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실패다.
이것으로 어느덧 다섯 번째다. 그저 온전한 초록색 이파리 한 장이 가지고 싶을 뿐인데 지불해야 하는 초록색 종이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중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5만원이면 녹엽 몬스테라 중품을 구했다고 한다. 지금은 한껏 웃자란 유묘 마저 경매에 부쳐지는 시대다. 사라는 방금 세 달치 월급을 통째로 지르고도 낙찰받지 못했다. 아득한 숫자에 숨이 막혀 멈칫한 사이에 경매가 종료되었다.
어떻게 세상에 무늬가 하나도 없는 개체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광합성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는 엽록체로만 가득한 잎이 존재한단 말인가. 신의 축복일까 생명의 경이로움일까. 무신론자마저 신을 찾게 만드는 그 매력에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빠져들었다.
코로나 61로 인한 플랜테리어 광풍은 식물 애호가들의 희비를 갈랐다. 일찍이 녹엽의 미를 깨우친 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인터넷에 #녹엽식물 포스팅을 게재했고 삽수를 팔아 쏠쏠한 용돈벌이를 시작했다. 뒤늦게 빠진 사람들은 사방으로 녹엽을 찾아 헤맸다. 사라도 그 중 하나다. 돌연변이로 취급받던 녹엽이 그 무엇보다도 예뻐보이는 날이 온 것이다.
‘녹엽에 빠지면 답도 없다던데, 후…’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물었다가 혹 담배잎에도 녹엽이 있던가 생각해보는 자신에 고개를 젓는다.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시작은 인테리어 때문이었다. 집이 어쩐지 휑하다는 생각이 들어 식물 화분 두어 개를 사러 화원에 간 것이 화근이었다. 3000-4000원 짜리 소품이 귀여워서 사다보니 어느새 희귀식물에 발을 들이고 급기야 녹엽에 빠져버린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저 얼룩덜룩하고 나풀나풀하다고만 생각했던 식물들이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내 휴대폰 수리점 한 구석에 말라 비틀어져가는 식물이 파키라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본 것이다. 고깃집 입구를 장식한 꽃이 능소화라는 것을, 은행 대기석 옆에 놓인 식물이 스파티필름이라는 것을, 다있는 그곳의 파김치가 몬스테라라는 것을 알아 보았다. 너희에게도 다 이름이 있었구나. 흐뭇한 시선을 줄 수 있던 그 때가 좋았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희귀한 식물을 찾게 되고 급기야 녹엽에 빠진 지금은 평범한 식물에서는 조금의 희열도 찾지 못하는 삶이 되어버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희귀식물 전문 화원인 녹엽식물원에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혹시 녹프덱이나 녹몬 재고 있을까요?”
그렇다는 답변을 기대하고 건 전화는 아니었지만 유묘조차 없다는 사장님의 말에 사라는 고개를 떨군다.
“그런데…” 녹엽식물원 사장은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네네? 그런데요?”
“지금 걔네는 없는데 녹스킨 삽수를 케어 중인 게 있거든요. 아직 뿌리가 많이 내린 개체는 아닌데 눈은 트여있어요. 가격은 좀 있지만…”
눈이 트인 개체라는 말에 사라의 눈도 트인다.
“지.. 지금 갈게요. 그거 꼭 킵해주세요. 두 시간이면 도착해요.”
그 많은 녹엽식물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녹스킨이다. 일명 그린퀸스킨답서스. 티없이 깨끗한 녹색으로 이루어진 스킨답서스란 말이다. 어찌나 아름다우면 퀸이라고까지 부르겠는가.
방금 경매에서 진 것이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다. 녹엽몬스테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존재를 품게 되다니. 식물갤러리에 올리면 개념글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알바가 그린퀸의 위엄을 안다면 실베도 가겠지? 아니면 위화감을 조성해서 반대가 찍히려나? 상관없다. 인스타에 올려도 좋아요 100개는 순식간에 찍힐 것이다. 매일 아침을 싱그러운 녹엽과 함께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린퀸스킨답서스 삽수가 손에 들려있었다. 농장은 카드를 받지 않는다기에 계좌이체를 했다. 전세 보증금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은 금액을 이체해 본 것이 처음이다. 이 작은 이파리에 이렇게 큰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면 식물을 모르는 사람들은 분명 미쳤다고 할 것이다. 아무렴 어떤가. 이제 나는 그린퀸스킨이 있는데. 덩굴로 늘어지게 키울까? 아니면 수태봉을 태워서 수형을 잡아볼까? 많이 키워서 두 개 다 해보면 되지. 행복한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때였다. 강한 충격이 온몸을 덮쳐 왔다. 귀가 멀어릴 것 같은 소음 속에 정신을 차려보니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고통이 느껴지고 허벅지는 불에 타는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간신히 뜬 눈에는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그…”
“환자분 지금 말씀하지 마세요. 현재 병원으로 이송중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어떻게 된 일일까. 아니 그보다도 내 그린퀸스킨답서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신이 혼미해진다. 고통때문인지 그린퀸스킨답서스때문인지 구분조차 할 수가 없다.
“그…그으…”
“환자분 말씀하시면 안 돼요.”
구급대원은 사라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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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그만 하고 가지.”
“어어, 여기 이것만 치우고.” 김 씨는 멀리 나뒹구는 파편을 가리키며 말한다.
‘으음? 이게 뭐야’
김 씨는 손에 든 물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 마신 테이크아웃 컵 안에 갈색 지푸라기와 나뭇잎 한 장이 들어있다.
‘어휴 무슨 다 죽어가는 식물인가보네.’
김 씨는 컵을 열어 식물은 종량제 봉투에 털어넣고 빈 컵을 재활용 봉투에 넣었다.
“뭔데 그래?”
“아아 별 거 아냐. 테이크아웃 컵에 쓰레기를 넣어놨더라고.”
“어휴 요즘에는 커피마시고 버리는 걸로도 모자라서 안에 쓰레기까지 넣어두니 원.”
“뭐, 별 수 있나. 허허.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사고 현장 이거 제대로 안 치우면 이거 다른 차들이 위험해서… 에휴 얼른 가자고.”
멀리서 동이 트는 것을 보며 김 씨는 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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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결말 ㄱㅋㅋㅋㅋㅋㄲㅋ그린퀸답서스 버리지 말라구요 ㅜㅠㅠ - dc App
현진건 선생님이신가요. 녹스킨을 얻었는데 왜 분갈이를 못하니 ㅜㅠ
아아‥ㅠㅠ - dc App
사라!!ㅠㅠ
글 잘 쓴다...
이거시 바로 식갤문학...!! 글을 잘쓰셔서 넘 재밌네요 사라쟝...그린퀸쟝...(+ꈨ_ꈨ )
머야 안타까워ㅠㅠ 행복한 식생활 하게 해줘
사라 누군가 했다 ㅋㅋㅋㅋ
필력 추 ㅎㅎ 현진건 빵 터짐
식갤문학이 늘어나는거같아 보기 좋네요
식갤문학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