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 선수는 다들 아실 겁니다.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장기와 일본 국가(國歌), 일본식 이름 호명 등으로 인해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표정을 지은 사진, 그리고 당시 우리나라 언론에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지웠다가 이를 알아챈 조선총독부가 탄압한 일장기 말소사건도 유명하죠.
하나같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건 그 애기는 아니고, 독일을 상징하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손기정 선수를 비롯한 베를린 올림픽 우승자들이 들고 있는 묘목은 어떤 나무일까요?
올림픽에서 우승자에게 머리에 씌우는 월계관을 수여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절부터 이어져왔고, 여전히 오늘날 올림픽에서도 월계관 반지를 수여하는 등 그 전통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월계관의 나무는 원래는 월계수 또는 올리브 나무이지만 지중해 근처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에 올림픽을 유치한 국가는 각자 국내에서 월계관을 조달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월계관과 묘목은 서유럽에서 자라는 로부르 참나무(Quercus robur)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따 자세하게 설명할게요. 베를린 올림픽에서 참나무 묘목을 부상으로 수여하자는 아이디어는 의외로 히틀러가 적극 추진한 게 아니고, 베를린의 정원사 헤르만 로테(Hermann Rothe)가 떠올린 것으로 그는 월계관 1800개의 주문만 받았지만 묘목도 함께 공급했다고 합니다.
독일의 국수(國樹) 참나무에 대해 더 이야기 하기 전에, 흔히 알려진 독일의 국화(國花)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해보고 갑시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꽃은 무궁화입니다. 일본은 역시 벚꽃인가요? 일본 황실의 문장은 국화(菊花)라고 합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꽃은 백합이 떠오르시나요? 사실 붓꽃이라고 하네요.
국화(國花), 좀 더 넓게 보면 국가를 상징하는 식물은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상식 같으면서도 잘못 알려진 것도 많습니다. 식물은 인위적인 국경에 따라 피고 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국민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꽃과 공식적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식물 사이에 괴리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애기한 로부르 참나무 말고, 독일을 상징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수레국화(Cornflower)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식적으로’ 독일을 상징하는 꽃은 없고, 식물은 위에 말했듯이 참나무(Eiche)입니다. 거의 전 세계 사람들이 독일의 국화(國花)는 수레국화라고 알고 있으며,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보매체가 독일을 상징하는 식물이 수레국화라고 잘못 서술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 오해가 생기게 되었는가... 일단 독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수레국화 이야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806년 나폴레옹이 프로이센으로 진격해 베를린을 함락시키고, 프로이센 군주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와 가족들이 베를린을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때 왕비 루이제 여왕이 나폴레옹의 군대에게 추격당하는 와중 아이들을 수레국화 꽃밭에 숨기고, 화관을 만들어주며 안심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루이제의 차남인 빌헬름은 나중에 나폴레옹 3세를 꺾고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와 함께 독일제국의 초대 황제인 빌헬름 1세가 됩니다. 빌헬름 1세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수레국화를 가장 사랑하는 꽃이라고 이야기했답니다.
마침 프로이센 군인들의 복장도 파란색이라 수레국화는 황제에 대한 존경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답니다.
독일에서의 수레국화 이야기는 이 정도로 끝납니다. 독일 국화로 널리 알려진 것치고 분량이 이거밖에 안 돼서 당황스럽지만...
오히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쪽에서 극단적 범게르만주의, 대독일주의의 상징으로 수레국화가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범게르만주의 계열 사상가 중 한 명인 게오르그 폰 쇠네러(Georg von Schönerer)는 반유대주의, 오스트리아의 해체와 독일로의 흡수통일을 주장했고, 이러한 주장들은 어린 시절의 아돌프 히틀러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 입장에서 범게르만주의자들은 반역자나 다름없었고, 결국 1934년부터 오스트리아 나치당의 정당활동은 금지되었습니다. 안슐루스(오스트리아 병합) 이전까지 오스트리아 나치당원들은 비밀리에 활동하며 수레국화를 착용하고 서로를 알아봤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도 오스트리아와 독일 내 극우세력들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서 여전히 수레국화를 사용하고, 그럴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16년 오스트리아 자유당(FPÖ) 당 대표들이 옷깃에 수레국화를 패용하면서 나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결국 논란을 의식했는지 에델바이스로 교체했다고 하네요. 2019년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서 분리한 ‘독일애국당(AdP)’은 당당하게 수레국화를 정당 로고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수레국화가 어떻게 전 세계에 독일 민족주의의 상징을 넘어 독일의 국화로 잘못 알려지게 되었는가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독일에서 참나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인 골격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이선 교수님께서 작성하신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에 대한 소고 -히틀러 참나무의 진실-"을 중심으로, 제가 추가적으로 알아본 정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참나무는 독일의 오랜 상징이자 현재까지도 독일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독일은 예로부터 참나무를 신성시하고 숭배했습니다.
참나무를 뜻하는 켈트어 다이르(dair)는 고대 켈트족의 제사장을 뜻하는 드루이드(Druide)에서 유래되었으며,
게르만족은 신성한 참나무를 뇌우(雷雨)의 신(Donar, 토르)에게 바쳤는데, 이 뇌우의 신을 기념하는 날이 도너스탁(Donnerstag)입니다.
게르만족에게 기독교를 전파한 성 보니파시오 역시 토르의 참나무를 쓰러트리고 주민들의 신앙을 이끌어냈다는 신화가 있습니다.
독일인들의 성씨 중에는 참나무와 관련된 성도 많으며, 독일 지명 중 참나무에서 유래된 지명도 약 1,400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독일에 자생하는 참나무류는 로부르참나무(Quercus robur)와 페트레아참나무(Quercus petraea), 푸베센스참나무(Quercus pubescens) 등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1983년부터 ‘올해의 나무(Baum des Jahres)’를 선정하기 시작하였는데, 첫해에 선정된 나무가 바로 ‘독일 참나무(Deutsche Eiche, german oak)’라고 불리는 로부르 참나무였습니다.
독일에서 참나무가 승리와 영웅의 상징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813년 나폴레옹 전쟁 시기 철십자 훈장이 시초인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이센 군주 빌헬름 3세는 1813년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공을 세운 군인에게 철십자 훈장을 수여했는데, 그 훈장에 로부르 참나무가 문양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1848~49년 유럽을 휩쓴 자유주의 혁명 이후, 독일어를 사용하는 다수의 공국, 자유 도시 및 왕국들이 통일국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을 때 참나무가 독일 통일운동의 상징으로서 전국적으로 각광 받은 역사도 있다고 합니다.
후기낭만주의 독일 시인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Joseph von Eichendorff)는 그의 고향을 "참나무의 땅"이라고 묘사했고,
그림형제의 동화로 유명한 야콥 그림(Jacob Grimm)은 그의 '독일 신화'에서 오래된 독일 숲 숭배의 대상으로서 참나무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1769년 시인 프리드리히 고틀리프 클롭슈톡(Friedrich Gottlieb Klopstock)은 헤르만 전투(토이토부르크 숲 전투, Hermannsschlacht)에 관한 희곡에서 게르만족이 뿌리를 깊게 내린 참나무 같이 로마 제국에 저항했다며 극찬했습니다.
그는 게르만 보병뿐만 아니라 그의 조국 전체를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신성한 참나무'로 비유했습니다.
히틀러가 회원으로 몸담았고, 초기 나치즘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던 툴레 협회(Thule Gesellschaft)의 상징 문양 아래에는 로부르 참나무가 그려져 있습니다.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의 로고 역시 독수리가 발톱으로 참나무 엽환(葉環, 참나무잎)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입니다.
히틀러는 참나무를 적극적으로 선전에 활용했습니다. 히틀러는 전국에 참나무를 심었고,
1938년부터 유대인이 독일의 숲에 들어가는 것도 금지시켰습니다.
독일에서는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 독일 제국의 재상 비스마르크, 장군 힌덴부르크 등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 전역에 참나무를 심는 행사가 있어왔는데,히틀러 역시 그 대상으로서 히틀러 참나무(Hitler-Eiche)와 월계수 등이 심어졌죠.
서론에서 언급된 손기정 선수가 받은 참나무 역시 올림픽 참나무라고 불리며, 2014년 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에서는 아직까지 현존하는 '히틀러의 올림픽 참나무(Hitlers Olympia-Eichen)'를 추적하여 기사화한 바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국방군, 무장친위대도 참나무잎을 깃발, 계급장, 부대마크, 훈장 등에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패전 이후 광적인 참나무 숭배는 점차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후 독일연방군(Bundeswehr)의 계급장이나, 동전 등 여전히 독일인들은 참나무과 그 잎을 다양한 곳에서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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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2007636555384.pdf
- 유럽산이 미국산으로 둔갑…‘손기정 월계관수’ 미스터리 : 생태와진화 : 생태와진화 : 애니멀피플 : 뉴스 : (hani.co.kr)
- https://en.wikipedia.org/wiki/Centaurea_cyanus#Folklore_and_symbolism
- https://de.wikipedia.org/wiki/Kornblume#Symbol
- https://www.zobodat.at/pdf/OEKO_2009_2_0003-0012.pdf
- https://www.fluter.de/deutsche-eiche-nationalsymbol
- https://zoippo.net.ua/zapowiki/index.php/Die_Eiche_als_Nationalsymbol_Deutschlands
- https://www.wikiwand.com/de/Truppenfahne_%28Wehrmach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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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참나무를 저리 좋아할줄은 몰랐다. 정보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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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어요
진짜 정보 개추
이거 실베 갔었는데 왜 지워졌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