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하게 흐린 품이 비가 올 듯하더니 비가 오는 정도가 아니라 양동이로 퍼붓듯 비가 쏟아져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식물갤에서 무플방지 노릇을 하는 박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당근에 (거리도 가까운 곳에서) 원하던 작은 슬릿분을 판다는 글을 보고 구매 성공한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다른 당근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매물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책상용 작은 무선선풍기까지 사기로 되었다.


첫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당근 매물을 번번이 놓쳐 입맛만 다신 박 첨지는 작은 슬릿분들이 쇼핑백 가득 손바닥에 쥐어질때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통풍을 위해 미니 선풍기까지 구매한 것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순화중인 유묘들에 안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선반 식물들에게 작은 통풍 바람도 
줄 수 있음이다.


그의 담디몬이 뿌리 녹음으로 쿨럭거리기는 벌써 보름이 넘었다.
세상 제일 강한 몬스테라라고 대충 뿌리를 정리하고 수태꽂이를 해 놨었다.
구태여 물꽂이를 하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물꼬로 받은 뿌리는 흙으로 보내면 가끔 녹는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식갤 고수분들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하나 달고 온 신엽은 잘 밀어내는 듯 하고, 새하얀 새뿌리가 잘 나다가 끝부터 검게 또 무르고,
새뿌리를 뻗다 녹는 폼이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배송 올때 뿌리가 녹은 때문이다.


그때도 박 첨지가 오래간만에 발근제를 희석해서 먹여주었더니, 박 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뿌리만 담그고 있었다.
마음은 급하고 대충 상한 뿌리만 정리한 채 뿌리 줄기 안이 물러 가는 것을 모른채, 그 오라질 년이 뿌리는 고만두고 줄기로 움켜서 잎장에 일액이 맺히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 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뿌리가 무른다, 새뿌리 내다가 무른다 꺼멓게 상해가며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박 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뿌리 녹는건 할 수가 없어, 정리해줘도 병, 뿌리 자꾸 물러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해!”
하고 김 첨지는 물러진 뿌리를 소독된 칼로 한 번 후려 갈겼다.
무른 뿌리 하나는 바루어졌건만 잘려진 뿌리 끝에 진물이 맺히었다. 김 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뿌리 무름은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또 새뿌리 나던 것이 끝부터 물러가고 있다고 식집사를 놀래켰다.

“이런 오라질 년! 상한 뿌리를 정리해줘도 또 무르는 년이 새뿌리는, 또 처내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제대로 정리 못해준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




소독한 칼을 들면서 살균제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식집사는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뿌리만 녹고 있으면 제일이야! 뿌리를 내여 흙으로 가서 폭풍성장 해야지” 라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칼로 상한 뿌리를 몹시 쳐냈다.
그러나 칼질에 채이는 건 건강한 뿌리가 아니고 흐물러진 뿌리 느낌이 있었다. 


칼로 잘라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식집사는 줄기 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꺼매지는 담디몬의 끝줄기를 꺼내어 들어 흔들며,

“이년아, 무르긴 왜 물러, 줄기도 물렀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잘라도 안에 또 꺼멓게 물렀네.”

 “…”


“이년아, 어디까지 물렀단 말이냐, 왜 자꾸 꺼멓게 있어.”

“…”

“으응. 또 물렀네, 정말 어디까지 무른거야.”

이러다가 뿌리 하나 없이 줄기 밑부분까지 거의다를 도려낸 담디몬을 보자

 “이 뿌리! 이 줄기! 왜 하얗질 못하고 자꾸 껌게 물러진거니, 응.” 하는 말 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식집사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마지막 물러진 줄기의 뻣뻣한 흰속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박 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담디몬 잎장에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살균제를 얻어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발근제를 사다가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feat.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새뿌리가 나다 무르기에 확인해 보니....줄기 안쪽 무름이 진행되면서, 진행된 곳의 새뿌리도 결국 차차 물러져 가고 있던.....
뿌리와 거의 모든 줄기를 잘라 내고 나니 조금이라도 무른 부위가 제거되어 겨우 손톱만큼 남은 줄기....
그래도 몬스니까... 잘 극복하고 뿌리 내어 줄거란 기도메타를 시작해본다.....

어쩌면.....그는 한때 대빵콧구멍 몬스의 희망회로를 태워준 좋은 담디몬이였......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