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한테 자주하던 말이야

식물 키우는 엄마의 모습은 늘 신나보였음

엄마는 국화를 항상 내 머리통만하게 키웠어

멀리서 볼땐 겁나 이쁘더라고

가까이서 보고 기절초풍 하는 줄 알았지

진딧물 천국이더라..



베란다에는 큰 화분이랑 작은 화분의 식물들이

늘 푸릇푸릇하고 알록달록 이뻤어

엄마의 손길이 닿으면 죽어가던 식물도 살아났지



그런데 지금 우리집 베란다는 황폐해

엄마가 떠난지 2년정도 됐는데

식물들이 거의다 죽고

화분에는 잡초 투성이에 군자란이랑 행운목

요 두가지만 겨우 살아남음



식물들 잘라서 쓰레기봉투에 버리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ㅠㅠ

내 인생의 반정도를 같이산 애들인데 버릴때 진짜 가슴아팠음 ㅠ

화분 정리하는것도 힘들더라..

엄마는 취향도참.. 겁나 무겁고 촌스러운 도자기 화분들이라

흙 버리는데 허리 나가는줄 알았고요ㅋㅋ

다행히도 경비아저씨가 화단에다 버려도 된다고 하시고

끌고가는 수레?같은거 빌려주셔서 수월하게 버림



그래서 남은 군자란이랑 행운목이라도

잘키워보자는 마음으로 물도 잘주고 신경도 좀 써줬음



그. 런. 뒈.

10월달에 한달정도 집을 비웠거든?

집에 왔는데 세상에마상에

군자란 잎이 주황색 범벅이고 행운목 아랫쪽잎이 다 마른거야

상태도 안좋고 시들시들

얼른 물주고 마른잎들 떼주고 분무기 사와서 분무질도 해주고

그랬더니 조금씩 쌩쌩해지더라고



그때 좀 알겠더라

식물 키우는게 재미를 떠나서 잘 자라는거 보면

뿌듯하고 그렇더라고



그래서 식물좀 키워보고 싶어졌어

잘 키워보고싶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뭐살지 물어보니까

미친년이 무슨 겨울에 식물을 산다고 지랄이냐몈ㅋㅋㅋ

그치만..난 지금당장 사고 싶은걸?

쿠팡 뒤져보니 로켓프레시로 배달되더구만?

키우기 쉬운 관엽식물 6종 있더라

얼른 시킴 ㅋㅋㅋㅋㅋ

화분이랑 분갈이 흙? 세척 마사토 요것도 주문함



사실 우리 엄마는 귀농 하셨음ㅋㅋ

좁은 베란다가 아닌 넓은 밭이랑 화단에다 이것저것 키우고 있음

한달동안 집 비운것도 일 도와주러 갔던거ㅋㅋㅋ

콩 베고 고추 따고 풀 메고 양파도 심고..팥도 따서 말리고

마늘을 한 망 주길래 가지고 가라는 줄 알았는데

튤립구근이래;; 그것도 겁나 많이 심음

근데 쫌 재밌었어 흙만지는거 기분 좋더라

벌레는 극혐이지만..



엄마한테 관엽식물 6종 샀다고 하니

"기어이 샀네 죽이지말고 잘 키워봐 ."

라고 하시더라 ㅋㅋㅋ나 지금 너무 설레

잘 키울거야!!! 일단 나의 목표는 죽이지 않는거야



잘 키울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