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 없는 꽃

요즘은 야생화도 꽃집에서 파는 세상인데 꽃집에 없는 꽃이 어디 있느냐구요? 우리 어머니댁에 핀 더덕꽃은 정말 '꽃집에는 없는 꽃' 입니다. 어머니는 꽃 피우는 요술쟁이거든요.

경동시장에서 더덕을 한 소쿠리 사오신 어머니는 그 중 한 뿌리를 골라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심으셨습니다. 원래 더덕이 살았던 고향 산천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느 작디 작은 화분이었지만 더덕은 그 속에서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우더니만 덩굴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더덕 넝쿨은 나팔꽃처럼 줄을 타고 어른 키만큼이나 올라갔습니다. 좌우로 갈라져 T 자 모양으로 등나무 덩굴 흉내를 내더군요. 여름으로 접어들자 잎파리 사이 사이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초롱같은 꽃이 덩굴을 따라 조롱조롱 많이도 피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게다가 향긋하고 그윽한 더덕 냄새는 난초의 향보다 못할 것이 없는 고향의 향기를 풍겨주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침마다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더덕꽃을 보시면서 하루를 시작하십니다. 더덕꽃 향내를 맡으면서, 아마도 천둥산과 박달재 사이에 있는 작은 산골 고향마을에 다녀오시는 것 같습니다. 더덕을 캐러 다니던 처녀 시절을 그리워하시면서...

세차게 쏟아지는 장맛비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만 더덕꽃 향내 맡으시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꽃집에 없는 꽃,  더덕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