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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진은 키우면 키울수록 장미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데스데모나.
얘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성실'이 아닐까?

첫 입문은 독일 장미 헤라클래스, 안데르센과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프랑스 장미들이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건 지금은 초록별로 가고 없기 때문이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입에 잘 붙지 않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빨간 꽃의 안데르센을 제외하면 헤라클래스도, 프랑스 장미도 꽃이 피면서 꽃잎의 색이 변하는 품종들이었는데.
강건한 성질의 헤라클래스는 장린이의 어설픈 돌봄에 심한 과습이 오기도 하고 해충의 침습, 부실한 화분 월동 과정을 모두 견뎌내고 근 5년을 함께 지내주고 있지만, 프랑스 장미는 과습을 겨우 이겨내자마자 찾아온 월동을 못 견디고 초록별로 갔더랬지.
당시 한방에 독일과 프랑스 장미 6종을 들였건만, 다음 해 월동까지 해낸 건 결국 독일 장미 2종뿐이었다.
프랑스 장미는 장린이가 키우기에는 흑반병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에 취약했고 내한성도 좋지 못 했다. 해충이 좋아하기도 프랑스 장미를 좀 더 맛있어 하더라....
이듬 해 봄.
프랑스 장미는 온실이 생긴다면 모를까 노지 화분에선 무리다 싶어서 독일 장미를 대거 들였다.
장린이 시절에는 꽃도 꽃이지만 일단 튼튼해서 내 거친 식질을 견딜 수 있는 장미를 들이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장미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도 있었건만.
하나에 꽂히면 그거만 극딜하는 성질이 있어서 포기가 안 됐어.
그래서 그저 독일이면 튼튼하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으로 대화륜 하이브리드티들도 마구 늘이고 작달막한 향장미나 미니 장미들도 마구 들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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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함의 대명사 같은 헤라클래스.
이름값을 하는 건지 가지도 굵고 가시도 크고 꽃봉도 제법 크건만 플로리분다 스타일로 꽃봉 여럿을 한꺼번에 50개 이상 올리는 상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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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빨간 장미, 그 자체인 안데르센.
헤라클래스와 마찬가지로 꽃봉을 무수히 올리는 건강한 아이지만, 중소륜 화형에 플로리분다, 꽃잎 수도 적고 향기도 없으며 가는 가지에 작게 자람.
특이한 점이 없이 무난하고 건강하나, 평범하고 큰 이슈가 없었기에 함께 지낸 시간 대비 떠올릴만한 추억도 적은 느낌이다.
그래도 유행하는 장미를 심겠다고 파내고 싶진 않은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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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틐 지금 한창 꽃봉을 다시 올리는 중인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같은 애들도 이때 들였고.
대화륜 하이브리드티 장미인 블루문, 마운트 샤스타, 뷔르고 같은 애들도 이때 들였었다.
그 때는 꽃이 큰 장미가 좋아보였어.....
걔들은 내가 장미다 하고 외치는 듯한 화려함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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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마운트 샤스타.(2년 같이 살고 월동 후 가지마름으로 초록별 감.)

..... 무지했던 거지.
키워보니까 하이브리드티들은 수형 잡는 게 플로리분다나 슈럽 계열보다 어려웠다.
걔네들은 정아우세가 타 계열 장미보다 강해서 잘못 다루면 2미터 상공에서 한송이만 피는 걸 그 해 알게 됐지.(딱히 알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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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개를 숙이지 않지만.
첫 해에는 꽃만 피면 고개를 숙이는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는 고민거리였어.
꽃봉이 큰데 가지가 얇으니까 굵은 빗줄기만 오래 맞아도 꽃이 꺽이기도 했거든.
그리고 2년차의 월동은 좀 더 충실한 준비를 하게 됐지만.....
의욕과 욕심이 넘쳤던 장린이가 가을까지 마구 장미를 들여서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 했던 몇몇이 월동 중 고사했다.
이때 알게 됐지.
땅에 심거나 겨울에 실내에 들일 게 아니라면 화분에는 3, 4월에는 심어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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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에 국산육종장미가 있다는 것과 영국과 네델란드 장미가 화려하고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사이 들였던 장미들 중 미니 장미들은 부모님이 업어가고, 많이 죽여먹기도 해서 남은 애들은 죄다 독일 장미로 7종이었어.
자리가 비었으면 또 채워넣어야지.
그래서 이때부터 국산이면 우리나라 날씨에 조금 더 접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국산 장미 묘목을 구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개인이 국내육종묘를 사기가 정말 어렵더라.
농업기술원에서 묘목을 구하려면 화훼 농사를 짓는다는 증명이 있어야 하고, 농장에선 절화로만 팔지 온전한 묘목을 출하하지 않았어.
그래도 어찌어찌 해서 국산 품종인 햇살을 이때 들였다. 그리고 다른 남는 자리는 또다른 독일 장미들로 채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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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그 다음 해에 정말 운 좋게 구한 국산 장미 에그타르트.
4년차에 접어드니까 어느 정도 장미 수발에 안정성이 생겼다.
방제, 월동에 대한 기본적인 루틴이 생기고 사망율이 극적으로 낮아져서 죽어가가거나 비실대는 애들이 없다시피 줄어들었다.
다만, 월동 후 물올림 시기에 가지 마름으로 급사하는 애들은 아예 없을 수가 없더라.
이건 장미를 오래 키운 사람들도 대략의 원인을 짐작만 할 뿐, 약도 없고 방법도 모른 채 죽어가는 애들의 가지를 짧게 잘라주고 제발 살아달라 기도하는 게 전부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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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월동 후, 급작스런 접목부 고사와 가지마름으로 몇년 간 키운 수세를 한방에 잃고 죽을 고비를 넘긴 블루문.
다행히 접목부가 아물고 새 도장지를 뽑고 있다.
납작하게 잘린 접목부가 보기 싫어서 아래로 좀 더 내려서 다시 심어줬다.
나는 사실 얘도 진즉 초록별 간 마운트 샤스타나 뷔르고, 플로리아나 같은 애들처럼 그냥 이렇게 죽는 걸까 싶어서 반쯤 체념한 채 썩은 자리만 도려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썩은 자리가 단단하게 굳고 꽃을 피워냈어.
기특한 마음과 복잡한 후회가 교차됐어.
이 와중에 꽃을 피우네 하는 기특함과 다른 애들도 내가 이렇게 대했으면 살아났을까 하는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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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봄 개화 사진.
꽤나 뜨거운 해 때문에 농모를 쓰고 여름 개화를 준비하는 장미들의 수발을 들다가, 알사탕을 올리는 중인 장미들이 귀엽고, 야금야금 늘인 장미가 꽤나 많은데 그럭저럭 잘 돌봤구나 하는 뿌듯함에 뻘글을 한번 써봤다.
장미원의 광고 사진처럼 주렁주렁 꽃이 달린 사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만개하면 하루이틀 안에 데드헤딩을 해버리는 병이 있어서 장미로 꽃구름을 만들 수가 없네. ㅎ
긴 글 지겨웠지?
다음에 신참 지오프 헤밀턴이 꽃을 올리면 그거 사진 찍어서 올릴게.
삭발한 가지에서 새 촉이 올라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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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개화 중인 올해 들인 신입 로젠파치나치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