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서기 2000년.

분자생물학 기술의 발달로, 유전자의 정보를 인류가 바로 해독하는 길이 열리면서 온갖 게놈 프로젝트가 활발히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것은 생물 분류학에서도 일대 혁신이나 다름없었는데,

지금까지 겉으로 보이는 형태에 100% 의존해서 생물의 종을 분류했었지만

이제 그 아래에 있는 유전자라는, 생명의 근본이자 정수를 바로 판독하여 수렴진화라는 함정카드를 회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수많은 원예가들에게 악몽의 시작을 고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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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식물학 세계최고 권위인 영국의 왕립 KEW 식물원과 멕시코의 식물학자들이 주축이 되어서,

카틀레아와 근연종들의 유전적 연관성을 조사하는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그 결과, 실로 충격적인 결론이 나오게 되는데, 아직도 일부 육종가들은 이걸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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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틀레아의 근연종들은 분류학적으로는 랠리아족(Tribus Laeliinae)라는 분류 단위를 형성한다.

(족(Tribe)는 과(Family)와 속(Genus)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단계의 분류군인데, 절(Section)와 함께 난초과 분류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단위이다)

카틀레아, 랠리아, 에피덴드룸, 엔시클리아, 프로스테케아라는 매우 굵직한 속들이 이 랠리아족에 속하는 난초들이다.

(영미권에서는 카틀레아 연맹(Cattleya Alliance)라는 뭔가 거창한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예전부터 일부 식물학자와 원예가들이 지적했던 문제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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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산 랠리아는 브라질산 랠리아와 완전히 다른 식물들이며, 멕시코산 랠리아들은 오히려 에피덴드룸에 더 가깝다!

그리고 브라질산 랠리아들은 모두 다 카틀레아와 매우 가까운 관계이다!!

덤으로 소프로니티스들 역시 과거 하드로랠리아라고 불리우던 식물들과 근연종이었다!!!


이 논문 덕분에 브라질산 랠리아들--푸르푸라타, 밀레리, 푸밀라 등등--과 소프로니티스속은 폐지당했다.

(사실 소프로니티스와 브라질산 랠리아들이 근연종이라는 논문이 먼저 나와서 브라질산 랠리아들을 소프로니티스라고 부르자는 논문이 먼저 나왔다)


사실 이거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예전부터 있었던 탓에, 영국 KEW에서는 공식적으로 멕시코산 랠리아들만을 랠리아속으로 인정하고 있고,

그 외의 종들은 모두 다 카틀레아로 일괄 재분류하고 있다.


물론 육종가들과 아마추어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는데

“라벨 바꾸기 귀찮다”

“코딱지만한 내 세르누아가 어째서 카틀레아냐”

“과학자들 니들이 난초 길러나 봤어?”

등의 반발을 하면서 이걸 20년이 지난 아직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 한 트럭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솔직히 2엽종 카틀레아는 생긴게 단엽종 카틀레아와 완전히 다른데도 카틀레아라고 잘만 부르면서

브라질산 랠리아들을 카틀레아로 인정 안하려 드는 것 자체가 존나 병신 같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