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친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나눔을 하러가요.
메인은 무늬 싱고니움이지만. 식친님이 일년전에 저한테 나눔해주셨던 엔조이 스킨답서스를 소매넣기 할꺼에요.
나눔 받는 사람에겐 비밀이에요. 얘기안하고 슬쩍 챙겼거든요.
엔조이는 너무 잘 자라서 여기저기 나눔을 갔어요.
사실 제가 번식을 너무 많이 시켰나봐요.
순화를 끝내고 새순이 돋아난채로 나눔 갈 준비를 하는 엔조이가 아직도 열개가 넘어요.
그러네요. 식연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어요.
일년이 넘고, 어느새 함께 두번째 겨울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우리들은 참 정신 없었죠.
식연이, 인연이 꼬여서 이런 저런 일에 휘말리기도 하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더 깊이 돌아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에겐 말 못할 고민들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풀을 키우다 만난 사이인데 통화하다 말고 함께 질질 짜기도 했네요.

아 참. 사과 하고 싶은게 있어요.
어제 카톡하면서 식친님이 얘기했던 페페론치노요.
네. 제가 모 카페에서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받은 그 페페론치노 씨앗이요.
그리고 제가 식친님께도 나눠 드렸죠.
그거 사실 꽈리꼬추에요.
미안해요. 고백할 타이밍을 놓쳤어요.
어제 식친님이 잘 자란다면서, 수확해서 파스타에 넣어드신다는데 차마 뭐라 말을 못했어요.
그 씨앗을 보내드릴때. 마침 제가 꽈리고추가 잔뜩 들어간 장조림을 했거든요.
그래서 장난을 친다는게... 그대로 까먹어버렸네요.

페페론치노 씨앗은 조만간 다시 보내드릴께요.
조만간 장조림을 할 예정이거든요.

우리가 우당탕탕 가드닝을 하는 동안, 우리의 작은 정원도 참 많이 바꼈어요.
누군가의 정원은 점점 더 큰 대품들만 남고 있고,
누군가는 정원이 유리 어항 안에 자리를 잡았네요.
또 누군가의 정원은 벌레를 아주 잘 잡을꺼 같아요.
제 정원은 여기저기 대롱대롱 매달리기 시작했어요.

식친님과의 대화는 늘 즐거워요.
비슷한걸 키우고 있을때도 재밌었지만.
지금도 너무 즐거워요. 대품들도, 유리 안의 정원들도, 벌레잡이들도, 고사리도 다 제꺼 같아요.
매주 사진을 보니 제 방의 식물들보다 자라는게 더 잘 느껴져요.
제꺼 맞는가봐요.

이제 우리들의 두번째 겨울이에요.
최근 한달동안 많은 식물을 정리했어요.
버리기도 하고, 자르기도 하고, 나누기도 했어요.
첫번째 겨울에 머리를 맞대고 여러 고민을 했던게 떠올라요.
온실을 사야한다. 비닐을 치겠다. 아크릴 온실을 사겠다. 강경 실습파로 지내겠다. 요란했던것 치곤 다들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고... 근데 또 별일 없이 겨울은 지나가줬어요.

세번째 겨울에도 또 똑같은 일을 하고있겠죠?
지금도 비닐을 치니, 어항을 더 큰걸 사겠다느니 하고 있는걸 보면 우린 계속 이럴꺼 같아요.
계획만 앞서는 우리들과, 그럼에도 버텨주는 우리의 식물들을 보면 재밌어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더 추워지기전에 택배 한번 보낼께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아 참. 나눔해주신 스크램블에그요.
한참을 초록잎만 나오다가 대오각성을 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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