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옆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잇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정호승 시인의 너에게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오규원 시인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식물 관련 시 찾아옴~



풀꽃·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다들 이것만 있는 줄 아는데 사실 이거 총 3개임. 나머지도 되게 좋아


*


풀꽃·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풀꽃·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전 문체부장관이 쓴 시


*



장미를 생각하며 이해인 시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 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