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식린이의 탄생


2021년 봄, 봄비가 내린 후 하늘은 언제나처럼 맑게 개어있었다.


하지만 세상 이치에 양이 있으면 음이 있다고 했던가...


봄하늘과는 다르게 미래의 식린이가 될 조커는 어두운 방 구석에서 물부족으로 늘어진 수국 마냥 고꾸라져있었다.


그는 각종 운동과 음주가무에 능통하였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별 수 없었다.


겁 많은 그는 무려 1년간을 두문불출하며 방구석에서 버텨왔던 것이었다.


'후~ 이렇게 늙어가는건가..'


머리 속에서 도파민이 말라가는게 느껴진다.








늘 그랬듯이 거실 소파에 누워 딸기를 한입 베어먹으며 유튜브 검색을 해보지만 개그 프로조차도 이젠 웃음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땅이 무너져도 뿌리없이 사는 틸란드시아가 있다고 했던가?


유튜브 알고리즘 신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딸기를 가정에서 30일마다 5년 이상 수확하며 기르는 방법이 있다. 장훈TV'


뭐라고?? 딸기가 공짜? 당장 손목에 수갑을 채울 것만 같은 장훈 아저씨는 그에게 수갑 대신 친절한 말투로 딸기 키우는 법을 알려주었다.


물 먹은 수국처럼 그의 정신도 깨어나고 있었다.


(수국 물마시고 2시간의 타임랩스)











<2편> 식린이의 질주


'딸기보다 더 저렴한 딸기 모종이라니!'


그때부터 조커의 질주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페트병 화분 만들기부터 상토와 펄라이트, 훈탄의 흙배합까지 그는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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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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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커버린 대파)




특히 2주만에 폭풍해버린 대파는 조커의 마음에 더욱 불을 지폈다.


딸기, 망고, 사과, 키위, 아보카도 등등 그때부터 심을 수 있는 것은 다 심었고, 길가다 잘라올 수 있는건 다 잘라 삽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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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깻잎 파종)








조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폭풍 검색 중에 알게된 식물갤.


'디시면 그 무서운 사람들 모여있는 그런 곳 아니야?ㄷㄷ'


라고 생각했지만 편견이었던 것일까? 조커 눈에는 다행히 무서운 아저씨들이 아주 많아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지름신을 불러오는 그들은 다른 의미에서 더 무서운 존재라는걸 그는 그때 알지 못했다.


'우와 꽃 이쁘다. '워~ 무늬 장난아니네.'


점점 그는 늪 깊숙히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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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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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토분들)












<3편> 벌레들의 역습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하나로 둘로 만드는 게 가능했던 것은 그가 신이어서가 아니다.


식물도 물을 많이 먹으면 과습이 오듯 겁없는 식린이에게 과한 식 욕망은 어둠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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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딧물)




줄기를 타고 오르는 작은 벌레들.


하지만 이미 자칭 식물계의 신이었던 그에게 작은 존재들은 하찮았을 것이다.


'신은 관대하다.'


그는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가끔 테이프로 벌레를 잡는 것은 신이었던 그에게 일종의 놀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벌레 군단은 잎 아래에서 흙 속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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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채벌레 식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자 벌레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그 공격은 빠르고 강했으며 집요했다.


방울토마토와 치자 나무가 습격을 당해 쓰러져갔고, 상추와 깻잎은 입에 대보지도 못한채 말라갔다.


딸기, 망고, 해바라기도 속수무책이었고 수국이 먼저 사망했다.


하지만 조커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첨단 과학 기술과 정보전은 현대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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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찍은 현미경 사진들)



최첨단 현미경으로 적들을 정체를 밝혀냈고 인터넷으로 정부를 수집했다.


첫 전쟁의 상대였던 진딧물은 오로지 테이프만으로 섬멸했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조그만 벌레놈들 테이프로 다 잡아주겠다.'


첫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조커는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총채벌레와 응애는 달랐다.


응애는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잡아서는 박멸이 불가능했고, 게릴라전을 쓰는 총채벌레는 애벌레와 성충을 잡아도 흙속의 번데기와 식물 속에 숨겨진 알까지 퇴치하기는 힘들었다.


물샤워, 비오킬, 모기향, 총진싹 까지 동원했으나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점점 수세에 밀리기 시작했다.


핵 무기(농약)까지 거론되었으나 조커의 가족과 핵 사용 금지 조약을 체결한 탓에 차마 사용할 수 없었을 터.


조커는 눈물을 머금고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벌레에게 점령당한 식물들은 죽거나 노지에 심겨지고 말았다.











<4편> 조커의 탄생


식물들을 노지에 심고 돌아온 그날 밤 조커는 거하게 취해서 집에 돌아왔다.


'내 애지중지하는 새끼들~ 보내고 내가 어떻게 살아'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떠나보낸 식물들은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


'이놈의 벌레들 내가 다 그 냥 확~.. 꺽~'


그렇게 사랑은 슬픔이 되고 슬픔은 증오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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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햇살이 조커의 창틈으로 빨래줄처럼 쏟아진다.


띵한 머리 부등켜 잡고 겨우 일어난 그.


그리고 그의 눈에 띈 한 식물. 긴잎 끈끈이주걱으로 불리는 카펜시스였다.


'긴잎끈끈이 그래 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구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카펜시스. 잎에 붙어있는 수많은 벌레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한번 잊고 있었던 벌레 트라우마가 그를 덮쳐온다.


'나쁜.. 죽일 XX... 벌레놈들..'


생각만 해도 욕이 나오고 발작이 일어난다.


그리고 조커는 홀린듯 바로 폭풍 검색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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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피폐한 눈에서 점점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오로지 벌레들 너희들을 죽이기 위해.. 난 오늘 식린이가 아닌 식조커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행복한 봄이 지나가고... 전쟁같은 장마가 지나가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초여름...


.

.

.


그는 그렇게 조커가 되고 말았다.


















ps) 예쁘고 키우기 쉬운 식충식물 있으면 추천 좀..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