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드로비움.
건담 좋아하는 오들오들 아재 덕후들이라면 바로 반응할 그 이름.
난초과의 전체 식물 중에 벌보필룸과 함께 가장 거대한 속을 이루는 식물들의 총칭이며,
무려 1800개나 되는 엄청난 양의 식물들이 덴드로비움이라는 명칭으로 분류되고 있다.
모든 개체들이 태평양 연안에서 발견되며, 한반도에서 부터 서쪽으로는 인도, 남쪽으로는 호주 대륙에 걸쳐 자생하는 매우 거대한 개체군이다.
기초적으로 덴드로비움의 99%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1. 대나무와 같이 마디져서 길쭉하게 자라는 줄기.
2. 마디마다 달리는 비교적 얇고 기다란 잎.
3. 줄기에 마디마다 달리는 꽃.
덴드로비움의 모식종인 석곡 (Dendrobium moniliforme)
덴드로비움이라는 식물의 대표적인 형태를 다 갖춘 식물이다.
참고로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대로, 린네 선생은 이걸 에피덴드룸이라고 분류했었다.
후대 학자들이 세분화 하면서 갈라져 나왔는데,
덴드로비움은 그리스어로 나무를 뜻하는 덴드론(δένδρων)에 생활, 삶을 뜻하는 비오스(βίος)를 합성한 단어를 라틴어화한 것으로,
직역하면 나무에서 사는 자들이라는 뜻이다.
거의 대부분의 개체들이 나무에 붙어 사는 착생 식물이다.
물론 바위에도 잘 붙는다.
방금 전에 덴드로비움은 여러 절(Section)로 나뉜다고 언급했던가?
이 절의 구분에 따라서 덴드로비움은 생육 특성이 천차만별로 갈리게 된다.
그래서 재배시에 주의할 점들이 달라진다;;;
가끔씩 뇌절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1. 덴드로비움절 (Sectio Dendrobium)
석곡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자생종들을 포함한 절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겨울을 난다라는 거다.
여름에는 장마를 겪으며, 겨울에는 건조하고 추운 날씨를 겪는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덴드로비움절의 덴드로들은 낙엽이 지며 월동 모드로 들어간다.
아 물론 한반도에도 자생하는 석곡이라고 해도, 중부지방의 냉대 기후까지는 견디지 못하고,
경남/전남 해안가의 비교적 따뜻한 기후를 버티는 수준이니 영하 10도 떨어지는 추운 바깥에 내놓는 짓은 하지 말길 바란다.
여름 동안에는 우중충한 날씨와 잦은 비, 그리고 울창하게 자라는 나뭇잎에 가려서 상대적으로 햇빛을 덜 받아도 비교적 잘 성장하지만
가을 이후부터는 해를 가리던 나무들은 모두 낙엽이 져서 잎이 다 사라지고, 햇빛이 다이렉트로 쏟아지게 된다.
비록 잎을 떨궜지만, 덴드로들은 줄기에서도 광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겨울 동안 강광에서 잘 구워주는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충분히 비축된 양분으로 봄에 개화를 할 수 있으니깐.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덴드로비움절의 덴드로들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보통 대나무처럼 생긴 줄기의 마디마다 2~3개의 꽃을 올리게 된다.
덴드로비움 노빌레
덴드로비움 라미아이애
덴드로비움 시씽겐세
덴드로비움 헤테로카르품
덴드로비움절 덴드로들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의 가정집에서 키우기 좋다는 점이다.
여름엔 장마와 불지옥 더위가 오고 겨울에는 춥고 건조한 동북아시아의 기후에 맞춰 진화된 놈들이니깐.
햇볕 잘 드는 베란다에 놓고 키우기에 이것 만한 난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철에는 충분히 물과 양분을 주도록 하고,
가을이 들어오면 비료는 절대로 주지 말고, 물은 간간히 분무기로 가볍게 스프레이 해주는 수준으로만 주도록.
2. 포르모사 절(Sectio Formosae)
덴드로비움절과 서식 반경이 어느 정도 겹치는 절이다.
대만과 베트남, 필리핀이 주 서식지인데···
가장 큰 특징은 식물체 전체에 검은 털이 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거 검은털(Nigrohirsute) 덴드로비움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웠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은근히 개복치스러운 놈들이 많았다.
지나친 고온에도 힘들어하고, 너무 추워도 싫어한다.
항상 높은 습도를 유지해줘야 하고, 한번 말라비틀어지면 그대로 죽어버린다.
그렇다고 과습을 하면 썩어버린다.
뭐 이딴 놈들이 다 있어.
그러나 꽃이 덴드로비움들 중에서는 가장 크고 화려하며, 특이한 형태의 꽃이 펴서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절이다.
절명인 포르모사는 라틴어로 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하다.
덴드로비움 포르모숨
덴드로비움 산데래
덴드로비움 카리니페룸
참고로 얘들 중에 카리니페룸 빼곤 올해 다 죽었다....ㅜㅜ
3. 덴드로코리네 절(Sectio Dendrocoryne)
호주를 대표하는 덴드로비움들이다.
흔히 꽃집에 가면 꿀냄새 무지 찐하게 풍기는 작은 꽃이 무수히 핀 난초들을 “깅기아난”이라고 파는 것을 본 적이 있을텐데,
그것이 바로 이 덴드로코리네에 속하는 덴드로비움이다.
참고로 깅기아난이 아니라 킹기아눔인데 시장 아줌마들의 구수한 발음으로 깅기아난이 되어버렸다.
대명석곡 역시도 여기에 속하는 식물들이다.
추위에 매우 강하며, 영하 4도의 온도에서도 하루 정도는 버티는 강한 내한성을 지녔다.
한편 매우 높은 광량을 좋아하며, 땡볕에서도 잘 자란다.
덴드로비움절 역시 겨울철에 고광량을 요구하지만, 덴드로코리네들은 그보다 더 높은 광량을 선호한다.
덴드로비움절과 마찬가지로 겨울에 낮은 온도와 건조한 환경을 겪어야 제대로 꽃대가 나와서 꽃을 피울 수 있다.
말로 하면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 키워보면 키우기 쉽다.
겨울 동안에는 걍 생각 날 때마다 분무기로 살짝 촉촉하게만 해 주면 된다는 소리니깐.
덴드로비움 킹기아눔
4. 덴시플로라 절 (Sectio Densiflora)
매우 많은 꽃이라는 뜻의 이름대로, 꽃대 하나에 20에서 40송이의 꽃이 모여서 피는 것이 특징인 덴드로비움들이다.
대부분이 베트남과 태국, 중국 남부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겨울철에 다소 건조하게 재배해야 하지만 덴드로비움절이나 덴드로코리네들 처럼 바싹 말릴 필요는 없다.
(····그건 바꿔말하면 겨울에도 벌브가 마르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소리이긴 한데···)
광량도 비교적 적게 요구한다.
그래도 상당히 튼튼하게 잘 자라는 식물들로, 키우기 그다지 어렵지 않다.
포르모사보단 훨씬 잘 자라니깐 말이지...
봄철에 꽃송이가 길게 늘어나면서 일제히 꽃이 피는 모습은 아름답다.
다만 단점이라면 보통 꽃이 일주일 이상 못간다는게 흠.
덴드로비움 린들레이
덴드로비움 술카툼
덴드로비움 파메리
현재 공간 부족으로 린들레이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분양해버림.
5. 칼립트로킬루스/페딜로눔 (Sectio Calyptrochilus & Pedilonum)
일단 하나로 묶어서 설명하겠는데, 공통적으로 파푸아 뉴기니섬 주변에서 주로 서식하는 식물들이다.
아열대식물인 종들과 고산지대 식물이 섞여 있는데,
칼립트로킬루스라는 이름은 립의 앞쪽이 꺾여서 꽃의 안쪽을 가린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고 (καλύπτρα가리는+χείλως입술)
페딜로눔은 립과 꽃술대가 합쳐져서 넓쩍한 발 모양이 된다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립의 형상을 제외하면 둘은 매우 유전적으로도 가까운 종들이고, 형태도 매우 유사한 애들이 많다.
덴드로비움 골트슈미티아눔 (이명: 미야케이)
덴드로비움 브락테오숨 (장포석곡)
덴드로비움 히비키
덴드로비움 래비폴리움(고산종)과 브락테오숨의 교배종.
래비폴리움의 비교적 크고 진한 색의 꽃에 브락테오숨의 내서성을 함께 갖춘 교배종.
6. 팔래난테 & 스파툴라타 (Section Phalaenanthe & Spatulata)
흔히 말하는 “덴파레”들이 속한 절.
파푸아뉴기니에서 호주 북부 지역에 걸쳐서 자생하는 종들로,
한마디로 정의하면 추위를 싫어한다.
영어 문서들 찾아보면 얘들을 따로 찝어서 Hard cane dendrobium이라고 지칭하는데
진짜로 줄기가 딱딱하고 꼿꼿하게 일직선으로 서서 자라는 특성이 있어서 그렇다.
Dendrobium절의 경우는 잎의 무게 때문에 밑으로 축 처져서 자라는 경우가 많아서 Soft cane dendrobium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팔래난테는 말 그대로 나비처럼 생긴 꽃이라는 뜻으로, 마치 팔래놉시스와 비슷하게 생긴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파툴라타는 주걱 모양이라는 뜻인데, 꽃잎이 마치 주걱 모양으로 생겼다는 것에서 유래되었으나,
가장 큰 특징은 꽃잎이 꽈배기 처럼 뒤틀려서 핀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팔래난테와 스파툴라타는 교배가 잘 되며, 시중에 판매되는 교배종 덴파레들은 보통 이 둘을 섞어서 만들어졌다.
난 안키운다ㅋ
참고로 교배종의 흔함에 비해선 순수한 원종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ㅜㅜ
7. 라투리아 절 (Sectio Latouria)
프랑스의 식물학자 라투르의 이름에서 유래된 절.
대부분이 파푸아 뉴기니에서 발견되는데, 외계에서 온 식물처럼 기괴한 형상의 꽃이 핀다.
아열대 식물로 비교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선호한다.
특이한 형상의 꽃이 펴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식물.
덴드로비움 로도스틱툼
덴드로비움 아트로비올라케움
한편 라투리아계열 덴드로비움 중에 가장 압권은 덴드로비움 스펙타빌레 (Dendrobium spectabile)다.
진짜 촉수 괴물같이 생긴 꽃이 핀다.
개인적으로 갖고 싶어하는 난초 중에 하나인데, 국내에선 구할 길이 없으요...
8. 기타 등등
이거 말고도 마이너한 절은 20여개 이상이 더 있다.
아무튼 덴드로비움을 키울때 공통적으로 염두해 두는 것은, 덴드로들은 화분이 작은걸 좋아한다라는 점이다.
덴드로비움들은 공통적으로 뿌리가 난초중에선 곱고 가는 편인데,
이 뿌리가 타이트하게 꽉 끼는 상황에서 생장도 빠르고 꽃달림도 좋다.
지름 6cm짜리 작은 토분으로도 거기 안에 벌브가 꽉 차도록 키울 수 있다.
화분 안이 벌브로 가득 차면 그때 한 치수 위의 화분으로 분갈이 해주도록 한다.
또 한가지는 응애들이 진짜로 좋아한다.
응애가 오면 제일 먼저 공격하는게 바로 이 덴드로비움들이다.
님오일이나 난황유는 항상 구비해두도록 하자.
긔 외에도 공통적으로 과습을 주의하도록 하고, 통풍에 신경쓰는 것이 중요하다
오 요즘 난에 관심 많은데 정말 친절한 글이다! 잘 읽어볼게!!
재밌다 내가이쁘다고 생각한 건 다 덴시플로라절이었네 - dc App
우와..진짜 빛과 같은 정리글..넘 감사합니다
난렐루야!!!
개추
동북아산 석곡 황월이 키우고 있는데 신경 안써줘도 잘 자라줘서 너무 좋더라. 빨리 봄이 와서 동북아 석곡을 엽에품, 화예품 맘에 드는걸로 종류별로 사고싶어져.
정보추! 두고두고 봐야지
나 요번에 벌보필름 모닐리포르메 샀는데 야는 고사리처럼 키워도 될까?
덴파레 다른 속으로 분리됨
글 잘 읽었어. 네 지식에 정말 감탄했어. 향 좋은 난초들은 뭐가 있어? 울나라 춘란(보춘화)랑 한란도 향이 좋다는데 향 좋은 난초들만 따로 모아서 알려줄 수 있어? 무슨 절인지도 함께.
굳이 울나라 난초가 아니더라도 향이 좋으면 다 환영이야!!!
종말 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