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처럼 갤에서 식물구경하던 이 갤러는 문득 2차 키안티 바질 나눔이라는 글을 봅니다.

한번씩 나오는 나눔 후기를 보면서 나눔 받기에 환상을 가진 갤러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넣습니다.


7cf3da36e2f206a26d81f6e642867464d5

그리고 시간이 지나 우편이 왔죠.

자기 몫까지 포기하며 나눔 약속을 지킨 식갤러 분 덕분에 영접한 바질 씨입니다.

배송 글의 사연을 보고, 씨를 돌려줘야겠다 진작 마음을 먹었지만 편지 봉투에 보낸 이는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기로 합니다.


7ff3da36e2f206a26d81f6e442837c6d2e71

식물이나 동물이나, 어릴 때는 정말 귀엽습니다.

저도 그랬을까요?


7ef3da36e2f206a26d81f6e64085746de24e

그런 귀염둥이가 여섯이나 뙀!

거의 다 발아했던 것 같은데, 이것도 이미 몇 달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혼자서 전부 키우는 건 욕심인 것 같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저는 두개만 키우기로 했습니다.


79f08168e2db3e8650bbd58b3683746b076655e3

하나는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식물등 아래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쑥쑥 커갑니다.

하루 보면 커있고, 다음 날이 되면 더 커져있습니다.


7ced9e2cf5d518986abce89540827d6e043b

다른 하나는 사무실에서 키웠는데.

산지직송 태양광 아래에서 쑥쑥 자랄 거란 예상과 달리 문제가 생겼습니다.

좋은 햇빛만큼 나쁜 것들도 밖에는 많았거든요.

응애라던가 응애라던가 응애라던가 응애 같은거 말이에요.


7cec9e2cf5d518986abce8954089746d89cb

농약이 두려운 제게는 코퍼트 님이 계셨습니다.

사막이리들은 사무실 바질이를 깨끗하게 해주었지요.

그리고 나서··· 엄······.


7fed8275b5856af551ee80e5448575739bf49b11f0a319e8b530d1415d1fc71f

뜬금 없지만 한달이 지났습니다.

제가 사진을 열심히 안찍은 기간이 있었네요.

집 바질이는 2리터 생수병에 옮겨갔는데, 식물등 하나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응애를 이겨낸 사무실 바질이는 여전히 집 바질이보다 늦게 자라서 겨우 첫 분갈이를 할 때가 왔고요.

그래서 나눠줬다가 방치당한 세 번째 바질이와 함께 실외의 큰 화분으로 단체 이사를 했습니다.

이웃에는 댑사리들이 있고요.

이때는 집 바질이와 사무실 바질이 둘 사이에 상당한 크기차가 있지만,


7fed8275b58a68f151ee81e0478373735ac652ea21d6c6b694ae82433af692c4

또 2주가 지나면 무섭게 추격해갑니다.

왼쪽이 볕이 더 잘 들거든요.

태양의 힘을 빌어 완연하게 보라색으로 물든 바질들이 참 예쁩니다.


7fed8275b58a69f751ee8ee54e80717367e8cea81600d89cc2f19ef58e4ed4f5

그러다 나쁜 일이 생깁니다.

태풍 카눈이 지나가면서 사무실 바질이 둘 중 하나를 꺾어버렸어요.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다고,


7fed8275b58a69f751ee8ee54e827073b5cc55cc73569e522319ffe19def8854

그 와중에도 집 바질이는 첫 꽃을 피워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바질 꽃이었어요.


7fed8275b58b68f751ee87e046847773b3d04cd526f4036c2b7083c53a07634c

첫 꽃에 뒤이어, 꽃대들이 우수수 올라와서는 피었다 집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채종할 생각은 없이 그저 꽃만 흐뭇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바질을 키우는 것도 처음이고, 여태 채종에 대한 경험이 없었거든요.

뒤늦게 붓질이라도 해야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7fed8275b58b68f051ee80e44481757390f86adb8087995c9fdac01fbfb7d1

자연은 스스로 제 할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7fed8275b58b68fe51ee83e544847673588fd6da8c42dbf31f17c3314e9984

덕분에 나눔을 주신 분께 가지셔야 했던만큼 돌려드릴 수 있게 되었고요.


7fed8275b58b69f751ef8ee04080767386c5a6303155de1952615137f13fec3e

오늘 찍은 바질들 사진입니다.

해가 짧아져서 그런지, 꽃을 피워올린 뒤라 그런지 잎에서 보라색이 많이 빠졌네요.

댑싸리들도 옆으로 안 퍼지고 멀대가 되고 있습니다.


7fed8275b58b69f751ef8ee040857573023665b1af5b3703f379c61c0dd3a8c3

태풍에 꺾였던 사무실 바질이는 Y자 수형으로 아직 살아있어요.


앞으로는 나눔을 멀리해야겠다는 교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운이 좋아서 큰 화분을 놓을 외부공간을 임시로 구할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이런 결실은 보지도 못했을거에요.

식물을 키우는 데는 좋은 환경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상, 어쩌다 키우게 된 카라멜 키안티 바질 이야기였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2차 나눔러 분께 씨앗 보내드리기 전에 발아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데, 씨앗이 덜 마른 상태에서도 싹이 날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싹말려서 씨앗을 털어낸 다음에 해봐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