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십대 때 처음으로 식물을 접하고, 식물을 키운지 1n년차인 식집사야.

혼자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건.

나는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타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걸 견디고 이겨 낼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아마도... 외로움이라는 변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는 이때 다 저지른거 같아.

그러다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사장님이 대충 키워도 잘 자란다고 잘라준 스킨답서스 한촉이 내 식생활의 시작이었어.


스킨답서스 참 신기한 식물이야...ㅋㅋㅋ

플라스틱컵에 대충 담궈놓기만 해도 뿌리가 자라고, 줄기랑 잎이 막 나오고...

식물 주제에 살아있는 티를 굉장히 많이 내거든.

그리고 살아있는 무언가와 함께 생활한다는 건 나한테는 크게 위안이 됐어.

해봐야 물 갈아주는게 전부지만,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구...

그 당시의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걸 생각해보면...

밖에서 사람들하고 놀다가 집에 딱 들어갔을 때. 적막함과 싸늘함.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내 회색의 공간.

결국 자꾸 사람을 집으로 끌어들였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지 결국 가고나면 빈자리가 더 춥게 느껴지더라.

근데 저 풀때기가 뭐라고, 내가 해줘야 할 일이 있고, 성장을 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는게 그렇게 즐겁게 느껴지더라.

외로움을 유독 많이 느끼는 밤이면, 나는 내 방구석이 무채색인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초록색 만큼은 그 회색빛에 물들지 않더라.


그냥 초록색이 각자의 마음속에서 좋은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어.

나처럼 위안이어도 좋고, 식테크로 돈을 벌어도 좋고, 이런저런 연구와 시도를 하며 즐거움이 되어도 좋아.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즐거웠으면 좋겠어.

즐겁게만 살기에도 너무 짧은 인생인데, 부정적인 감정들에 잠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에피스시아 개 이뻐서 주접 떨고, 핑크 아디안텀 물량 없어서 궁상 떨고, 겨울이 무서워서 덜덜 떨고...

호달달달 거리면서 하는 식생활이 그 자체로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어.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까.

또 강아지 사진 올리면서 마무리할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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