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린이 시절 많은 식물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다년생이라고 묻고 구매하기 무색하게 다 몇주 안되어서 초록별로 갔다. 보내버렸다는 말이 더 맞겠지. 그런데도 몇 년째 살아남은 것이있었는데 바로 스파티필름이다.
식물키우는데 신경을 좀 더 쓰게된 요즘, 그 스파티필름을 보다가 아래에 작게 난 싹들이 몇개 삽목해보았다. 빛을 못받는 위치에서 어차피 시들테니 함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세 촉을 소주잔에 심어 별로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았고, 분무를 잘 해주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생존한 것을 보았고 플분에 합식시켰다.
그러다가 며칠전, 부동산 정리를 하면서 흔하디 흔한 이 식물을 천원에 당근에 올렸다. 누가이걸 사겠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왠걸, 어느 분이 자기가 갖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닌가.
약속을 금요일로 잡았는데, 당근에 올린 당일날 오시겠다고 하시더니, 비가 온다고 못온다고 다시 입장을 바꾸시고 그러기를 몇 번, 조금 짜증이 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시 문자를 주고 받아 토요일로 약속을 정했는데, 그 전날 다시 문자가 왔다. 본인이 길치할머니라서 문고리 주소를 도저히 찾아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식물받는 것을 포기해야겠고,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답신으로 그럼 전철역으로 오시는 건 가능하시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셨고, 그렇게 오늘 만나서 나눔으로 드렸다.
손에 천원 한 장을 쥐고 투명한 쇼핑백에 식물이 보였는지 나를 금방 알아보셨고, 80대 할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스파티필름 화분을 건네 받으셨다. 실수로 문자를 지워서 연락이 어려웠고, 식물도감을 찿아봤고 잘 크는 거라 갖고 싶으셨다는 말씀도 하셨다.
천원은 받지 않았지만 마음을 나눠 받았다.
가을치고는 따스하게 시작하는 아침이다.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