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고니아의 번식에는 잎꽂이, 삽목, 근경 분할 같이 아주 쉽고 유용한 영양번식법이 있는 반면 귀찮고 마이너한 종자번식법 역시 당연히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종자를 사용하는 이유라 하면 같은 종의 식물을 대량 양산하거나 희귀종의 보존, 하이브리드 교배종의 생성시에 유용해요. 또 종자 재배시 잎꽂이(영양생식)보다 훨씬 굵고 빠르게 자라는 개체가 나와서 유묘가 아주 약한 구근 원종들이나 일부 근경종들의 번식에 용이합니다.
또 페록스나 멜라노블라타 같은 뿔고니들은 잎꽂이 시 늦으면 몇개월 정도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라 수정부터 발아까지의 시간이 오히려 더 짧은 경우도 있어서(...)

베고니아는 왠만하면 암수한그루 식물이라 한 식물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자가교배를 막기 위해 둘 중 하나가 먼저 피고난 뒤 다른 꽃이 피는 경우가 많습니다(동시에 피는 종도 있음).

수꽃이 먼저 피는 베고니아면 미리 수꽃을 따놨다가 얼마 후에 사용해도 되지만, 암꽃이 먼저 피는 경우는 운이 없으면 다음 개화까지 기다려야 될 수도 있으니 한번 빠른 시간안에 제대로 만들어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같은 종을 2그루 이상 키우시는 걸 추천드려요.

아아아주 드물게 소철이나 은행나무 같이 암수딴그루의 베고니아가 있기는 한데 요녀석들은 꽃 피기 전까진 구분이 불가능하니 둘다 구하시는 건 정신건강의 이유로 딱히 추천드리고 싶진 않어요.

수꽃이랑 암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꽃 뒤에 씨방의 유무임니다.

0fb8d729ebdb399962bedbad17c82d3cbafa208a585e86695cc30ba1d10054e4e95370fe5639b4a4db3889810c2b8f5199045ee7f745aff5b815b3

사진의 D,E가 수꽃, H,G가 암꽂인데, 보이다시피 암꽃은 꽃잎 뒤에 프로펠러 모양의 씨방이 달려있어요. 수술의 모양과 암술의 모양도 다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어요.

여튼 얼마전에 sp 사라왁이 꽃이 폈어서 수분 하는겸 사진 찍으면서 기록해봤슴니다.

3fb8c32fffd711ab6fb8d38a4783746fa4f5de3eaf41973cd3191dbc4a090b945e7c02ee5b709cbe00cf2142a5

사라왁은 수꽃이 먼저 개화하는 녀석인데, 크기가 어느정도 돼서 그런지 꽃 양이 상당했습니다.

3fb8c32fffd711ab6fb8d38a4781766d4f6342dac1b011f301e42526ea1e85edcc19dacf1bcf5de3f2d8efadc517

수꽃이 개화하면 바로 따지 마시고 한 1~2일 뒤에 어느정도 수술이 벌어지면 따시는 걸 추천드려요. 보통 꽃가루는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두면 몇주간 보관 가능한데, (냉동시 몇달 가능) 보관 전 꽃 째로 말린 뒤 보관하시면 좋슴니다.

암꽃이 피면(암꽃이 먼저 피는 경우 암꽃이 지기 전에 수꽃이 피면) 요 쟁여놨던 수꽃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주면 되는데, 일반적인 식물 처럼 수술을 암술에 비벼줘도 되지만 성공확률이 그리 높진 않어요(체감상 5~60% 정도). 베고니아 수술은 벌이 위잉 거리면서 진동을 발생시키면 꽃가루를 방출하는 진동수분에 특화되어 있어서...

그러면 진동을 발생시켜서 꽃가루를 빼 줘야 하는데, 주로 소리굽쇠를 사용하시더라고요

3fb8c32fffd711ab6fb8d38a4483746f3510858fe554334980b968df8581ca16836b5faf43bec8829a9b2cd9b6

악기 쪽 종사하시는 분이면 친숙하실 것 같은데 딱딱한 곳에 치면 생기는 진동으로 꽃가루를 빼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냥 편해서 요걸 쓰긴 하는데 사실 전동칫솔 같이 진동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왠만하면 다 사용하실 수 있어요. 영 없으면 휴대폰 진동도 되긴 되더라고요(?)

말린 꽃을 검은색 매끈한 플라스틱 같은것 위에다 올려두시고 소리굽쇠로 조져주시면 노르스름한 꽃가루가 나옵니다.

요 꽃가루를 붓같은걸로 떠서, 혹은 꽃가루가 묻은 표면을 핀지 1~2일 된 암꽃의 암술에 슥 발라 주시면 됩니다. 왠만하면 수정이 안되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수정이 되면 암꽃이 시들고 씨방부분이 90°정도 확 꺾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씨가 커지면서 씨방이 부풀어 열매가 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7fed8274b58a6af751ee85e44180717397c865d5a15e24d09213e82441941ef3

수정 전

7fed8274b58a6af751ee85e647857673fbf5f6fa5442f9f9f82137cc428d6ea0


사라왁은 꽃 자체가 너무 작아서 지난주에 수정시킨 sp 숨푸르는

3fb8c32fffd711ab6fb8d38a4383746fc283581527b935afe0b641f6dd5682c2a58304d3d83c2f6f7624c0f434

3fb8c32fffd711ab6fb8d38a4083746f73693a32c353e74b18767e93f5acd4b3f07b5e54cf7b5e0088ac4dcf27

요렇게 확실하게 확인하실 수 있어요. 보통 이렇게 암꽃이 시들면 꽃이 떨어지는데, 이번 사라왁처럼 익을 때 까지 붙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상태로 3주-1달, 길면 3달 정도가 지나면 열매가 갈색으로 마르는데, 이때가 수확할 때여요

7fed8274b58b69f151ef81e547817373a4fb0fde3f1a3412609dcb1594f59c26

마른 열매. 화질이 썩어 문드러졌네요

7fed8274b58b69f151ef81e544857773b9a2a7acd797d3c8bff54036d21e9900

딴 것

요 마른 열매를 A4 용지 위에서 조심스럽게 분해 해주시면 먼지같은 씨앗이 쏟아집니다. 씨앗 1개에 0.2mm 정도로 매우 작으니 씨앗 빼다가 재채기를 하시거나 강한 날숨을 내뱉으시면 수득률이 0이 되는 마법도 보실 수 있습니다.

보통 열매 하나에 씨앗이 300개 정도 나오는데 사라왁은 열매 자체가 워낙 작아서 한 100개 가량 되는 것 같네요.

7fed8274b58b69f151ef81e540857573e2fefca06d1ffd65ebb4f0c66d401381

요 중에서 상태가 좋은 씨앗을 골라 내야 하는데, 일반 종자는 물에 넣어서 가라앉는 씨앗을 골라내면 되겠지만, 요렇게 작은 놈들은 너나 할것없이 뜨기 때문에 대신 종이 위에서 굴렸을 때 구르는 녀석들만 골라 내주시면 됩니다.

구르는 씨앗의 예시. 상태가 안좋은 씨앗들은 평평하거나 찌그러진 모양이라 구르지 않어요.

이렇게 분리해 낸 씨앗들은 유산지에 싸거나 샘플병에 넣어서 보관해 주시면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므로 빠른 기한 내 심으실 것을 추천드리지만, 좀 오랫동안 보관하시려면 냉장보관(냉동X) 하시는 걸 추천드려용.

7fed8274b58b69f151ef81e4478173737dda5b30a84bacc41f994cc7744e776c

참고로 아무 고니나 다 종자번식이 가능한 건 아니고, 흔히 교배로 종자 생성이 가능한 경우는 아쉽지만 주로 원종 한정이여요. 다만 원종도 하이브리드 생성시 교배가 안되는 짝들도 있고 교배종들도 생각보다 형질이 온전하게 자가수정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사실 케바케임니다. 하이브리드 꽃가루 + 원종 암술로 만든 하이브리드는 생각보다 수정이 잘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보통 교배가 성공적이지 않으면 암꽃이 시들고 씨방까지 통째로 떨어지거나, 열매를 따서 열었을 때 구르는 씨앗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종이 여러 종 있으면 다른 종들끼리 수정시켜서 교배종 만들고 놀면 재밌으니 시도해 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