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fb8c32fffd711ab6fb8d38a4683746f7ccb93c48e5f59cc79ff51062f76074c47f7453d5e5f8baed53896da

예전에 알쓸식잡을 만들었던 갤러가 있었어.
아스파라거스 광인이었고.
다른 식물도 많이 키웠고.
두발고라니도 키우고.
사진 솜씨도 좋았던.
나는 그 사람의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고,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 불과했지만.....
그 사람이 사진을 찍는 순간의 시선,
동일한 무언가를 볼 때 나와는 다른 생각,
식물을 예뻐하고 더 알아가려는 태도,
가족에 대한 애틋한 호칭.....
기타 등등의 이유로 그저 남일 뿐인 그 갤러가 식갤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게 참 좋았어.
참으로 세속적인 나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른 거 같아서.
나는 지금까지 금전적인 효율을 따지는데 매몰되어서 살아왔거든.
어느 날 갑자기 그 갤러가 이해가 갈 만한 이유로 현생을 위해서 여기는 오지 않을 거라 글을 남겨서.....
아쉽더라.
반백년 가까이 살아서 가르마에 흰 머리가 성성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에게 고작 몇달 사이 정을 붙이다니.
웃기지?
현생이 바쁘다 못해서 고만 하고 싶을만큼 치열한 와중에, 고작 인터넷 취미 게시판의 누군가에게 애정을 가지게 됐다는 게 부끄럽고도 놀라웠다.
지금은.
근 5년을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사업 하나를 드디어 9월 중순에 정리하게 되면서 한동안 덜 바쁘겠다는 심리적인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임대 주던 꼬빌 하나를 매도하기로 해서 서류 정리 및 상세 내용을 매수자와 협의 중인 상태.)
이따금 생각나던 그 갤러가 새삼스레 그리워졌다.
시간이 지나니까 그 갤러의 글은 쌓이는 다른 글에 밀려서 검색도 안 되던데.....
그래서 생각이 나면 알쓸식잡에 찾아가고는 했거든.
그냥, 뭐. 그렇다고.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립다는 헛소리를 그냥 끄적거렸다.
내가 그리워한다는 걸 혹시 볼 수도 있을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