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새나 마지나타 2부-
어느덧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지고,
시간은 흘러 무더운 어느 여름날
아침부터 일에 지쳐있는데 문득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혹시 기억나시나요? 마지나타가 새순을 세개나 틔웠어요!"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벌써요? 오늘 일 마치고 잠시 들려도 될까요?
"그럼요!"

그 순간처럼..
내 마음속에도 새순이 틔는 기분을 내가 살면서 느낀적이 있었을까.
왜이렇게 갑자기 설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때문일까, 마지나타 때문일까..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는데 일을 마칠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반차를 내고 미술학원으로 곧장 달려갔다.

"오셨군요. 선생님. 이것좀 보세요. 얘가 살아났어요.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마지나타는 새로운 가지를 세가닥이나 내고 있었다.
강인한 생명력과 그녀의 미소에 환희를 느끼며 식물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저도 식물구출단에 가입하고 싶어요!"
"부인, 사실 그런 단체는 없습니다. 제가 지어낸 얘기에요"
"아 그래요? 저를 속이셨군요.."
"그렇다고 식물 구출단이 아닌건 또 아닙니다. 내일 주말이니 같이 식물 구출하러 가보실래요?"
"이번에는 속이시는게 아니겠죠? 좋아요!"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고 이 여자를 데리고 아파트 구석진 곳이나 상가에 썩어가는 식물에 물주는 시늉을 할 순 없을 것 같았다.
깊은 고민에 빠진채 밤을 샜다..

주말 아침이 밝았다.
잔뜩 기대에 찬 여인의 표정에 실망시키지 않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어느 아파트 단지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그곳엔 버려진 황금죽이 보였다.

"저기 식물이 버려져 있네요!! 완전 대박이다!!"

난 그 식물을 보고 매우 흥분한 척을 했다. 아주 억세게 운이 좋은 날인 것처럼.
다행히 그녀가 호응해준다.

"헐 대박!!"

이여자 뭐지.. 하는 생각과 첫 만남때 느꼈던 순진한 마음씨에 속으로 경탄했고 또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선생님 이렇게 예쁜아이를 왜 버렸을까요?"
"글쎄요.. 이사를 가면서 버린게 아닐까요.?

사실 그 황금죽은 내가 어제 밤에 집에 있던 걸 가져다 둔 것이었다.
들킬까 두려워 잽싸게 차에 싣고 그녀에게 오늘은 운 좋게 주웠으니 식물을 하나 사주겠다고 했다.


"미래화훼단지에 가보셨나요?
"아뇨"
"같이 가보실래요?
"좋아요!"

많은 꽃과 나무들이 즐비한 그곳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구경하느라 바빴다.

"선생님, 저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하나 둘 셋. 어 잠시만요"
"왜그러세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뇨 꽃과 당신이 구분이 잘 안되네요.. 구도를 잡는게 힘드네요"

이런 쓰레기같은 아재개그가 본능적으로 나왔다.
그녀는 모든 경계심을 풀고 꽃과 같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제라늄 두송이를 싣고 돌아오는 길에
폰에서 "당근" 이라고 울렸다.
마지나타였다.


"마지나타를 싸게 파는 분이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마지나타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네요"
"좋아요"

낡은 아파트 단지 앞에서 판매자와 만나 화분을 건네 받았다.
화분이 꽤 컸기 때문에 마지나타와 화분을 분리해야 했다.
트렁크에는 언제나 삽과 스티로폴과 봉다리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능숙하게 화분을 아파트 화단으로 옮기고 분리작업을 했다.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건 없을까요?"
"아니에요. 잠시 담배한대 피고 계세요"

그 농담에 다시 그녀는 까르르 넘어간다..

잠시 봉지에 화초를 담는 사이, 뒤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여자가 화분에 담긴 흙을 버리는 중이었다.
스커트엔 이미 흙이 묻어있었고, 눈과 같은 흰손에 장갑도 끼지 않고 흙을 파내고 있었다.
'이 여자는 천사다' 라고 생각했다

"으.. 옷버려요 거기 가만히 두세요!"

그녀에게 곧장 다가가서 화분을 뺏드려는데 그녀의 손을 잡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녀를 자연스레 안게 되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그녀도 똑같은 마음이었나.. 나에게 살며시 뽀뽀를 한다.
나도 욕정을 참을 수 없어 입술을 덮쳤다.
꽤 오랜시간을 그러고 있었다.

판매자는 그대로 거기에 있다는 것도 몰랐다.
잠시 뒤 판매자는
"분갈이 하면서 키스하는 건 생전 첨 보는 구만 쯧쯧.."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
우리 둘은 분명 그말을 들었지만 이미 살짝 미쳐있었다.

-3부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