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우린 처음 만났다. 우린 같은 반이었고 집도 가까이 살았지. 친해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잘 맞았던 우리였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다. 우린 다른 고등학교에 갔지만 꾸준히 인연을 이어나갔다. 물론 예전만큼 자주 보진 못 했지만 여전히 난 네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다.


그러다 고3이 됐지. 우린 집 앞 독서실에서 함께 공부를 했다.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린 웃을 수 있었다. 너도 행복했을 거라고 믿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고등학생 때 그리 자주 만나지 못 한 까닭에 못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네가 흡연을 해 나도 흡연이 좋아졌고. 네가 술을 먹는다면 나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난 진심으로, 친구로서 널 좋아했다.


그렇게 수능이 끝난다. 넌 이과, 난 예체능. 수능이 끝난 네가 강남 유흥가를 가 친구들과 놀 때 난 선릉에서 너와 놀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나의 입시의 마지막을 이겨내고 있었다.



근데 그 때 정말 왜 그랬니.


기억나니? 내가 관심있다고 말했던 여자애랑 네가 술먹고 잔 날. 스무 살 초, 내가 입시할 때였다. 왜 하필 너였을까. 아니 왜 하필 걔였을까. 너한텐 꼭 걔가 아니어도 상관 없었을 텐데. 걔가 아니더라도 넌 잤을 텐데. 왜 걔였을까. 


나는 슬펐다. 그 아이가 너와 자서 슬프지 않았다. 네가 그아이와 자서 슬펐다. 난 분명히 너에게 말했고. 너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네가 그런 게 슬펐다.

물론 네가 말했듯이 내가 그 아이와 사귀고 있던 것도 아니기에, 뭐라 할 자격은 없는게 맞지만 그래도 너의 배려에 내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가장 슬펐다.


그 중에 가장 슬픈 건. 내가 오후 10시 학원이 끝난 후 너에게 담배 한 대 피자 전화 했을 때. 수화기 넘어 네 그 조롱섞인 목소리. 그 아이를 만나러 간다는

내 상식 선에선 결코 이해되지 않는 네 말투. 분명 화가나야 할 상황이었다. 근데 슬펐다. 그건 분명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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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우리의 인연을 끊어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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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 슬픔 보다는. 너와의 정이 더 소중했기에. 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알지않는가. 나 화 잘 안내는거. 


그렇게 난 대학을 현역으로 들어간다. 너가 재수를 하게 되었고. 그래도 우린 꽤 자주 만났다. 그러다 네가 내 친구 하나를 소개해 달라 했고 함께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


난 네 재수생활 동안 너에게 정신적, 금전적으로 꽤 많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조차 넌 기억하지 못하고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다.


가끔 술 마시고 싶다 할 때, 오랜만에 놀러 가고 싶다고 할 때, 그 모든 순간에 나는 좋다고 함께 했다.


그러다 가끔 내가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거나. 대학교 친구를 만나려 할 때면. 그 때 너를 만나지 않는다면. 너는 그걸 싫어하더라. 


심지어 내가 알바, 동아리 등등 하면서 사귄 형, 친구들과 잘 지내면. 그러면서 내가 조금 자랑하면. 너는 나한테 시기심을 갖는 게 보였다.


또 가끔 내가 안좋은 일이 있을 때 너에게 말하면 그건 너에게 내 약점이 되어 버리더라.


난 7년이란 시간동안 너를 봐 왔지만. 아직도 너의 사고방식 구조가 단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저 외우고 대응 할 뿐이다.


그래 하소연이다. 그래 네가 가장 힘들 때였다면 그러려니 네 입장을 이해한다.


그럼 지금부턴 내가 여태 잡아온 널 놓아줄, 놓아야만 할 이유들을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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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올해야. 난 입대 준비를 위해 조금 빨리 휴학을 했지. 너는 대학생이 되었고. 


내가 더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 했고 둥글둥글한 성격 탓에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


너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었다. 너는 나에겐 내 가장 친한 친구, 영원한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이상하더라. 너를 소개받은 사람들이 널 좋아하지 않더라고. 그러면서 그 사람들은 나에게 충고하는 거 있지. 네 욕을 하면서 까지.


응. 난 그사람들한테 화를 냈다. 내 친구 알지도 못하면서 말 막한다고.


그러면서 너에게 조심히 말해 봤지. 좀 둥글둥글하게 살라고. 물론 네 고집있고 강단있음이 남자의 미덕일 지 몰라도. 우린 능력이 없으니까. 


둥글둥글하게. 손해보면서 살아도 썩 나쁜 게 아니라고. 그렇게 진심으로 너에게 충고했다.


참 아이러니 하지. 넌 나한테 화를 낸다. 넌 시종일관 나에게 충고하고, 내가 이룬 모든 것을 부정하고, 내 삶의 방식을 충고하면서


내 조심스런 몇마디에 넌 화를 낸다. 아마 이 쯤이었을 것이다. 이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을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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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저 남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난 너와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잃은 것 같다. 돈이야 동네가 동네인 만큼 아깝진 않지만.


타인과 관계, 내 성격, 내 자존감, 시간, 감정. 


정말 많은 걸 잃었다.


얼마 전 여행갔을 때 말이야. 내가 호텔 무료 쿠폰있다고 너포함 네명이서 여행간 날. 근데 프론트에서 성수기라 추가로 각 2만원씩 내야 한다고 했었지.


음.. 모르겠다. 그게 정말 네 기분을 그렇게 상하게 할 일인지 모르겠다.


네 그 눈빛,말투, 기분이 상했을 때 나오는 네 몸짓 그리고 내 손에 들려있던 네 카드를 휙 낚아챌 때의 내 손의 감촉


그 날. 아니 그 순간 내 모든 고민은 결정으로 바뀌었다.


그래 끝이구나. 아니 끝내야 하는구나 나를 위해서라도.


음 맞아. 너도 느꼈을 거야. 난 여행동안 너 없이도 난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함께 갔던 내 친구들과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너에게 보여줬지.


당황했을 거야. 그리고 그날 많이 화나보이더라. 네 생각에서 완벽히 빗나가는 내 진짜 모습이니까.


정이라는 게 참 웃기더라.


여행 다녀온 이후 서로 알고있기라도 한 듯이 한 번 연락하지 않았지.


그정도까지 알 정도로 우리가 너무 친해져 버린 걸 까, 아니면 이정도에 깨질 정도로 약했던 까닭일까?


어찌 되었던 상관 없다. 차피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넌 언제나 그랬으니까. 내가 잡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넌 잡지 않았으니까. 내가 너 외의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잘 살고있고, 너와 다른 길을 걸으려 할 때

넌 진심으로 싫어했으니까. 내가 잘 됐을 때 네 얼굴에선 진심이 없었으니까. 내가 힘든 일을 말할 땐 넌 이 때다 싶어 더 후볐으니까. 넌 네 세상에 너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그게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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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가 날 유난히 싫어하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아.


넌 분명 네 주변인들중에선 날 가장 좋아하니까.


근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네가 상대적으로 좋아한다는 이유로 네 옆에 있을 여유가 없으니까. 이젠 나도 편하게 살려고 한다.


차피 나 군대가잖아 곧. 이제 볼 일도 없어.


네가 또 어떤 친구를 사귀고 어떤 인연을 이어나갈 진 모르겠지만. 나한테 했던 것보단 잘 해줬으면 한다. 


그 친구가 너에게 주는 정성의 딱 반 만이라도 했음 한다.


그래야 또 잃지 않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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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인간관계란 잘못된 인연을 유도리 있게 억지로 이어나가는 게 아니라, 잘못된 인연이라는 걸 알 때 과감히 끊어낼 수 있는 거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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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무 밉지만 싫지는 않다. 정 때문도 있겠지만. 너에게도 가끔씩 빛이 보였다. 물론 나는 네 안의 그 빛을 끄집어 내지 못했지만. 언젠가 반짝거리길 바란다.


네가 잘 되면 정말 행복하게 웃어주겠다. 언젠가 내가 했던 말들이나 내가 그리워 질 때 연락하면 술 한 잔 사주겠다. 네가 꾸는, 후에 꿀 모든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네가 아무리 미워도 너와 함께 했던.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7년의 세월이 지금의 내가 된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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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