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내용: 제주도 한림읍 월령리에 서식하는 선인장의 학명은 O. ficus-indica가 아니라 O. stricta이다. 둘은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O. stricta의 국명은 해안선인장으로 붙여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전통 있는(?) 이름 '백년초'가 있는데 왜 백년초라고 안 하고 해안선인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여기에는 본인 뇌피셜도 일부 있으니 적당히 거르셔도 됩니다. 뇌피셜은 뇌피셜이라고 표시해놓을게요. 틀린 부분도 있을테니 마구 지적해 주십시오
2018년 제주도 선인장과 관한 또다른 주장이 제기됩니다. 제주도에 새로운 선인장 종이 서식한다는 주장입니다. 고석찬 등(2018)은 'Opuntia속(선인장과)의 한국 미기록 식물: 왕선인장'이라는 논문을 통해 제주도에서 새로운 선인장 종인 O. monacantha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왕선인장 / 출처 위 논문
이 선인장은 주로 서귀포 보목동과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해안 일대에 서식하며 해안선인장과는 달리 2 m 이상 자라는 관목성 식물입니다. 그 외에도 생김새가 해안선인장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이 선인장에 대해서는 줄기와 식물의 전체 크기가 크다는 점을 바탕으로 '왕선인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보목동 선인장 / 출처 제주환경일보
사실 월령리 외에도 선인장 군락지가 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제주환경일보의 2012년 기사 "최고 백년초 군락지..보목리에 있다(?)"를 통해 보목동 해안가에 선인장 군락이 있다고 알려졌었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에 해안도로 공사하면서 군락지는 대부분 파괴되었습니다.
아무튼 이 왕선인장을 연구하는 데에 제주 백년초박물관 김제국 대표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김제국 대표는 오래 전부터 제주도의 선인장과 선인장에 관한 주민 증언을 수집해왔습니다. 김제국 대표는 2017년경부터 "백년초는 예전부터 왕선인장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월령리 일대의 선인장이 유입되면서 가짜 백년초(해안선인장)가 시중에 대규모 유통되고 진짜 백년초는 잊혔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 초기에는 해안선인장이 40년대 일본인 학자에 의해 유입되었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럼 주장은 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후 왕선인장에 대한 후속 연구에서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O. monacantha의 형질이 원종 O. monacnatha와 차이를 보여서 별도의 품종으로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과육 색깔, 꽃잎 색, 종자의 크기와 형태 헛씨껍질(가종피) 등이 본 종과 차이를 보인다는데 이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신품종의 이름을 제주백년초로 명명했습니다.
(양영수, 오홍식, 제주도 부채(손바닥)선인장속(Opuntia) 두 분류군의 계통발생학적 유연관계, 한국자원식물학회지, 34(5), p. 456, 2023)
제주백년초를 명명한 사람은 이전 글에서 해안선인장을 명명한 사람과 동일한 사람입니다. 추측컨대 "보목동 선인장이 진짜 백년초고 월령리 선인장은 가짜 백년초다!"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으니 이를 고려해서 월령리 선인장(O. stricta)은 해안선인장으로, 보목동 선인장(O. monacantha)은 제주백년초로 명명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뇌피셜).
결과적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산림청, 2021)에는 O. monacantha는 왕선인장(국문 이명 백년초, 제주백년초)로, O. stricta는 해안선인장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 이상하게 국가표준식물목록 인터넷 페이지에는 O. monacantha를 O. monacanthos로 기록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라틴어에서 -anthos는 남성형 어미, -antha'는 여성형 어미입니다. O. monacantha는 최초 Cactus monacanthos로 명명되었는데 Cactus는 일반명이기 때문에 국제식물명명규약의 전형을 따르지 않아 새로이 이름을 명명하여야 했습니다.식물의 학명을 기록할 때 라틴어로 속명과 종명의 성별을 동일하게 해야 하고 해당 식물의 속명 Opuntia는 여성형이기 때문에 Opuntia monacantha라고 바꾸어 이름붙였다는데 왜 저기만 monacanthos로 되어 있는지 전공자 등판해서 알려주면 좋겠네요
// 상기 내용은 '한국 선인장속(Opuntia)의 계통분류학적 연구, 양영수, 제주대학교 과학교육대학원, 2023'에서 인용한 것이고 댓글 달아준 갤럼에 따르면 -os는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 어미이고, 어쨌든 실수한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이쪽이 타당한 듯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일대 O. monacantha
위에서 언급한 김제국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백년초를 열매와 식물을 모두 칭하는 말로 쓰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으로, 백년초는 식물 자체만을 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어 식물 이름 중에 열매 이름이 식물 이름과 동일한 경우는 찾기 힘듭니다. 열매 이름에 '-나무'가 붙거나, 아니면 식물 이름에 '-열매', '-자(子)'가 붙는 식이 대부분입니다. 사과나무, 구기자처럼요.
또 백년초는 열매는 사용하지 않고 줄기을 주로 약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네요.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일대 O. stricta
-os 어미는 라틴어가 아니라 그리스어이기 때문임. 라틴어와 그리스어 명사/형용사에는 남성/여성/중성 구분이 있는데, 이중 형용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꼴이 동일한 경우가 있음. 고전 그리스어에서는 남성/여성/중성 주격의 어미가 os/a/on인 경우도 있지만, os/os/on인 경우도 있음. 국가표준식물목록이 단순 실수했을 수도 있지만,
진짜임. 학명에서 어미가 -os인 단어가 있다? 100% 그리스어단어, 또는 그리스어화시킨 단어임. 라틴어에는 단수 주격의 어미가 -os인 단어가 없기 때문임. 그리고 이게 먹히는 이유가 뭔가? 옛날 로마의 지식인들이 그리스어를 교양으로 공부하면서 라틴어에 받아들인 그리스어 단어들이 있기 때문임. 저렇게 굴절하는 형태마저 그리스어의 변화를 따라가도록
그리스어스럽게 한 외래어들이 있지. 라틴어학에서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라고 그리스어처럼 사용하는 단어의 변화를 '그리스어식 변화'라고 부름.
끔찍하네요 하나 배웠습니다
오 찾아보니 라틴어 -us가 그리스어 -os와 같네요
그리스어 형용사의 분류를 잘못 했을 수도 있음. monocjanthos는 os/os/on이 맞는 듯하니 어느 쪽이든 국가표준식물목록이 실수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