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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함소리에 일어나보니, 화장실에 엄마가 쓰러져서 미동도 없더라. 아빠는 주먹 쥐고 앞에서 씩씩대고 있고.
바로 아빠 붙잡고 실랑이 벌이니, 그 소리에 엄마가 정신 차리시더라.

내가 말했지, 집 나가라고. 이렇게 살 바에야 그냥 갈라지는 게 낫다.

엄마는 그렇게 도망치듯. 소형 차에 몇 안 되는 짐을 싣고 떠났어.
그게 우리 가족의 마지막이었지.

며칠 뒤 한 300만원 돈이 통장에 들어오더라.
입금자는 엄마.
문자도 날아왔었어.
뭐, 자기 두개골이 깨져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냥 살기 싫다는 내용이었어. 그래서 남은 돈을 나에게 주고 떠나겠데.
와. 진짜 잔인하지? 그때가 고1이었는데, 중요한 시험도 앞두고 있었는데 뭐가 손에 잡힐리가 있나. 다 놓고 하루 종일 울었어.
계속 전화를 거니까 끝내 받으시더라.
죽지말라고 애원하고 빌고 소리치니까, 알았데.
앞으로 전화 꼭 받으라니까, 알았데.

엄마는 다행히도 그 약속을 지키셨어. 지금까지도.

집을 구하셨더라.
시골에 보증금 300. 월세 30짜리 다 기울어가는 낡은 집.

거기서 5년 째 살고 계셔.
취미도 생기셨어. 식물 키우는 거.
사과 나무든, 블루 베리든.
토마토나 상추나, 심지어 아보카도도.
작은 마당이 식물로 꽉 찼어.
가끔 시간 내서 뵈러 가면 한 소리 하곤 해.
발 디딜 틈이 없다고.

그럼 웃으시면서 "너랑 누나랑 네 형이랑 식물이 전부야"라고 말하시는데, 내가 거기서 뭘 더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웃어야지.

나중에, 돈 조금만 더 벌면 집을 구할 건데, 아파트는 꿈도 못 꾸겠어. 엄마 모시고 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