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9afd523&no=24b0d769e1d32ca73dec80fa11d028316f56ba15eaa5e1d2899cddb8daa13bad45c345ce141717229706cb315d990748bd80f9bc00fc9e4d3995f2eea76f73


 제게 90년대하면 떠오르는 상징 중 하나가가로수로 심겨진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
입니다 . 결코 이쁜 외양은 아니지만 버즘나무란 이름이 유래된 얼룩덜룩한 몸체와 넙데
데한 잎사귀는 기억 속의 상징으로 남을만큼 충분히 인상적이죠 .

 언젠가 플라타너스를 위키에 검색하니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플라타너스는 특유의 냄새를 내는데, 비가 온 이후에 특히 더 심해진다. 그래서 장마철
에 플라타너스가 많이 심어진 도로를 걷다 보면 왠지 모를 악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


 그 뒤로 그 구절이 머리 한 켠에 강렬히 남아 언제 한 번 맡아보기를 바랬지만 쉽지 않더군
요 .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도시에서 플라타너스가 이런저런 이유들(알레르기 , 과다성장)로
인해 가로수로써 퇴출된지 오래였으니까요.

 얼마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에 찾아간 곳이 90년대에 조성된 동네인데 , 운좋게도
그즈음 심겨진 플라타너스가 뽑히지 않고 빼곡히 남아있었습니다. 차량 통행이 원체
많은 8차선 도로를 끼고 있는 곳이라 플라타너스의 탁월한 공기정화 능력을 높이사서
뽑지 않았나 봅니다 .
(어쩌면 , 이제는 다문화마을이 되어버린 낙후된 구도심이라 가로수 정비사업에서
조차 소외되었을런지도요.)

 반경 약 30미터 이내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을 때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어 봤습니다.

 이 냄새! 분명 어렸을 때 맡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냄새였습니다! 후각기억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회상이 용이하다더니 과연... 비오는 날의 물비린내와는 확연
히 구분되는 그런 냄새였네요.

 결코 향기는 아닌 , 악취에 가까운 냄새였습니다. 하지만 그 쿰쿰하고 비릿한 냄새가
불러온 여러 아스라한 기억들 때문에 이내 마음이 뭉클해졌었네요. 아주 인상적인
시간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