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풀 뽑기

얼마 전 강원도 친구네 별장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고 온 적이 있습니다. 마당에는 꽃밭과 함께 작은 연못도 있었고 뒤꼍에 있는 텃밭에는 상추, 가지, 토마토, 감자를 심어놓았습니다. 별장지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꽃밭은 화초 절반 잡초 절반이 되어 버렸고, 텃밭에 상추를 뜯으러 갔더니 상추보다 잡초의 키가 더 컸습니다. 으아리, 노루오줌, 좀 메밀, 매발톱, 금낭화, 미나리아재비, 봉숭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풀을 뽑아 주었습니다. 난타나, 루드베키아의 원색적 화려함도 뿔을 뽑는 즐거움을 더 해주었습니다. 상추밭의 잡초도 말끔히 뽑아주었습니다.

"나는 말이야, 옛날 시골 살 때 제일 싫은 것이 풀 뽑기였어."
"그땐 어렸을 때 아니야?"
"응, 물론 초등학교 다닐 때였지."
"그럼, 안 뽑는다고 도망가면 되잖아."
"풀 안 뽑으면 토마토가 익어도 안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
"알 만하다. 토마토 얻어먹으려고 풀을 뽑았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한 번만 뽑으면 되는 게 아니야. 얼마나 풀이 잘 자라는지 글쎄 풀 다 뽑고 돌아서 보면 처음 뽑았던 두럭에선 새로 풀이 나기 시작하더라니까."
"에끼, 이 사람아... 과장을 해도... 힘들면 그만 할까? 풀 뽑기가 제일 싫었다는 녀석을 데려다가 풀 뽑기를 시키고 있으니..."
"이상해. 토마토 때문에 풀 뽑을 때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녀석처럼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늘은 화단에 풀을 뽑으면서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으니 말이야."

"즐겁다니 다행이로군."

토마토 때문에 일하시는 분은 안 계시죠?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다 보면 토마토는 저절로 생기잖아요.

 

↓ 꽃마차 하나 가득 행복을 보내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친구네 옆집 마당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