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건 아니고 겨울 잘 나고 이맘 때 새 순이나 꽃 터트리는 애들 많잖아.
그러다 보니 다들 눈이 새 잎과 꽃에 가느라 접목부나 묵은 도장지들을 잘 안 보게 되는데.
나는 좀 편집증적인 면이 있어서 덩치가 나만한 하거나 나보다 세배쯤 큰 애들도 일일히 아래부터 위까지 다 살펴보거든.
그럼 새 순이 나오면서 쪼개진 것 같아 뵈는 상처가 난 가지도 있고.
와다다다 나와서 그런지 크게 자란 새 가지 옆에 자라다가 만 것 같은 순들도 있어.
옆 가지 큰 잎사귀에 치여서 못 자라고 있는 꽃봉도 보이고, 굳어지면서 탈락시키는 마른 겉잎들도 보이지.
그리고 희안하게도 장미는 월동 후 슛과 도장지 뽑으면서 살만 하다 싶으면 접목부의 두꺼운 껍질이 슬쩍 벗겨질 듯 말 듯 터지고, 블루베리는 껍질이 각질처럼 일어나.
참 신기해.
겨우내 늙은 얼굴을 했던 나무들이 물을 올리고 나면, 딱딱한 껍질을 밀어내고 새 껍질을 보여주는 광경은 매년 봄을 맞이하면서 마주 해도 매번 뿌듯하고 신기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덕분에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손을 움직이는 일인데도 고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
새 순 터지면서 갈라진 자리에는 기요닐을 메꿔주고 노랗게 뜨는 가지를 잘라주고.
못 자라고 치이는 순은 따주고 큰 잎에 가린 꽃봉은 잎을 치워서 얼굴을 내밀게 해줘.
남들은 봐도 뭐가 달라진 줄 모르지만.
두어시간에 걸쳐서 벌겋게 익은 얼굴로 문간에서 보채는 둘째 고영희를 달래가면서 일을 하고 나서 제로 사이다를 원샷하고 글을 올려본다.
사이다가 시원해서 좋고.
내 테라스에 식물들이 건강해서 좋고.
이 맛에 식질하는 거지.
♡ 꽃나무 넘 이쁘다~
식 물 좋 아
4는 무슨나무야?? 매화인가 살구인가
복숭아나무야. 열매는 아직 제대로 못 달더라. 2년생 접목묘 데려와서 심은지 이제 만 2년이라 아직 어리고 내가 관리도 안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