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글재주나 손재주를 비롯한 그 어떤 미적감각도 가지고 있지않고, SNS는 물론이고 커뮤니티도 식갤눈팅정도만 하는 사람이야

때때로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대체로 무기력하며 매우 게으르기도 해

이 글에 있는 사진들은 그런 내가 일말의 의무감때문에 최소한으로 남겨놓은 기록들이야..ㅋㅋㅋ


나의 식물일기와 식질은 팬시하지도 정갈하지도 박학하지도 않고 오히려 감추고싶거나 창피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극소수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않을까 하는 마음에 써본다




시작은 2020년 12월이었던듯

부모님댁 가까이로 이사를 와서 엄마가 키우시던 인도고무나무랑 자구 분촉한 군자란을 주셨어

이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물을 키우게 된거지

흰 슬릿분에 있는 식물은 내 고양이를 위한 개다래 묘목이었어

묘목 주문하고 화분살려고 서칭하다보니 뭐 뿌리발달에 좋고 어쩌고 하길래 골랐던거같아

화분 4개를 키운지 서너달 즈음에 흥미가 조금씩 생겨서 다이소에서 허브들 해바라기 씨앗 사서 파종도 해보고

창피하지만 식물은 물만 주면 되는줄 알고 내킬때 아무때나 물도 주고 웃자람이 뭔지도 모르고 그랬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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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1년 4월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네

또 무슨 씨앗을 심어볼까 하면서 다이소 들락거리다가 테이블야자랑 홍콩야자를 사오고

갑조네에서 이것저것 주문도 해보고 5일장에 가서 비비추랑 마삭줄도 사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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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성 파종으로 온 베란다바닥이 저 모양이었다가 플라스틱선반이랑 책상을 가져다놨어

고양이가 테이블야자를 자꾸 뜯어서 귀리도 심어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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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많이 생략된거같지만 위에서 한달이 지났을때야

인터넷 식쇼는 멈출줄을 모르고 호포화훼단지도 들락거리고 미래화훼단지도 한번 다녀와보고

거의 무슨 식물못키워서 죽은 귀신들린거마냥 수집해댔어 식물이고 화분이고

이때쯤 식갤을 알게되어서 매일같이 눈팅도 하고 당시에 식갤에서 유행이던 식물들도 많이 들였어

고려담쟁이 오샤베 무늬싱고니움 프라이덱 붉은여우꼬리풀 등등 다 기억도 안나네

아직 내 취향도 명확하지 않을때라 취향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냥 수집욕이 불타올랐나봐

한두달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수십종을 들이다보니까 아직까지 대차게 죽여본 경험도 없고 케어법도 다 숙지하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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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6월 사진인데 식갤에서 다들 장마철 대비 식물등얘기가 활발해졌어

고민하다가 나도 알리날개등을 3개 사서 달아봤지 

그 와중에도 식쇼는 끝이 없고 유튜브를 보면서 수태봉도 만들어보고 재미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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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기에 다이소 방울토마토도 심었었는데 얘가 끝도 없이 자라는거야

공간은 한정되어있는데 키는 나보다 커지고 잎에 곰팡이병도 생기고 순 딸때 냄새도 너무 싫고

어떻게든 수확은 한번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딱 저만큼의 방토를 얻고 처치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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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디움 구근도 3종류 사서 심었었어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잎 하나 나오고부터는 성장세가 엄청나더라고

스테파니아 에렉타도 큰맘먹고 사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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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한 21년 8월 즈음까지의 사진인데 4개월동안 저렇게 호더처럼 사들였어

4개월동안 가짓수 늘리기에 몰두하다가 이때부터 갑자기 우리집 식물들의 서바이벌이 시작되었어

단시간에 불태워버린 나는 식태기가 와버린거야 요즘 보기시작한 외국식물유튜버는 번아웃이라고 표현하더라

식질에 입문할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롭게 단기간에 가짓수를 늘리고는 케어하느라 진땀빼거나 극단적으로는 나처럼 흥미를 잃곤한다고..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 부지런히 책임감을 가지고 잘 키워나가겠지만 그래도 저 말을 듣고서 글을 쓰고싶어졌어 



이게 저 백개가 넘는 화분중에 살아남은애들이야 (형광스킨은 이번에 엄마한테 얻어온 물꽂이 삽수들이지만)

정말 창피하지만 근 2년동안 베란다를 방치하다시피해서 식물들의 공동묘지같은 느낌이었어

죽은 화분들을 거의 그냥 그대로 뒀었거든 1년전쯤에 일부 정리하고 또 몇달전에 일부 정리하고 이런식으로 방치와 정리를 반복하는동안

살아남은 애들을 베란다 구석에 몰아놓고 어쩌다 한번씩 그냥 호스로 물뿌리고 그랬어


립살리스 카수타는 뭔가 애정이 많이 갔어서 그래도 제일 잘 보이는곳에다 쟤만 덩그러니 놓고 물을 종종 줬는데

두어달전에 꽃이 핀거야 하얗고 조그만 꽃들이었는데 나는 사진조차 안찍어놨어 지금에서야 엄청 후회하고 있다

잎 2장달린 뱅갈고무나무는 겨울에 잎이 다 떨어지고 말라붙어서 죽은줄 알았어

생존한 애들사이에 있었기때문에 그냥 호스로 같이 물을 뿌려댔었어

근데 올해 봄이 찾아오니까 갑자기 잎이 하나 둘 나더라고 지금은 3장 나왔고 하나 더 나오려해

고양이가 냄새맡고있는 페페는 2년전 봄에 갑조네에서 샀던 홀리페페야 빛도 거의 못보는 자리에서 살아남아줬어


뭔가 갑자기 엄청난 죄책감과 뭉클함이 몰려와서 오랜만에 상토사가지고 살아남은애들 싹 분갈이해주고 베란다 정리도 싹 했어

그러면서 2년전에 샀던 무늬한련화 씨발아도 하고 식쇼도 '소량' 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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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한련화가 웃자라기시작하고 2년전에 그리도 갖고싶던 알보몬이 이제는 살만해져서 당근에서 업어왔기때문에

어제서야 다시 선반설치하고 식물등 설치하고 화분들도 정리정돈했어

알보몬 골라달라 도움요청하려 식갤에 정말 오랜만에 왔더니 호야단 미바단 냠냠단 등등 많이들 있더라고 ㅋㅋㅋ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식갤이 변함없는 모습이어서 며칠동안 즐겁게 눈팅했어


그 당시에 활발히 활동해서 눈에 익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이제 안보이기도하고 입문하는 의욕넘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고해서

나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극소수의 갤러가 있을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글인데 너무 길어져서 읽어줄진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안겪는게 최고겠지만 비슷한 상황을 겪더라도 겪어보니 배운점도 참 많다라는걸 얘기하고싶었어

식태기가 끝나고 다시 시작해보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어느 식물이 나랑 잘 맞고 내가 애정을 가지고 소홀하지 않을지를 알게된게

가장 큰 소득인거 같네 살만큼 사보고 죽여보고 돈도 다 날린셈이지만 자제력과 판단력이 길러졌달까 ㅋㅋㅋㅋㅋㅋ

갤러들이 올리는 사진들보고 짧은 며칠새에 혹한적이 몇번 있지만 금방 잊어버리게 되네


아무튼 너무 게으른 나머지 장비들은 남았으니 다행이라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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