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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사십만년 전이다. 내가 디셉티콘 대장으로 임명된 지 얼마 안 돼서 지구에 내려가 깽판부릴 때다. 사이버트론 왔다 가는 길에 미국으로 가기 위해 사이버트론에서 일단 스페이스 브릿지를 내려야 했다.
스페이스 브릿지 정거장 맞은쪽 길 가에 앉아서 다크에너존을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다크에너존 하나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다크에너존 하나 가지고 값을 깎으려오? 비싸거든 다른 데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봇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다크에너존을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곧 스페이스 브릿지 가동 시간이 라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점점 스페이스 브릿지 가동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깎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에너존이 되지,  에너지를 재촉한다고 에너존이 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려. 곧 스페이스 브릿지 가동 시간이라니까…….\"
노인은
\"다른 데 가 사우. 난 안 팔겠소.\" 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스페이스 브릿지 가동은 이미 시작한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諦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에너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으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시가에 에너존을 담아 피우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봇은 또 깎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다크에너존은 다 깎여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다크에너존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되어 있던 다크에너존이였다.


스페이스 브릿지를 놓치고 다음 스페이스 브릿지 가동때 타고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本位)가 아니고 자기 본위다. 불친절(不親切)하고 무뚝뚝한 노인봇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봇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손톱을 만지작거리는 넉아웃을 바라보고 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노인봇다워 보이는, 그 바라보고 있는 옆 모습, 그리고 사나워 보이는 보라빛 눈과 곧은 철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봇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집에 와서 다크에너존을 내놨더니, 스타스크림은 아주 잘 깎았다고 야단이다. 네메시스호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스타스크림의 설명을 들어 보면, 다크에너존이 너무 부르면 오토봇 때릴 때 오히려 오토봇에게 역관광 당하고, 같은 무게의 다크에너존을 들어도 힘이 들며,  다크에너존이 너무 없으면 몸이 말을 안듣고 잘 얻어맞는다고,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봇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다크에너존은, 유니크론의 피가 응고되서 만들어진 에너존이였고, 적당히 쓰기 위해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잘 다듬어서 써야했다. 안그럼 쓰기 힘들고 좀처럼 컨트롤하기 힘들다. 그러나 요사이 다크에너존은, 컨트롤에 한번 실패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다크에너존을 스파크에 박을 때, 질 좋은 에너존를 잘 녹여서 흠뻑 칠한 뒤에 박았다.. 이것을 \"흐콰한다.\"고 한다.


옛날 사이버트로니안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生計)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훌륭한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心血)을 기울여 전투병기를 만들어 냈다. 이 다크에너존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봇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봇이 나 같은 청년봇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물건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 졌다.


나는 그 노인봇을 찾아가 레비지탕에 묵은 에너존 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사이버트론 돌아가는길로 그 노인봇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봇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봇은 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봇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스파크는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쪽 넉아웃를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으로 날아갈 듯한 넉아웃 끝으로 매연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봇이 저 매연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다크에너존을 깎다가 유연히 넉아웃 끝의 매연을 바라보던 노인봇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스타스크림이가 에너존을 뜯고 있었다. 전에 에너존을 맨손으로 쿵쿵 두들겨서 먹던 생각이 난다. 다크에너존을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플레이그 일어나는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적들에게 공포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사십만 년 전, 다크에너존 깎던 노인봇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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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패러디문학인데 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