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서울숲 바로 앞에 있어. 이제 2년 정도 됐지.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남들 놀러가는 곳은 오히려 잘 안가지. 그 동안 서울숲 간 건 늦봄 초가을에 점심 먹고 잠깐 낮잠때리러 가거나, 벚꽃철에 꽃구경 가거나 그 정도야. 


작년 늦여름, 우연한 계기로 식물에 입문하고 화분을 하나 둘 씩 늘렸어. 내 성격이 뭐 하나 슬쩍 빠지면 스스로 늪을 향해 걸어가는 편이야. 이번에도 인터넷과 책을 뒤지며 별 걸 다 알게 됐지. 원래 선인장 조차 죽이던 나였어. 이제는 그래도 식물에 따른 흙배합이나 물주기, 빛 요구량 정도까지는 체크해가면서 화분을 늘려왔어. 내 취향이 꽃피우는 식물보다는 관엽, 특히 콜롬비아 원산의 큰 잎을 가진 식물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취향이란 게 그래. 흔히 쓰는 단어지만 사실 이게 취향이다 말하려면 많은 시간과 경험, 그리고 어느 정도의 돈을 써야 알 수 있는거잖아. 파란건 잎이고 색있는 건 꽃이다, 이 정도만 알던 내가 길거리 꽃집에 있는 식물의 이름이 뭔지 말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그 정도의 경험이 필요했어. 당근에 원하는 식물을 키워드로 설정하기까지도 마찬가지였고. 디씨 청정구역으로만 알고 있었던 식갤에 고닉까지 파서 들락거리게 된 것 또한 같은 이유야. 


식물원가서 크고 멋진 식물들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찾아보니 서울식물원이라는 데가 있더라구. 주말 아니면 짬이 안나는 위치였어. 또 찾아봤지. 아니 이런, 서울숲에도 식물원이 있는거야. 곤충식물원이라는 작은 곳이지.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겠더라구. 그래서 오늘 점심을 간단히 먹고 갔다 왔어. 아마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식물원이란 곳을 처음 가본 것 같아. 


예상보다도 규모가 작더라구. 근데 들어가자마자 신기한거야. 아 저건 보스톤 고사리구나, 아 칼라데아 계열이 환경이 되면 저렇게 커지네? 엥? 아레카 야자가 원래 저렇게나 크게 자랄 수 있는 거였어? 뭐랄까. 세상의 파충류는 어항에서 키우는 도마뱀이 전부인지 알았던 꼬마가 공룡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어. 식물 입문하기 전이었다면 여전히 큰 풀과 뻔한 꽃들이 있네, 정도로만 느꼈을 게 반년 남짓한 식덕 생활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거지. 


서울숲은 아직 겨울의 풍경이야. 조만간 푸른 잎들이 하나 둘씩 보이겠지. 꽃들도 피어날거야. 그 때가 되면 나는 예전보다 서울숲에 가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 같아. 벚꽃철이 아니더라도, 만개한 튤립밭을 보며 튤립 마다의 차이를 느껴보려 할거야. 구역 구역 다른 나무와 화초들을 틈틈히 들여다 볼거야. 곤충식물원을 또 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 보다 훨씬 크고 다양한 식물들이 있는 서울숲 구석구석을 다니겠지. 야외라 아마 내가 좋아하는 관엽은 없겠지만...


사실 회사 생활에 매너리즘이 살짝 온 요즘이었는데, 바로 옆에 숲이 있다는 이유가 생활을 좀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주말마다 화분에 물주고, 당근하고 이러다보면 일주일이 푸르게 꽉 차겠지. 


디씨에 이런 긴 글 처음 써보는데, SNS에서 하기엔 아직 낮부끄러워서 좋은 글과 정보 많이 얻은 식갤에 올려. 읽어줘서 고마워. 사진은 그냥 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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