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입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건물의 뒷편에는 어떤 기괴한 잡초가 자라나고 있었지요.

한낱 잡초 주제에 이상해봐야 뭐 얼마나 이상했겠느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다마는.

그러나 선생님들, 그것은 실로 망측하고 소름끼치는 생물이었습니다.

그것은 그냥 잡초가 아니었지요.

그건 거대-잡초였습니다.

제 불알 두 짝을 걸고 말씀드리건대 진짜 존나 컸습니다.

그 넙다대한 이파리는 42인치짜리 벽걸이 테레비와 비슷해보일 지경이었으며, 꼭대기까지의 높이는 놀랍게도 건물 2층을 지나 무려 3층으로까지 뻗어나가는 중이었던데다가,

심지어는,

그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키 큰 풀과 같이 낭창낭창한 줄기를 가지고 바람이 불때마다 낭만적으로 흔들리는 그런 종류의 풀이 아닌지라

마치 마라토너의 허벅다리와도 같이

주말 아침의 제 꼬추와도 같이

줄기가 속알이 꽉들어찬 수박 지름 정도로 두꺼운

수억년 전 고생대에나 존재했을 법한 비주얼의 흉악한 괴물이었단 말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즐겁게 학창시절을 보내던 제가 그것을 '의식'해버린 뒤로는 그것이 너무나 신경쓰여서 연필도 손에 잡히지 않고 급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 해괴한 녹색 물체만 머리에 가득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어느새인가 제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싹터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주변 토양의 양분을 게걸스레 빨아들이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중이었기에.

그래서 더더욱 높이 높이 자라나 제가 있는 교실의 창문에까지 다다른다면 더이상은 애써 그 존재를 무시하지도 못할 것이었기에.

방과 후 창문을 닦을 때마다 그것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

어찌할 도리 없이 그것을 일상 속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

저는 두려웠던 것입니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놈은 태풍 볼라벤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버리더군요.

놈도 결국에는 산천초목의 일부인지라 더 큰 천재지변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저는 아직도 놈의 형체가 창문 밖에 어른거린답니다.

언젠가 놈이 제게로 다시 돌아와 인간의 과오와 교만함을 징벌하려 들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답니다.

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십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식물갤 선생님들이라면 아실까요.

아래 그림은 제가 기억하는 놈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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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이란 하찮고 작은 일개 짐승일 뿐이겠지요.

어느새 해가 떴네요.

이만 물러가렵니다.

잠들지 못한 만큼 잠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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