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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하던 수국도, 치자도 다 진 계절
재작년 늦여름에 아빠가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혼자된 엄마를 혼자 보살피느라 집에 수국이 있었던가
치자가 향이 좋았던가
기억도 안났고 신경도 안쓰고 살았어

돌봐주던 아빠의 손길이 없어져서일까
작년엔 거의 10년간 매년 피던 수국이 피지 않았고
나름 우리동네 골목내에서 향기 네임드였던 우리집 치자도 꽃이 몇개 피지 않았어

엄마가 너무 허전해 하시더라
그래서 수국이 죽은건가? 식물이 월동이라는걸 하는구나
삽목은 이런거구나 꽃이 피지않을수도 있구나
공부하다가 입덕하게 됐네ㅎㅎ


시들해져가는 집앞 화분존 살려보겠다고 설쳐대던 초짜시절에
안쓰는 화분 정리하는데 그 구석데기에서 꺼먼 봉지안에 꺼멓고 축축한 흙덩이가 나오더라?
똥인가했는데; 찾아보니 부엽토더라고 ㅋㅋㅋㅋ
모양새를 보아하니 아빠가 직접 만드시고 발효해두신같았어

치자나무랑 수국화분에 그 부엽토를 넣어주면서 왜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몰라
아빠의 유골을 뿌리는거 같았나봐

여튼 그렇게 입덕하고 관엽도 사고 다육이도 모아보고 제라늄도 줄세워있지만
아직도 내 최애는 아빠가 좋아하던 집 앞 수국과 치자나무야

올해는 탐스럽게 꽃이 피고있어
작년에 못핀것을 만회하는것 마냥
(보라색~파란색 수국을 보고싶어서 별 지랄을 다했지만 빨갛게 나는애들은 끝까지 빨갛게만 나더라)

치자도 꽃망울이 엄청 달렸어
향을 맡으면서 아 그래 이런향이었지..
집 앞 골목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게 무슨향이야?하면서 킁킁거릴때의 그 뿌듯함ㅋㅋㅋㅋ

문득 오늘 아침에 꽃 구경하는데
지금 나처럼 이 부근을 서성거리던 아빠의 모습이 사진처럼 불현듯 떠오르더라고

원래 이렇게까지 의미부여하고 감성적인 마음으로 식생활 해오진 않는데;
오늘따라 갑자기 갬성이 차오르네ㅋㅋㅋ

출근직전에 폰으로 대충찍은거라 이쁘진 않지만 구경해줘
아빠도 구경하고 가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