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했다고는 못했지만 아꼈다고도 못하겠습니다
한달간 물을 못 준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던 뿌리였습니다.
마른 이파리가 잘려나가서도 새로 싹을 틔우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더이상 살고싶지않아서 모든걸 놓으려 했습니다.마땅한게 있나 싱크대 아래를 뒤지다가 잡힌 식칼로 화분을 막 쑤셨습니다
시커먼 흙이 널브러져 있던 이불 위로 마구 튀었습니다
잘려나간 채로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파리들과 줄기들을 짓이겼던 손가락
이 집 안에 살아있는 것은 오직 그 파릇한 잎새 뿐이었는데, 아니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죽였습니다
이게 동물이 아닌 식물임에 감사합니다
화분을 칼로 찌르는 순간의 고양감과 찌른 직후 마구 튀었던 흙들을 보았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었다면 흙 대신 피가 튀었을테지요
그건 부담스러웠을겁니다
이제 이 집에 산 것은 저뿐입니다
이제 아무도 살아있지 않을 깁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꿈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