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와 아웃포커싱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을 들으신 적 있으시죠? 제가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후로는 길을 걷다가 눈에 밟히는 것이 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길을 걷다가 꽃을 발견하는 일은 없었고, 심지어는 산이나 들에 갔다와도 기억에 남는 꽃이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본 것 중에 무엇이 기억에 남는지 생각해보세요. 자신의 관심사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요즘 시간 나는 대로 집안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7년 전,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온 후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은 물건들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사진첩의 사진들도 스캔을 받은 후 모두 버렸습니다. 몇 십권의 앨범이 한 장의 CD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문득 내 머릿속에도 버릴 것이 많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 머릿속에는 버릴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뇌에는 필요한 것 이외에는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을 사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걸 "뇌의 RAS(Reticular Activating System; 세망신경계)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마치 카메라의 아웃포커싱 기능과 같아서 초점이 맞는 피사체만 분명히 찍히고 다른 부분은 희미하게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번 주일에는 즐거운 일에만 관심을 가져보세요. 뇌의 RAS 현상이 여러분을 즐겁고 유쾌한 인생 길로 안내할 테니까요.

↓ 아웃포커싱으로 본 하얀 씀바귀꽃 (양평 가는 길가에서 2006.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