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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 두루 평안하신지요?
낯선 이의 발걸음에 늦은 밤이 불편하시어 기침하신
이 글을 보는 분들께 사죄말씀을 먼저 올리고자 합니다.
인사도 없이 질문 하나 덩그러이 손에 들고서 터덜터덜
너털걸음으로 불쑥 찾아와 면전에 말씀을 올리는 결례를
용서해주시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이 아해가 며칠 전 허기를 채우려 급히
쪄내어 김이 식기도 전에 뱃속으로 밀어 넣어버린 단호박이
얼마 전 새로이 생명을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도 급히 쪄내어 차마 인사를 나눌 겨를조차도 없었거늘
어찌 이 인연을 다시 이어가는지..
' 받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은 짐승조차도 하지 않는 악행이요
은혜는 더 큰 은혜로 갚는 것이 참된 보은이라 '
어찌 이 불초의 허기를 채워준 은혜로도 모자라 다시금 찾아와
인연을 이어가는 이 은혜를 끊어내겠나이까?
본래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이를 부모로 여기는 것이
생명의 본능이건데 어찌 식물이라고 다르리 생각하여
조촐하지만 " 단박 "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제가 정을 주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고로 머리를 맞대어 해가 되는 일이 있다는 역사를 들어본
기억이 없으며 지혜를 빌리는 일이 악한 일이 아님이라 여기며
살아왔기에 이 불초가 스스로의 무지함을 알고 부끄러움을
떨치고서 현인들께 질문을 올립니다.
혹여 이 아이를 돌보는데 도움을 주실 말씀이 없으신가
여쭙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를 키우는 집은 단촐하지만 이 유리병으로
당분간은 부족함이 없을런지요?

더 커지거든 그때 집을 새로이 장만해주고자 하오며 흙은
문을 나서 백보 이백보 걸으며 고개를 들어 보이는 하늘아래
푸르름이 가히 명산이라 불리기에 족함이 없는 뒷산에서
보은을 받아 가져오려 하옵건데 이것이 아이에 성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