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몰라서 묻는 건데,

트포 5편 '최후의 기사'가 프랜차이즈의 숨통을 끊었고, '범블비'가 다시 호흡기 달아 놓았다는 말이 맞아?

어떤 근거가 있는 주장이야? 체감상 범블비가 최후의 기사 보다 낫다는 징후는 딱히 없는 것 같거든.


영화 박스오피스를 봐도, 제작비를 감안해도 최후의 기사가 대략 5500만 달러 이상 더 벌어들였고,

완구의 흥행도, 제대로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이트를 둘러 본 느낌은, 최후의 기사 쪽이 우세한 것 같았다.


범블비를 보고 내가 깨달은 건,

역시 판타지 SFX 영화는 스토리 보다는 디자인과 액션 같은 볼거리가 중요하다는 거였다.

범블비 영화를 보고 나서 인상적인 장면이나 관심 가는 디자인이 하나도 없는 거야.

그나마 블리츠윙이 조금 낫긴 했지만 이전 시리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스포머 6편이 나온다면 또 보러 가고 싶지만 범블비 2는 됐다 싶다.


범블비는 기획이나 컨셉부터 이상하다.

마이클 베이는 트포 팬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바로 소년 주인공에, 기계와 미녀.

남성 팬이 대다수이니 이건 당연한 거야. 늙은 남성은 추억하고 어린 남성은 감정이입할 테니까.

소위 "호남사호"인 매(사냥), 칼(무기), 말(탈 것), 기녀(여자)도 트랜스포머와 잘 연결되지.

샘 하차 이후로, 중년 아저씨 주인공으로 가족애 같은 것에 천착한 게, 트포의 상승 추세가 꺾이고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범블비는? 어처구니없게도 PC 지향의 소녀감성을 추구하고 있더라고.

평범한 소녀가 주인공에, 반려동물처럼 귀여운 범블비가 등장하고, 소녀들 사이의 갈등이 주요 서사야.

이런 컨셉에 신규 소년 팬이나 기존의 아저씨 팬은 감정이입하거나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거야.

그렇다고 신규 소녀 팬을 만들기에도 어중간하고.

그러려면 남자친구로 별 매력 없는 메모가 아니라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 같은 미소년이 나았을 거야.


이처럼 범블비는 이도저도 아닌, 트포 애니의 추억과 PC주의를 내세운 어중간한 영화일 뿐이야.

이를테면, 남성을 소외시키고 기존의 애니 팬덤에 의지하는 영화야.

그렇기에 이 영화가 소외시킨 계층은 남성과 뉴비이고, 그 교집합이 바로 '소년'이야.

원래 트랜스포머의 주요 고객이었던 소년, 신규팬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층인 소년을 소외시킨 이상한 영화가 범블비야.

이런 영화가 트랜스포머에 다시 호흡기를 단 영화다?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추억팔이나 PC지향이 나쁘다는 건 아냐.

나는 PC지향 영화도 좋아해. 다만 범블비의 경우 적절하지 않은 기획과 컨셉이었다는 말이야.


솔직히 나처럼 영화로 트포에 입문한 사람에게 기존 G1 디자인은 너무 조야하다.

가령 사이버트론 전쟁 장면을 보면서 애니 트포팬은 어떤 감흥을 느끼겠지만

나 같은 영화 트포팬은 박진감만 깨진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너무 투박하고 고루해 현실감이 사라지니까.

일본의 애니 실사화를 볼 때 느끼는 딱 그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