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린네 선생이 계셨으니,

린네 선생이 보시기에 난초는 지생란과 착생란 딱 두 종류였고

착생란을 모두 에피덴드룸이라고 부르셨으니 보기 좋았더라


----


난을 언급할 때에 반드시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게 바로 에피덴드룸.


그리스어로 επι (둘레, 주변) + δένδρον (나무)의 합성어를 라틴어화한 epidendrum에서 따온 명칭.

나무(덴드론) 둥치를 뿌리가 휘감아(에피)가면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으로 붙은 속명.


카를 폰 린네 선생이 처음으로 학명이라는 개념을 창시하면서,

난초라는 식물들이 크게 지생란과 착생란이라는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생란들을 오르키스로, 착생란들을 에피덴드룸으로 분류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착생란들은 죄다 에피덴드룸이라고 불렀으나,
점점 표본이 모여지면서 무지성으로 에피덴드룸이라고 부르는 것은
1. 너무 종류가 많아진다
2. 해부학적으로 봐도 전혀 연관성이 없는 애들이 많아진다
라는 이유로 세분화 되기 시작하여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때 덴드로비움도 엔시클리아도 카틀레아도 에피덴드룸이라고 싸잡아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나마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애들을 분가시킨 현재에서조차, 남아있는 에피덴드룸도
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폭이 넓은, 쓰레기통 수준의 속 분류로 규탄받고 있다.

(덴드로비움과 벌보필룸속과 함께 적폐 식물속으로 취급받고 있는 중)


아무튼 현재의 에피덴드룸속을 확실하게 정의하자면

1. 남미에서 주로 발견되며

2. 착생란으로 복경성 (한 해에 줄기가 여러개 자라나는 식물)

3. 카틀레아와 엔시클리아의 근연종인 식물들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현재 남은 애들은 대부분이 줄기가 길쭉하고 잎이 3장 이상으로 달리며 꽃이 커 봤자 10cm 미만인 아담한 녀석들 위주로 되어 있는데
딱 봐도 아 이게 에피덴드룸이구나 할 법한 녀석들이 주로 남아있게 되었다.

7fed8277b5856af351ee83e043827273965b859e0ccb7bfb0350c001e8ab9548

Epidendrum oerstedii


7fed8170b58b68f451ed87e547817c7356930e7892fb4a5d37d184f18677b919

Epidendrum cilliare


7fed8171b58368f451ed86e64e807673d7795e00f55b8a3e25a32ad025c98b49

Epidendrum trialatum



22afd128e2d775a57caad5bc10d83c70be501a65bda8943e0022154aa5d165c6baa5531874f713

Epidendrum hybrid (ibaguene 계열)

출처: https://www.gardeningknowhow.com/ornamental/flowers/orchids/epidendrum-orchid-care.htm)


공통적으로 꽃잎이 매우 가늘고, 립(꽃술대를 둘러쌓는 가장 크고 중요한 꽃잎)이 가늘고 길쭉하다가 끝부분에서 확 퍼지는 형상을 가진다.


꽃이 거대한 카틀레아나, 화려하게 생긴 덴드로비움 등의 다른 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꽃이 작고 수수하게 생겼지만,

보통 한번에 여러 송이가 동시에 피던가 (라디칸스/이바겐세 계열),

큼직하면서 향이 강한 꽃이 피던가 (녹터눔, 실리아레 계열)

아니면 독특한 형태의 작은 꽃이 가지피기로 피던가 (슈데피덴드룸 계열) 

하는 식으로 독자적인 원예업계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난초의 중요한 속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에피덴드룸은 착생식물로, 항상 균일한 습도와 비교적 높은 광량을 선호하며,

라디칸스(와 이바궨세)의 경우는 거의 땡볕에서 잘 자라는 양지 식물의 특성을 가진다.

덴드로비움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라디칸스 계열을 제외하면 카틀레아 수준의, 이중창과 방충망을 거친 베란다 광량으로도 충분하고도 떡을 치고도 남는다.


습도에만 신경써주면 병충해도 딱히 없이 튼튼하기도 하며

꾸준히 꽃을 피워주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권장되는 난초이기도 한 동시에,

매우 매니악한 형태를 가진 종들도 존재해서 매니아들에게도 권장되는 난초의 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