한 연결을 담당할 고속,대량 수송기능의 간선도시철도망 계획'이 있습니다.


신교통망 건설이란 서울경전철 계획의 할아버지 정도 되는 3기 지하철 음영구역에 10개(!)의 경전철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계획도 3기지하철과 같이 따라다니던 사실상 3기 도시철도망의 일부였으나 동호인의 주목을 별로 못받은 계획이죠. 이에 대해서도 조만간 별도의 글을 쓰려고 합니다.


간선도시철도망 계획이란 대체 뭐냐면... 해당 자료의 내용을 직접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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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도시권 간선철도와 환상형순환신교통시스템의 구축


기존전철/지하철 및 기존계획의 문제점

- 완행역위주의 버스노선과 같은 거미줄노선으로서 위계가 없고 갈아타기가 지나치게 많다. 전철도 위계를 가져야 하고 직행과 완행의 구분이 필요

- 서울만 놓고보면 3기까지로 어느정도 수요충족할수 있으나 서울대도시차원에서는 근본문제 미해결. 서울<-->대도시권간 교통을 자동차위주로 할 경우 심각한 문제점 야기. 향흐 급증할 서울대도시권 도시활동수요에 대한 뒷받침이 불가능

- 5대거점 등의 신개발지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됨.


서울대도시권의 광역간간선철도망구축과 공간구조개편

- 현재 서울대도시권이 안고 있는 공간구조 및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간간선철도망의 구축이 필요.

- 간선철도는 주요거점간을 연결하는 직행수송체계로 함

- 경인축, 영종도축 등의 동서축과 3개의 남북축을 서울내의 환상형 다핵구조와 연계시켜 대도시권 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함


환상형다핵구조를 뒷받침하는 순환철도운영씨스템을 구축

- 순환철도운영씨스템은 간선철도망을 이용한 운영씨스템으로서, 향후 급증할 핵지역간 업무통행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 갈아타기를 없애고 통행의 흐름을 일체화시킨다. 핵간 통행이 쉬워야 한다.

- 지역간간선철도 노선이 이 순환노선에 접속하여 갈아타면 핵지역 어느 곳이나 알기쉽게 연결된다.

- 주요지역간을 움직이는 대량교통량은 간선철도와 순환씨스템으로 처리하고 나머지지역은 11개노선의 지하철로 수송을 담당.

- 신교통망 계획이 끝난 후 간선철도 장기계획을 구상토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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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간선철도란 기존 완행 지하철과 다른 급행 지하철로서

경인축 영종도축, 3개 남북축 및 이 5개 노선의 도심구간을 이용해서 순환운행을 하는 1개 운행계통으로 이루어지는 계획이란 말 같군요.


그래서 4기 지하철은 어디있나요?


좀 더 알아본 결과 여러분은 낚이셨습니다. 저도 낚였습니다.


다른 신문사들은 간선철도망 구축이라고 제대로 보도하였으나 한겨례만 4기지하철이란 말을 써서 보도했던 것입니다. 3기지하철 이후의 대형 철도망 계획이니 만큼 4기지하철이라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도 재원이나 수송분담률 75%라는 허황된 목표 등 현실성으로 왕창 까이던 3기지하철과 연결시켜서 토목사업을 또 벌린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 위한 워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4기 지하철이면 어떻고, 간선철도망이면 어떻겠습니까? 흥미로운 계획이니 마저 보지요.


해당 계획은 1997년에 출판된 최종본인 '(2011)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조순한테 빠꾸당해 폐기된건 아니고 그냥 페이퍼플랜으로 있다가 잊혀진거지요.


2005년 자료랑 거의 동일하게 이어지는 '간선철도망'의 노선도가 최종본에도 실려있어 가져와봅니다.




어 뭔가 어디서 본듯한 노선이 좀 있는데요?


일단 '영종도축'이란 보시다시피 공철입니다! 공철은 4기지하철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정확히는 간선도시철도망 계획에 '신공항철도'를 반영하였다는게 옳겠습니다만)

서울을 먼저 찍고 용산으로 갔다는게 지금이랑 달랐군요.


'경인축'이란 것은 녹색 노선과 파란색 노선 둘 중 어디를 이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녹색 노선과 파란색 노선의 인천방면 부분을 합치면 GTX-B랑 굉장히 흡사한 노선이 만들어집니다.

다만 도심을 좀 더 남쪽으로, 아마 명동-신당-청량리 쯤 되는 라인으로 통과하는 것 같군요.


파란색 노선의 인천~강남 부분은 GTX-D, LTX, 남부급행철도 등으로 불리는 꾸준히 제안되고 있으나 국토부에서 거절하는 그 노선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주황색 노선의 남부는 GTX-A랑 굉장히 흡사합니다. 여기에 문산,파주방면이라 되어있는 노란색 선을 합치면 GTX-A가 완성되나, GTX-A는 중간에 일산방면으로 꺾지요.


노란색 노선의 남부는 신안산선과 1호선을 합쳐놓은 것 처럼 생겼습니다. 신안산선이 고속의 광역철도로 바뀌면서 어느정도 대체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GTX-C는 파란색과 주황색 노선으로 나뉘어있고, 금정~강남권은 실종되어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현재 완전히 대체제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여의도-인천.부평방면 구간과 진청색 노선입니다.


진청색 노선 같은 경우 흥미로운게 용산-일산방면은 경의선 중복이고 용산-강남은 주황노선과 중복이며, 강남-하남은 수요가 물음표가 나오게 만듭니다.

어쩌면 용산-일산은 경의선 그 자체일지도 모르고 (1997년이니 경의선 개량 이전입니다) 용산-강남은 주황노선과 공용이며, 강남-하남 구간은 중앙선으로 이어져서 국철의 서울 관통로로 이용하려던게 아닌가 싶은데요 (마침 색깔도 국철색입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순환노선의 경유지에 대한 언급은 없는데요, 순환노선이 만들어졌다면 해당 계획에서 언급하는 4핵(도심과 왕십리-청량리, 영동, 영등포)에 맞게 강남-영등포-여의도-용산-도심-청량리-강남을 순환하는 2호선의 쾌속&개선버젼 같은 것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살펴보았는데,


당연히 imf로 인해, 이 보고서에선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던 3기지하철 마저 추진이 매우 어려워지면서 이 계획들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서고에 쳐박혀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이 계획의 영향을 받아 장기과제로 변해버린 3기지하철(이후 신분당선, 신안산선)에 급행요소를 도입해 간선도시철도망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노란색 노선 남부는 신안산선, 주황색 노선의 남부는 신분당선으로 대체되고, 신공항철도는 무사히 건설되었으며 (대신 용산역이 빠진게 아직까지 논란이 되죠) 청량리~미금, 용산~일산 등의 구간에는 광역철도가 도입되어 아쉬우나마 어느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김문수가 GTX를 꺼내들면서 스텝이 꼬였습니다. GTX는 허공에서 나온게 아니라 이 '간선도시철도망' 계획의 완전한 부활 격입니다. 다만 급행도가 공철/신분당선 수준에서 준고속철도 수준으로 안드로메다로 상승된거죠. 죽은줄 알았던 간선도시철도망이 부활하자 3기지하철과 반반 쓰까먹은 열화 대체버젼인 신분당선은 gtx에 빌붙어야만 북부 연장을 바라볼 수 있는 처지가 되고, 신안산선은 그나마 덜 겹치지만 GTX-B랑 중복되는 여의도~청량리가 모조리 잘려나가는 신세가 된거죠.


쓰다보니 밤이 깊어져서 누가 볼진 모르겠지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