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피시방에 있었다. 그저께도 하루종일 피시방에 있었기에 엉덩이에 욕창이 날 지경이었다.
주문한 커피를 반도 마시지 않았는데 전화가 울려 받았다.
어머니의 지옥같은 호통에 크록스를 질질 끌며 새벽에 기어 들어와야만 했다.
발만 씻고 잠자리에 누워서 유투브를 봤다.
유투브 릴스는 시간을 죽였다. 언젠가 봤던,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는 닭을 죽이고 죽이는 기계처럼
시간은 흘러들어오면 유투브는 그걸 주워 죽였다. 그걸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된다.
평생을 하기 싫어하던 운동을 하던 시절에, 운동의 좋은점에 대해 지인이 물어오면 나는 곧
아무 생각도 안하고 몸이 가는대로 움직여도 좋으니까 좋은거라고 대답했었다.
운동을 하고있다. 잠이 올리 만무한데 멈출수가 없다. 정말이지 회피의 삶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휴대폰이 이제는 잊혀질 만 한 유투버가 죽었더랬다. 생전에 그가 올린 SNS의 게시물들을 스크랩 해놓은 것을 봤는데,
작금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누구나 알 수있는 암시였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빤스를 주워입고 (나는 잘 때 나체다) 옆방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가 만들었던 유투브 컨텐츠들을 더듬어가며 겨우 한 대를 태우고 휴대폰을 켜지않고 잠에 들기로 했다.
밖에선 딱새소리와 꾀꼬리소리가 묵색하늘에 어지러이 흩뿌려진다.
다음날 출근이 무서워졌다.
나는 출근버스에서부터 우울했다. 그의 삶의 파장이 나에게 옮겨왔다고 생각했다가, 내 안의 우울이 공명했을 뿐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버스에서는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으나 오늘을 그냥 날 내버려 두었다.
네이버 만화나 좀 보다, 오늘이 월급날인것을 떠올리니 기분이 썩 우울하지만도 않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네댓시에 잠에 든 것 치고는 졸리지도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빌렸던 돈을 친구들에게 송금했다. 치졸한 내 성품과 딱 맞는 금액들이었다.
엊그제 청년적금을 해약해서 삶이 넉넉하겠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가, 청년적금 조건에 해당도 안되는 잘된 친구들이 떠올라 다시 개같아졌다.
학생때는 분명 내가 골목대장이었던 것 같은데, 인기많던 10대 아직 거기 머물러있다.
친구들은 다른 사회에 들어가고 끊임없이 삶을 확장시켜 나간다. 나는 죽어있다.
퇴근할 즈음엔 나는 식물을 키우지 않고는 무언가 망가져버릴 것 만 같았다. 그냥 꽃집에 가서 제일 키우기 어렵고 짜증나는 애로 하나 달라고 했다.
웬만하면 아주 어린 나무로.
지금에서 드는 생각인데, 작년에 봤던 힛갤 게시물의 영향인 것 같았다. 무의식의 표상.
글에선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필자가 허브들을 키우며 삶의 시동을 다시 피워냈었다.
나는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벼랑 끝은 도무지 싫었던 나는, 기억 저 뒤편 구석께에서 잊혀지는게 자연스러운 뭔가를 혼신의 힘으로 잡아 뽑아낸 것이다.
달에 130정도 받는 서비스직을 하는 나는, 결국 직장 근처 꽃집에서 매대에 나와있는 이만 오천원 짜리 수국을 한 뿌리 골랐다.
키우기 어렵고 금방 죽어버리는 아이이길 바랬는데, 꽃집 사장님은 난색을 표하면서 쎈 놈들만 골라 준 것 같았다. 그냥 애초에 내가 원하는 식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택시를 불러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담배를 태우는 창가 옆에 놔 두었다.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고민하다 며칠 전 읽은 헤르만 헤세가 생각 났다.
오늘은 크눌프랑 가족이 되었다.
야 너 글잘쓴당 술술 읽히네
나도 수국 키우는데 대품으로 만들고 꽃도 화사하게 피는 모습까지 보자. 수국은 과습 걱정없이 물을 막 줘도 되어서 좋아
대품은 머임?? 클대자써서 큰거 말하는거임?? 얼마나커져 저거?
음...잘 키우면 쇼파 하나?만큼 커짐. 작게 키울 수도 있긴 함.
엥 머라고 쇼파하나????? 아니ㅋㅋㅋㅋ그런아이를원하지 않았는데ㅋㅋㅋ가지나면 잘라서 클론복제하면 좀 작아지겠지? 주변사람들도 좀 나눠주고 그래도되려나??? 하 벌써 크게자랄생각하는거 좀 우스운건가
ㅋㅋㅋ그렇게 해줘도 됨ㅋㅋ 우리 동네 화단에서도 매년 그렇게 하더라고ㅋㅋ
크눌프씨 키가 80cm가 되던 해였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