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그녀가 조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인연이란,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이다. - 헤르만 헤세 -
식린이가 된 조커에게는 2가지 꿈이 있었다.
첫번째는 외목대 식물을 키워보는 것, 두번째는 직접 키운 농작물을 맛보는 것.
식물은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답지만 사람이 좀 더 수형을 가꾸면 더욱 멋지게 큰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외목대이다.
더욱 능동적으로 가지를 치고 심지어는 생장점을 계속 제거해가며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오랜 세월 돌을 깎아가며 만드는 조각 같은 것이 외목대인 셈이다.
반대로 농작물 키우기는 굉장히 현실적인 작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을 좋아해서 키우는데 결국 그 식물을 먹어치우면서 크라이막스에 치닫게 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가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키우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마지막엔 자신의 몸을 불살라 먹는 즐거움을 주고 사라진다.
세상에 이런 존재가 또 있을까?
조커는 행복한 상상으로 벌써부터 들떠있었다.
식물을 키워낸다는 것 그 자체가 인내의 연속이지만.
오랜 세월 땀으로 일궈낸 외목대와 농작물의 결과물은 그 무엇보다 달콤할지니!
하지만 모든 일이... 쉽기 전에는 어렵다고 했던가!?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꿈에서도 모르고 있었다.
(상추와 깻잎 새싹들)
(장미허브 외목대 꿈나무들)
조커는 폭풍 검색을 통해 목록을 정했다.
외목대는 장미허브, 농작물은 깻잎, 상추로 결정!
장미허브는 좀비허브라는 별명답게, 깻잎 상추는 베란다 텃밭의 단골손님답게 무럭무럭 커갔다.
외목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추, 깻잎은 곧 전리품을 가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럭무럭 자라는 깻잎)
하지만 부족한 사람일수록 잘 되면 자만심으로 부풀어오른다고 했던가.
범 무서운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식린이 조커의 자만심은 무럭무럭 자라는 몬스테라 마냥 괴물처럼 커갔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녀)
어느날 하늘에서 내려온 그녀.
그녀의 이름은 총채. 그렇다. 식물계에 총체적인 문제를 안겨주는 바로 그녀이다.
그녀는 첫만남부터 음식 앞에서 내숭을 떠는 법이 없었다.
채식주의자인 그녀는 고기없이도 상추와 깻잎을 맛깔나게 뜯어먹었다.
그녀도 조커 만큼이나 식물을 좋아하는 듯 했고 그래서인지 금방 친해졌다.
하지만 현실적인 목적에만 관심이 있는 그녀에게 그는 점점 실망하기 시작했다.
'넌 미적 가치를 몰라. 허구헌날 먹기만 해!'
식물을 매개로 이어졌던 둘 사이도 점점 금이 갔고, 시간이 갈수록 조커와 그녀는 다툼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조커가 이별을 결심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매달렸다. 그녀는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놓아주지 않았다.
(총채벌레 피해)
2 주 후..
조커는 어느때처럼 창틈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있었다.
얼마나 뇌리에 박혔을까? 지금도 문득문득 그녀에 대한 기억들이 머리속을 훓고 스쳐지나간다.
그는 그녀와 이별하였다.
'내가 그녀 때문에 용역깡패까지 동원할줄이야.. 쩝.. 암튼 천적응애 녀석들 일처리는 잘 하는구먼...'
그는 연약한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 것이 마음 한켠 찝찝한건 사실이었지만 또한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일까?
애정싸움에 상추는 모두 죽어버렸고, 깻잎도 대부분 잎이 초토화되어 버린 후였다.
그의 연애도, 첫 농사의 꿈도 모두 노을처럼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끝이었다.
(식갤에서 나눔받았던 천적 응애들)
-에필로그-
"조커야. 외목대 키운다더니 언제 그렇게 키웠대?"
"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그럼 거실에 있는거 여자친구한테 선물이라도 받은거야?"
"에이~ 그럴리가요.."
하지만 그는 되돌아서 목격한 경이로운 광경에 순간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건....'
'정말 외목대다....'
(외목대가 되어버린 깻잎)
그곳에는 외목대가 눈분시게 있었다.
'깻잎으로 외목대라니...!!!'
그렇게 현실적이던 그녀가 그녀답지 않은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떠난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다운 작품이랄까? 그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너라는 여자... 왜 이제서야....'
그는 그녀를 떠나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인지 후회인지 뭔지 모를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 충격때문이었을까? 그는 조금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아니 그런척 눈물을 삼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 깻잎으로 외목대했으니 장미허브로 쌈싸먹어야 할까봐요. 하하하"
"뜬금없이 그게 뭔 소리여???"
실성한 듯한 그의 말에 엄마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 엄마를 등 뒤로 한 채 그는 어기저어기적 베란다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끝-
ㅋㅋㅋㅋ깻잎 외목대라니....ㅠㅠ 집에 있는 바질 외목대가 생각에..눙물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