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식물은 강하다.
물론 몇몇 손이 많이 가는 식물들도 있지만, 그건 예외로 두고.
본인은 스스로가 식물을 기른다기보단 이놈들이 그냥 알아서 큰다고 생각한다.
방치한 화분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는가 하면,
신경 쓴 화분이 죽어버리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
그렇다면, 식물을 잘 키운다는 건 무슨 말일까?
그에 대해서 정말 기초적인 개념을 짚어보고 가보자.
물론 그만큼 뻔한 내용도 많기에 아는 내용이라면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다.
1.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한여름 아지랑이 올라오는 아스팔트 틈에서도 잘 자라는데, 왜 집에만 뽑아오면 다 죽는거지?
그건 " 식물을 기른다 " 는 개념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예를 들어보자.
동물은 그 종류에 따라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몇 있다.
필요한 영양제라던지, 피해야 할 음식이라던지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
거기다 동물들은 각자 생긴 모습들도 뚜렷해 어떤 종류인지 구분도 쉽다.
하지만 식물은?
아 ㅋㅋ 그냥 물 비료만 잘 주면 되는거 아니냐고 ㅋㅋ
잘못 짚었다.
동물마다 피해야 할 음식, 키워야 하는 환경이 다른 것처럼 식물도 그렇다.
사실 모습도 전부 다르지만 어째서인지 우리의 머릿속엔 " 식물은 식물 " 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그건 움직이지 못하는, 일종의 풍경과도 같은 식물의 속성 때문일까?
하지만 그건 오늘 중요한 게 아니기에 넘어가고.
다시 돌아와서,
어쨌든 식물은 동물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박혀있는 환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많은 영양 + 많은 물 <<<<<<<<<<<<<<<<<<<<<<<<<<<<<<<<<<<<<<<<<<<<<<<<<<<<<<<<<<<<<<<<<<<<<<<<<<<<<<<<<<<<<<<<<<<<<<<<<<<<<<<<<<<<<<<<<<<<<<<<<<<<<<<<<<<<<<<<<<<<<<<<<<<<<<<<<<<<<<<<<<<<<<<<<<<<<<<<<<<<<<<<<<<<<<<<<<<<<<<<<<<<<<<<<<<<<<<<<<<<<<<<<<<<<<<<<<<<<... 적절한 환경.
여기서 본인이 처음 꺼냈던 말을 되짚어보자.
' 스스로가 식물을 기른다기보단 이놈들이 그냥 알아서 큰다고 생각한다. '
식물은 동물과 다르다.
매일매일 비료와 물을 챙겨주며 " 기르는 것 " 보다는,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맞춰주면 " 알아서 자라는 것 " 에 더 가깝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식물의 매력이 아닐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그러면서도 자기 혼자서 잘 사는 그런.
2.
사설이 길었다. 요점정리.
식물에게 있어 중요한 건,
매일 뭘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잘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말은 참 쉽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는데?
정말 처음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일단은 5가지만.
흙 / 빛 / 물 / 곤충 / 가지치기
장담하건데, 식물의 ㅡ근본ㅡ 인 이것들만 잘 알아둬도 식물의 돌연사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시작.
3. 흙
시작부터 단호하게 말하겠다.
흙 종류, 뭐가 뭔지 모르겠다? 상토를 사라.
질석, 지렁이흙, 분갈이흙, 부엽토, 황토 알갱이 등등 종류가 정말 많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잘 모르면 그냥 상토만 써라.
그러면 최소한 죽지는 않는다.
상토 이외에 섞는 것들은, 말하마면 일종의 묘기와 같다.
당신에게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a 가 되겠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3번째 말하지만 잘 모르겠으면 그냥 상토만 써라.
처음 자전거 타는 사람한테 이런 걸 시키면 큰일난다.
4. 물
흙과 연결되어있는 부분이다.
" 충분한 물 " 이라는 말처럼 불충분한 설명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걸 설명하려면 흙을 짚어야 하기에 그냥 저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 번 설명해보라고 하는 분들을 위해서, 개념을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자.
초등학교때 했던 실험이다.
모래와 흙에 물을 부었을 때, 투과되는 속도의 차이.
당연하게도 모래가 더 빠르고 잔류된 물의 양도 적다. 그건 왜?
이렇게 알갱이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모래는 흙보다 알갱이가 크기 때문에 빈 공간이 많아 쉽게 빠져나간다고만 알면 된다.
관련 자료가 없어서 그냥 그림.
여기서 알아둬야 하는 건 모래와 흙이 아니라, " 알갱이의 크기에 따른 물빠짐의 속도 ".
당연하게도 물빠짐만 생각하고 모래를 채우면 안된다. 영양분이 없어서 죽음.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여기 참조.
https://m.blog.naver.com/ygmelonsong/220651598445
여하튼. 이렇게 알갱이 크기의 차이로 흙은 종류마다 물빠짐의 속도가 다 다르다.
황토 알갱이, 질석 을 섞어주는 것도 이러한 이유.
" 충분한 물 " 이 정확하게 계량되지 않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이다.
아 근데 그래서 물을 얼마나 주라고?
조금만 더 읽어보면 나온다.
ㄱㄱ.
근데 물이 안 빠지면 좋은 거 아닌가?
물이 많으면 그만큼 많이 빨아들일 수 있다는 건데 왜 안 좋은거야?
그건, 물이 과도하게 많으면, 식물이 말라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엥?
위에서 말한 개념을 조금 확장시켜보자. " 알갱이가 클수록 물빠짐이 좋다. "
그렇다면 그 반대도 역시 유효하다.
" 알갱이가 작을수록 물빠짐이 나쁘다. "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여러분이 차를 타고 바닷가를 달리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바닷속에 빠져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가라앉을수록 물이 밀려들어 ㅡ차 안에 있는 공기가 빠져나가고ㅡ
제때 탈출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익사해버리고 말 것이다.
식물도 역시 같다. 식물은 뿌리로도 호흡을 한다.
자세한 건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072154&memberNo=5504933
그렇기에 물빠짐이 나쁘면 ㅡ흙 사이에 공기가 없으면ㅡ 숨을 쉬지 못한다.
이것이 과습이 치명적인 첫번째 이유.
하지만 이것만으로 죽지는 않는다. 잘 못 자라는 이유는 될지언정 죽을만한 정도는 아니다.
더 치명적인 건 두번째 이유. 바로 세균이다.
식물만큼이나 넓고 넓은 세균의 세계.
이들 중에서는 산소가 없어야만 살 수 있는 세균들이 있다.
이를 혐기성 세균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건 https://www.scienceall.com/%ED%98%90%EA%B8%B0%EC%84%B1%EC%84%B8%EA%B7%A0anaerobic-bacteria/
여하튼 이런 혐기성 세균은 흙이 과습일 때 창궐하기 쉽다.
왜? 물빠짐이 나쁘면 그만큼 공기가 없다는 말이니까.
여기까지는 괜찮아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 다음부터인데, 혐기성 세균은 부패균이다.
즉 혐기성 세균이 창궐한다면 흙이 부패한다.
그렇게 되면 1차로 흙 속에 유독가스가 생기고 2차로 뿌리까지 썩어버리는 것. ( 뿌리가 녹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
그리고 그렇게 뿌리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식물은 말라죽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과습으로 식물이 죽는 기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실제로 과습으로 뿌리가 상한 화분을 엎어보면 흙에서 냄새가 난다. )
자 일단은 여기까지 읽고 잠깐 생각을 해보자.
흙이 중요한 이유는 흙 알갱이의 구성 / 통기성. ( 4번째 말하지만 잘 모르면 상토가 최고다. )
과습이 치명적인 이유는 혐기성 세균의 증식으로 인한 흙의 부패.
그렇다면 적절한 물의 양은?
흙이 부패하지 않을 정도면 되는 것이다 !
실제로 저면관수를 하던 하루 3번씩 주던간에 흙이 썩지만 않는다면 식물에게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래는 그 예시.
실제로 본인이 키우는 오이.
평소에는 위 사진처럼 관수시키고 1주일에 한두번만 빼는데도 잘 자람.
비슷하게 키운 용과 선인장.
본인은 페트병을 좋아하기에 대부분이 페트병 화분임.
옆 구멍은 통풍을 위해서 + 추가적인 이유 ( 곤충 편에서 이어나감 )
평소에 관수를 자주 시켜서 흙 옆면에 녹조가 꼈는데도 잘 자란다.
위에서 말한 추가적인 이유로 물을 채운 보리. 이틀째임.
마찬가지로 관수시키는 로즈마리.
먼저 저 물받이통 가득 물을 붓고, 다 말라버리면 그대로 한 1주 그대로 물 없이 키우는 것을 반복.
결론을 지어보겠다.
" 적당한 물의 양 " = 흙이 썩지 않을 정도로만 주면 OK.
어려운가?
그러면 상토 기준, 화분 반까지만 잠기게 저면관수 시켜놓으면 된다.
상토는 물빠짐도 좋고 영양도 좋아서 앵간해서는 잘 안 썩음.
아니면, 의심될 때 젓가락으로 흙을 깊게 파내서 냄새를 맡아봐도 좋고.
+ 과습 응급처치.
하지만 이런 본인도 가끔 흙 배율 조절에 실패하면 과습을 만난다.
그럴 때 대처할 수 있는 처치법을 공유해봄.
먼저 과습으로 식물이 죽는 과정은, 뿌리 부패 - 말라 죽음 이라고 정리했음.
그렇기에 과습 구제는 = 뿌리 구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뿌리를 얼마나 살릴 수 있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갈리는 문제임.
재료는 칼, 페트병 1개, 비닐, 락스면 끝.
기본적인 과정은 이렇다.
1 흙 털기.
과습의 징조는 축축한 흙과 시들어가는 잎임.
보이면 일단 화분에서 뽑아서 흙을 다 털고 물에 씻어줌.
2 뿌리 정리.
락스 희석액으로 뿌리를 소독해주면 더 좋다고는 들었는데.. 직접 해보지는 않아 건너뜀.
어쨌건 흙을 다 털었다면 녹아서 흐물거리는 뿌리를 정리해줘야 한다.
잔뿌리는 사실 너무 얇아서 일일히 확인하기도 힘드니 그냥 물로 잘 씻기만 해도 괜찮은 듯.
굵은 기둥뿌리 중 아직 단단한 부위 아래로 잘라주셈.
3 회복.
사실 이후로 흙에 심냐 물에 꽂냐는 개인의 선택.
하지만 본인은 락스 소독한 페트병에 물꽂이 + 비닐로 덮기 를 가장 선호함.
과습 피해는, 사람으로 치면 목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물을 흡수시키고 ( 물꽂이 ) 효과적으로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 ( 비닐 덮기 ) 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
락스 소독한 페트병 반쪽에 미지근한 물을 채운다.
본인은 콩나물 뿌리 내리던 페트병을 사용함.
정리한 식물을, 뿌리가 아래로 가게 페트병 입구에 꽂아 거꾸로 얹어줌.
그리고 습도 유지를 위해 비닐을 덮어주면 끝.
물은 하루에 1번 갈아주면 된다.
빛과 곤충, 가지치기는 2편에서 계속.
정보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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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린이 계몽 전문글 추…! - dc App
와 체계적이야! - dc App
존나 당연한 걸 좆같이도 길게 써놨노 ㅋㅋㅋ
쓴 새끼 대가리 수준 딱 나오쥬?
가독성이 좀 떨어지긴 하는데 그렇게 욕할필요까진 없다
쓰면서도 스스로 했던 생각입니다. 대신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광분하는 모습이 딱 헬조선인 표준
세상에 술술 읽히네. 글 진짜 잘쓰시네요 감사합니다!!!
쓰는 것만큼 읽는 것도 힘듭니다. 진짜 잘 읽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오답노트를 쓰는 기분을 알겠더라구요
가지치기 제발
근데 가지치기는 저도 배우는 중이라
ㄹㅇ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 큼 - dc App
시리즈로 계속 써주면 좋겠다... 초보자에게 고마운 글임
오늘 시간이 된다면 곤충 위주로 더 써볼게요
이런거 생각할필요없이 해병식물키우면끝임
ㅜ식물 키우기 넘어려유ㅓ - dc App
닉네임이 무슨 뜻인가 한참 생각했네요.
식갤 찾아오는 식린이들이 한번쯤 읽으면 좋을 글이네
디씨에 정병 많으니까 병신들 댓글은 그냥 무시해 글 잘 읽었다
미관참시가 심한데 식물 진짜 사랑하는구나
저는 이게 더 예뻐보여서요.
페트병 가장자리의 녹조와 반쯤 헤져진 유기물 부스러기, 그 위에 눈처럼 쌓인 곰팡이 균사. 전 이런 모습들에서 무엇보다도 격동적인 생동감을 느낍니다. 그렇지 않나요?
좋은 게시물 감사합니다. 좋은 공부가 되겠네요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벌레도 다뤄주시면 어떨까요ㅜㅜ 키우던 커피나무를 깍지벌레 때문에 떠나보냈습니다...ㅠㅠ
제대로 다룰 예정이긴 한데, 저는 벌레의 박멸보다는 개체수 조절에 초점을 맞췄던 터라, 선생님들의 생각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어요.
모쪼록 이번 주 안으로 써보겠습니다.
본문 수정이 안 되어 댓글로 추가합니다. 과습 대처법 사용시 주의사항. 1 만약 식물이 작다면 페트병 말고 젓가락으로 받치세요. 잎과 가지까지 물에 담궈진다면 물러서 썩을 수 있습니다. 2 비닐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필요 없음. 덮으면 내부 습도 / 온도가 올라가서 곰팡이 펼 수 있음. 그래도 심각해서 굳이 덮겠다면 하루 환기 2번씩은 해줘야 함
ㅇㄷ
로즈마리 키우는 꿀팁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