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식갤럼들아, 지렁이 좀 키워본 초보식집사야.


얼마 전에 현생 너무 바빠서 관리 못해줬더니 지렁이들 다 죽어서 지금은 현타와서 지렁이 사육은 쉬는 중.

지렁이 키우는 거 관심 있어하는 친구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몇 가지 팁을 공유해볼까 해.


여기 있는 정보는 대부분 미쿡에서 지렁이 분변토 사업을 15년 넘게 한 Stephan Kloppert 아저씨의 책인 작은 자본으로 지렁이 사업 시작하기(How to start a profitable worm business on a shoestring budget)와 레딧의 Vermiculture 서브레딧, 그리고 개인적인 사육 경험이야.


키우는 이유

첫 번째, 식갤럼들을 잘 알겠지만 지렁이 분변토는 식물들을 키우기에 아주 좋은 흙이야.

두 번째, 집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가 있어. 친환경에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최고의 음식물 처리기지.

세 번째, 집 지렁이는 생각보다 귀엽다. 산에서 보는 청지렁이나 산왕지렁이는 집에서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종류야.

네 번째, 분변토, 웜 티, 낚시용 미끼로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어. <- 이거는 대부분 관심 없을거라 생각하고 제외할게.


필요 도구

1. 베딩

2. 먹이

3. 사육통

4. 지렁이


베딩

베딩을 첫 번째로 언급하는 이유는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 사육장에 먹이를 뿌려주면 먹이가 썩어가면서 발생하는 열이 높아지거나, 산성도가 높아지거나, 너무 건조한 표면 등 지렁이들에게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아래로 도망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베딩에 적합한 재료: 잘게 찢은 골판지 혹은 신문지, 상토. 동물 분변도 가능하지만 집에서는 적합하지 않으니 제외.


먹이

지렁이들은 신선한 음식을 못먹어. 이빨도 없어서 먹이를 빨아 먹어. 이 말은 먹이가 부드러울 수록 지렁이들이 밥을 잘, 빨리 먹는다는거야.

숨이 죽은 엽채류, 부드러운 바닐라 과육이나 껍질이 제일 반응이 좋고, 단단한 사과나 과일류는 먹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려.

산성도가 높은 감귤류는 먹을 수 있는데 과하게 주면 환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왠만하면 피해주는 것이 좋아.


먹이를 줄 때는 표면의 1/2에만 뿌려주고, 다음에는 그 반대편에 주면 지렁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 할 수 있어서 좋아.


사육통

사육통은 50cm(길이) x 50cm(너비) x 30cm(높이) 정도의 뚜껑 달린 불투명 리빙박스면 충분해.

더 작아도 되는데 사육장이 작아지는 만큼 음식물 쓰레기 처리속도나 분변토 생산 속도가 떨어져.


사육통 바닥에는 6mm~8mm 사이즈의 구멍을 몇 개 뚫어서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 줘.

아래에 물 받침대를 두면 웜 티(Warm Tea)를 모을 수도 있어.


바닥에 물이 차면 지렁이들 이러다 우리 다 죽어~ 이러면서 위로 도망나와.


사육통 내의 습도는 베딩을 손으로 쥐어 짰을 때 물 꼭 짠 스펀지 정도면 적당해.

사육장 내 온도가 섭씨로 영상 5도 이상, 28도 이하가 적당해. 이 범위를 넘어서면 위험하니 한번 씩 체크해주는 게 좋아.


햇빛은 지렁이들에게 쥐약이니 뚜껑을 덮어주거나 그늘을 만들어주고. 이 녀석들은 핸드폰 플래시만 비춰줘도 도망가...

지렁이를 야외에 두고 기르고 싶다면 고온, 혹한으로부터 안전하게 단열처리를 해줘야 해. 안그러면 다 뒤져.


지렁이

세상에는 수천 종류의 지렁이가 있지만 집에서 기르기 적합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 속도나 분변토같은 부산물 생산에 적합한 지렁이는 몇 가지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붉은 줄 지렁이라 부르는 종인데, 학명은 Eisenia fetida, Eisenia foetida, 그리고 비슷한 친척인 Eisenia andrei 가 분변토 사업에 쓰여.

이 녀석들은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반 만큼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번식력이 좋아.


번식

붉은 줄 지렁이는 환경만 잘 맞춰주면 이론상 1,000마리로 시작해서 1년 안에 300만 마리로 늘릴 수 있어.

일반 가정집에서는 보통 500마리에서 1,000마리만 있어도 충분해. 돈 쓰기 싫고 시간 들여서 천천히 기르고 싶은 친구는 아주 적은 수로 시작해도 되고.

다 큰 성인 지렁이는 한 달에 보통 2~4번 짝짓기를 하고, 약 27일 후 작고 노란 알에서 2~4마리의 새끼 지렁이가 태어나. 이 녀석들은 2~3개월이면 성체가 돼.

지렁이들은 자기들이 스스로 개체 수 조절을 하기 때문에 사육장이 가득 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천적

새, 개구리, 절지류, 쥐, 두더쥐, 선충류, 진드기, 파리(동애등에), 초파리

다른 것들은 별로 문제 될 것들이 없는데 진드기는 먹이 가지고 싸우니 안생기게 조심해주는게 좋아.

높은 습도, 너무 많은 먹이, 너무 수분기 많은 먹이 이 3가지만 피해주면 왠만하면 진드기 문제가 생길 일은 없어.

파리나 초파리는 문제는 없는데 미관상 상당히 좋지 않으니 이 녀석들을 끌어들이는 고기나 유제품 같이 단백질 들어간 먹이는 왠만하면 주지 말자...


분변토 수확 방법

1년에 1~2번 수확하는 것이 가장 좋은 품질의 분변토를 얻어낼 수 있어.

수확 하기로 마음 먹은 날의 한 달 전부터 먹이 공급을 중단하고, 습도를 조절해주면서 사육장 내에 먹이가 모두 사라질 때 까지 기다려.

수확 일정 3~4일 이전에 먹이를 공급하고 기다려. 수확 당일에 거의 대부분의 지렁이들이 베딩 윗 부분으로 몰려있을거야.

새로 준 먹이와 함께 15cm 두께 정도의 윗 부분을 모두 퍼서 통에 옮겨 담아줘.


이 아래 부분은 거의 분변토인데 혹시 지렁이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로 지렁이들을 걸러내고 수확한 분변토를 한 달 정도 구석에 둬.

시간이 좀 지나면 섞여있던 지렁이 알에서 부화한 지렁이들이 커지니 이 때 다시 한번 체로 걸러준 다음 쓰면 돼.


웜 티(Warm Tea)

위에서 사육장 아래에 구멍을 뚫어주라고 했었지? 사육장 아래에 물 받침대를 두면 사육장 내 물이 찼을 때 흘러 내린 물을 받을 수 있는데, 이걸 월 티라고 불러.

이걸 물에 섞어서 엽면시비를 해주면 살균과 살충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아니면 화분에 줘도 돼. 영양제야.


-------------------------


지렁이 키우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처음에 세팅만 잘 해주고 주의점만 잘 지켜주면 손이 갈 일이 별로 없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식물한테 최고로 좋은 흙도 만들어 주는 친구들이니 한번 쯤은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해.

좀 징그럽다 느껴질 수도 있는데, 보다 보면 상당히 귀엽다.


작년에는 네이버쇼핑에서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지렁이 파는 곳이 없어보이네.

아마도 인터넷을 좀 찾아보거나 주변에 낚시용품 판매점가면 구할 수 있을거야.


그럼 이만. 다들 식물들 예쁘게 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