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솎으며 - 배한봉
열매를 솎아보면 알지
버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 처음엔
열매 많이 다는 것이 그저 좋은 것인 줄 알고
아니, 그 주렁주렁 열린 열매 아까워
제대로 솎지 못 했다네
한 해 실농(失農)하고서야 솎는 일이
버리는 일이 아니라 과정이란 걸 알았네
삶도, 사랑도 첫 마음 잘 솎아야
좋은 열매 얻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
나무는 제 살점 떼어내는 일이니 아파하겠지만
굵게 잘 자라라고
부모님 같은 손길로 열매를 솎는 5월 아침
세상살이 내 마음 솎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알았네
배한봉 시인은 대를 이어 농자짓는 농부시인이다.
경남 창녕 우포늪 일대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생명시인이다.
시인은 1999년 11월 창원에서 잡지사 기자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들어가 생명시인이 됐다.
대대로 농사꾼의 피를 그대로 이어갔다.
시인의 유년시절은 온통 경등산과 낙동강의 추억뿐이라 했다.
그는 강에서 조개를 캐고 메기와 붕어를 잡고 강둑에서 소먹이하며 자랐다고 했다.
어린 시절 작은 형이 백혈병으로 이승을 떠났다.
그런 삶의 편린이 낙동강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향수와 함께 그 무언가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물결들이 낙동강 물결로 다가서곤 한다.
그렇게 성장해서 다시 자기가 태어난 땅에서 향토적 서정의 시를 짓고
그 시의 진정한 힘을 기르기 위해 부모님처럼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코로나 시기 요즈음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연 회귀라는 낭만적 감상보다 한 차원 위다.
농사짓기를 생업으로 지닌 숙명의 농촌생활은 호사가 될 수 없다.
복숭아(peach)는 도자(桃子)라고도 한다.
장미과 벚나무과에 속하는 복사나무의 열매이다.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은 따뜻하다. 과육이 흰 백도와 노란 황도로 나뉘는데,
생과일로는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백도를 쓰고, 통조림 등 가공용으로는 단단한 황도를 쓴다.
중국 원산으로 실크로드를 통하여 서양으로 전해졌다. 17세기에는 아메리카 대륙까지 퍼져 나갔다.
한국에서도 예로부터 재배하였으나 상품용으로는 1906년 원예모범장을 설립한 뒤부터
개량종을 위주로 재배하였다. 전세계에 약 3,000종의 품종이 있다.
17세기 말 루이 14세 시대에 농학자 라 캥티니(Jean-Baptiste de La Quintinie)는 다양한 복숭아 품종을 개발했다.
제정시대에 이어 왕정복고시대에도 큰 인기를 누린 복숭아는
부르달루(bourdalou), 카르디날(cardinal), 콩데(Condé) 및 베녜, 플랑베, 앵페라트리스(à l’impératrice) 등
세련되고 맛있는 다수의 디저트를 탄생시켰다.
특히 19세기말 선보인 페슈 멜바(pêche Melba)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주로 창방조생·백도·천홍·대구보·백봉 등을 재배한다.
우리나라에선 사과, 귤, 감, 포도 다음으로 많이 기르는 5대 과실나무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시집인 <두시언해(1481년)>에 복셩화를 비롯, <언해두창집요>에 복숑와, <벽온방(僻瘟方)>에 복숭아로 표현되어 있어 봉선화>봉숭아>복숭아로 변천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복’은 붉다는 뜻이거나 복(福)을 나타내는 말이며 ‘숭아’는 仙花(신선의 꽃)를 지칭할 가능성이 높다.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식물 갤에서 만나니 무척 신선하네요. 복숭아처럼 잘 익은 글맛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