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갓하고 유동의 힘을 빌어서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나 해보려고 씀

난 원래도 예전에 식물을 한 두어 종은 좋아해서 키우고 있었긴 했음

하지만 그냥 수명만 살려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했고


그러다가 몇년전 내가 성인이 되고, 엄마 따라 간 대학병원에서 유전성 희귀 불치병 진단을 받음

한국에 7천명도 없대나 뭐래나 암튼


소화기계통에 선종(종양)이 많이 생기고, 신체 전반적으로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그런 병인데

특히 대장에 선종이 수만개 수십만개씩 생기는 병이라서 그 종양이 늦어도 30대 중반 전에는 무조건 암으로 발전해서

대장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필연적으로 해야한다더라

근데 관리만 잘 하면 그래도 최대한 딜레이 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효과가 있을진 모르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약을 꾸준히 복용했음


근데 불과 3년만에, 올해초에 정기검진 받으러 가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대장쪽에 악성 의심되는 사이즈의 선종이 몇 개 있고, 담낭에도 의심되는게 있다고 해서

결국 2월달에 담낭이랑 대장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음

대학병원 암병동에 입원했는데 대장암 환자들 입원하는 층, 그 많은 사람중에 20대는 나뿐이고 다 60대 70대 이러니까 참 씁쓸하더라


그 후로 전반적인 소화능력이나 이런저런 신체능력이 급감하다가

최근에 추적관찰한다고 내시경을 찍었는데, 대장을 제거하고 직장이랑 봉합한 소장쪽에 또 선종이 많이 보이더라


의사샘이 차마 말은 안하셨는데, 난 그 흔들리는 눈빛을 뚜렷히 봤거든

소장이나 십이지장 심부쪽은 선종이 생기면 외과적수술치료도 사실상 불가능함..

설상가상으로 요즘은 뇌에도 뭐가 생긴건지

건망증도 심하고 며칠전엔 자고 일어났는데,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서 한 3분인가 식겁하다가 다시 힘 들어오더라

뇌는 그래도 통상적으로 병변의 진행속도가 느려서 MRI를 5년에 한 번 찍는댔는데, 다음 검진가면 이야기를 해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중임

솔직히 어떤 결과가 나와도 안이상할 것 같아서 신경쓰여



처음 2년정도 너무 우울하고 못받아들였는데, 수술까지 하고나니까 이건 피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게 직감이 되더라

이젠 무서운 감정도 모르겠고, 그냥 해탈하고 있는데

그래도 이리저리 착잡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



그나마 대학교 자퇴하고 집에서 하루종일 쉬면서 하고싶은 공부들 하고,

키우고 싶은 식물들 마음껏 키우면서 시간 때우는게 요즘 낙이야

괜히 너네라도 튼튼하게 오래 살렴 하는 마음도 있고

내가 여기 다녀갔다는 흔적을 자연에 남기고 싶기도 하고

나로 인해서 살아가는 무언가가 있다는 데에서 조금이나마 힘을 얻기도 하고..



괜히 야밤에 허무맹랑한 소리나 한마디 떠들고 간다..


자고 일어나서 이불 팡팡 차면서 지우지나 않으면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