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5화까지와 같은 작품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전개가 흥미로우며, 특히 마지막 18화는 디셉티콘 함대가 왔는데 이제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펙트가 밍밍한건 그대로지만, 전투씬은 그래도 나아진 것 같다. 사이버버스를 보면서 느낀 게, 얘들이 인간형 로봇끼리 싸우는건 못만드는데 알트 모드로 싸우는 건 잘 만든다는 것이다. 13화에서 옵티머스와 범블비를 추격하는 시커즈 장면과 범블비와 휠잭이 총격을 피하는 장면도 잘 뽑혔으며, 특히 17화는 이 작품의 역대급 공중 전투씬과 연출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 또한 있다. 바로 시청자에게 불친절하다는 점이다. 사이버버스의 주 타겟층은 어린이다. 트포의 설정에 대해서 잘 아는 오타쿠들이 아니라. 근데 작중에서 언급되는 '스파크'란게 뭔지, '프라임'이란게 뭔지, '리더십의 매트릭스'란게 뭔지 설명해주질 않는다. 사실 어린이들에겐 로봇이 싸우는 장면만 필요하니까 이런 설명은 그다지 필요없을지도 모르고 나 혼자 불-편해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연성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15화에서 그림록은 지구에 혈혈단신으로 떨어졌는데 어떻게 복잡한 기계가 있는 기지를 만들었으며, 16화에서 수송기는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위에서도 말했듯이 어린이들에겐 로봇이 싸우는 장면만 필요하니까 제작진들이 이런 것들은 신경쓰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또 15화는 옵티머스에 관한 기억들을 보며 범블비가 자신감을 얻는 화인데, 여기서 옵티머스가 멋진 모습들을 보여줘도 별로 시청자가 공감할 것 같지는 않다. 지난번의 감상문에서도 말했듯 사이버버스에서의 옵티머스의 비중은 적기 때문에, 트포를 접하지 못한 시청자에겐 옵티머스가 멋진 사람이란 것에 대해 설득력이 없을것이다. 범블비가 옵티머스를 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옵티머스의 비중이 더 컸어야 했다.
캐릭터의 매력에 관해서 말하자면, 내가 이 작품에서 매력적으로 느낀건 주인공 콤비가 아니라 텔레트랜X와 그림록과 슬립스트림이다. 텔레트랜X는 깝죽대고 산만한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범블비랑 단 둘만 남았을 때 이제야 말할 수 있겠다고 해놓고선 자기도 사실 아크 위치 모른다고 하거나, 아크에 타고 있지 않았던 윈드블레이드를 선원이 아니라며 무시하고 나중에 가서도 '비선원'이라고 부르며 깝죽대고, 처음 기동됬을 때도 기계의 이미지와는 멀리 떨어진 산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이러한 점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림록은 기존의 매체에서 보이는 바보같은 모습(알트 모드)과 대비되는 똑똑한 모습(로봇 모드)를 가지고 있다. 로봇 모드의 그림록은 마치 연극배우와 같은 과장된 말투를 가지고 있으며 알트 모드와 대비되게 어려운 단어를 쓰며, 단어 사이사이에서 지성이 느껴진다. 이러한 알트 모드와 로봇 모드의 갭이 매력적으로 보여진다.
슬립스트림은 흔히 아동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주인공에게 자꾸 깨지는 악당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꾸 깨지는 것 때문에 상사에게 갈굼받는 중간관리직의 모습과 사이버버스 시커즈 특유의 덤벙대는 모습이 합쳐져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되었다.
총평:갤에서는 RID(로봇 인 디스가이즈,2015)보다는 낫다고 하나 이는 RID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생긴 거품이 있다고 본다. 이 작품도 뜯어보면 지적할 부분이 많으며 명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래도 근래에 나온 트랜스포머 미디어 중에는 괜찮은 것 같다. 원래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무슨 평론가인 것 마냥 쓰게 됬다. 이런 글 읽어줘서 고맙다.
슬립스트림 갈굼받을때 눈커지는거 커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