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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전-

"탱님 어그로 좀 안튀게 잘 끄세요!! 도발!!"
"탱커 힐!! 힐좀 빡세게!!"
"아니 법사님아, 바닥에 뭐 생기면 초등학교때 무조건 피하고 보는거 안배웠어요?"
"술사님 블러드 올리세요!!"

서울 유수의 대학에서 항상 1등자리를 놓치지 않던 한 학생이
와우에 빠져 공대장을 하면서 미래의 뒷일따윈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왜 이런 롤플레잉에 빠져서 살았을까..
아이템을 갖추면서 나의 캐릭터가 성장하는 그 기분에 중독되어
헤어나오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식물 구출을 하면서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
필드에 버려진 화초들을 주우면서 집안을 파밍하고
가끔 현질도 하면서 멋진 아이템을 갖추면서
나는 다시 그 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와우라는 게임의 추억이 떠올랐다.
비록 게임은 접으면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식물구출은 내게 많은 것을 남겨줄거란 생각이 굳게 들었다.

그녀와 스파크가 정신없이 튀었던 그날 이후로
우리는 주말마다 식물구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금 검열 삭제)
온 시내 아파트들을 돌아다녔고 상가들도 돌아다녔고, 휴가때는 전국을 돌면서 식물구출에 나섰다.
그녀의 집과 학원에는 온갖 화초들이 가득했다.
서로의 나이도 모르고 내가 뭘하는지도 묻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대해 아는 건 단지 식물 구출을 잘한다 정도였던 것 같다.

몇주가 지나 서로에게 탐닉하기 시작할때
나는 갑자기 프로포즈를 했다.

"결혼해요 우리"
"좋아요"

너무 싱겁게 승낙을 받았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준 다는 사실에 한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알고보니 나와 띠동갑이었다. 부모도 없었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 물떠놓고 식올리고 당신이 원한다면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살자 했다.

같이 산지는 2년이 넘었다.
그동안 혼인신고도 했고 식물도 많이 구출했다.

매주말마다 난 식물구출하러 가자는
어린 와이프의 귀여운 극성에 피곤에 쩔어 잠을 깬다.

그때,
그녀의 시든 마지나타의 머리를 잘랐을 때,
나는 단조롭고 외롭던 과거를 잘라냈고,
마지나타가 새순을 틔웠을 때
나의 삶도 새순을 틔웠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