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식물갤 오기전엔 희귀식물 커뮤니티에만 상주 했었음

100넘어가는 식물들 경매 낙찰되는 거 매일 보다보니 갈 수록 눈만 높아지고 지갑은 가벼워지고

내가 딱히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희귀식물도 비싼 걸 알게 되면 갑자기 예뻐 보이고

가격보다 싸게 나오거나 재고가 하나밖에 없으면 막 눈 돌아가서 사고 그랬음


실제로 동남아시아랑 남미쪽에서 식물 수입도 해 봤고

방구석 조직배양도 해봤고

온실도 거창하게 지어봤고

봄 되면 사려고 딜라체라타 예약 걸어놨었음 (지금은 취소함… 내 예약금…)

아 돈이 많은 건 아님 단지 다른데 쓸 돈을 식물에 썼을뿐


200만원짜리 식물을 운 좋게 100만원에 살 때면 엄청난 희열을 느끼곤 했음


그런데 그렇다고 그 식물이 나한테 100만원 어치의 행복을 가져다 줬느냐? 

만원짜리 흔둥이가 주는 기쁨의 백배를 가져다 줬느냐 하면

글쎄다….. 

생각해보면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려고 이것 저것 샀던 거 같기도 함


아무튼

어쩌다 식물갤에 왔는데 흔둥이들 부둥부둥 해주고 

(당시 내 기준) 잡초 뜯어와서 건강하게 키우려고 어떤 흙 배합이 좋냐고 묻는 글을 봤는데 내심 충격이었음

비싼 것만 들이던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뿌듯해 보였음

그리고 그렇게 사랑으로 키운 흔둥이들이 내가 강박적으로 모으던 희귀식물들보다 훨씬 더 예뻐보이는 것에 질투도 느낌


식갤 접한 이후로 내 마음 가짐 자체가 변했음

비싼 것에 집착하던 나도 흔둥이들 하나 둘 데려오기 시작함

근데 식물이 주는 행복은 돈에 비례하지 않더라고. 내 마음에 비례하더라.

싸든 비싸든 내가 꼭 마음에 드는 애들은 쳐다만 봐도 뿌듯하고 자라는 걸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음 

반면에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았던 식물을 충동적으로 데리고 오면 키울 수록 스트레스만 받음


오해하진 마셈 희귀식물이 나쁘다는게 아님 

난 아직도 희귀식물 좋아함

요즘도 데려옴

하지만 요즘은 흔둥이든 희귀식물이든 고심 또 고심 끝에 내가 정말 원하는 아이들만 들이곤 함

예를들어 3월달에 들인 식물은 딱 두가지임 파스타짜넘이랑 스킨답서스


비싼 식물 여럿 있지만 이제 마음에 안 드는 애들은 하나 둘 정리중임

그리고 식갤에는 잘 안올리게 됨…..

사람 마음이란게 자꾸 보면 또 갖고싶어지니까

괜히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혹해서 돈 크게 쓰고 후회하는게 싫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혹시 과거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임
식갤러들은 나보다 현명하겠지만 혹시나 해서.

비싼식물 여러개 산다고 해서 꼭 흔둥이 키우는 것보다 자랑스럽고 행복한 것도 아님 그러니 비싸지 않다고 해서 위축감 드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음

이미 알겠지만 진짜 뼈저리게 느끼고 쓰는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