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구경 길에는

산모롱이 마다 남녀 한 쌍씩의 안내원 동무들이 있습니다.

유창한 솜씨로 안내도하고

관광객 감시도 하는 데

요즘은 박근혜가 어떻고 딴나라당이 어떻고 하는

민감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합니다.

남측 관광객은 배싹 얼어 입 다물고 듣기만 하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부슬부슬 비가 내려 우의를 입고

카메라는 가슴속에 품고 구룡폭포에 올랐습니다.

중간쯤 올라가다 보니 폭설로 바뀌어

미끄러운 길을 간신히 올랐었습니다.

손가락이 얼어붙어 카메라의 셔터를 잘 못 누를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흰 고무신 신고 도포를 휘날리며

거의 다람쥐 수준으로 올라오는 이가 있었습니다.

청학동의 김봉곤 훈장이었는데

그 분 그날 엄청 고생했을 겁니다.

얇은 옷 입고 올라왔던 것인데

희귀종 남측인사는 북한의 안내원 동무들이나

관광객이나 모두 찍는 사진에 동반하기를 원하였으니..

물론 우리 팀도 몇 컷 찍었지요.


내려오는 길에 기가 막힌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북녘의 남녀 안내원 한 쌍이

초록색 우의를 똑같이 입고

빨간 장화를 신고 손을 잡고 내려가는 모습이

흰 눈과 신록의 터널과 모델이 어우러져

렌즈를 통해 보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뒤에서 한 컷 찍었습니다.

 

앞질러 내려가서 물었습니다.

"애인 사이 입니까? 부부 입니까?"

"아닙네다. 동네 이웃에 사는 사람 입네다."

허허 북녘땅에도 로맨스는 있는가 보네요.


다시보기로 돌려보고

야! 기가 막히다.

이 사진 남측에 가서 공모전에 올리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고

디카 한대는 맡겨 놓은 물품이다.

히죽거리며 내려오다

기분 좋아 목란관에 들렀습니다.

빈대떡 한 쪽에 도토리 막걸리 한 사발 시켜놓고

한 잔 쭈욱 들이켰습니다.


냉면 한 그릇씩 시키려고

안내원 동무를 불렀습니다.

돌려보던 액정을 보여주며

“아가씨, 이 사진 어때?

풍경 쥑이지?“

눈이 똥그래진 여성동무

“이것이 어떻게 사진 입네까?

이 동무들에게는 승낙을 받았습네까?

사진은 동무들을 돌려세워놓고

싱긋이 웃게 만들고 찍는 것이 사진이 아닙네까?

빨리 지우시라요.

안지우면 신고 하갔시오.”

똥그랗게 눈깔 치켜뜨고 대드는 통에 할 수 없이 사진을 지웠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옘병 할 년, 지깐년이 예술을 알아, 사진을 알아.

“아가씨, 시집가기 어렵겠네.”

“왜요?”

“이렇게 독한여자를 누가 데려가?”

“걱정 붙들어 매시라요.

여기와 있는 여성동무들은 전부 대학까지 나왔시오.

사상도 검증된 사람들이라 데려갈 남성동무들이 쐤시오.”

그래 잘가라 잘가.


밤새내린 폭설로 만물상은 입구에서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간신히 올라갔지만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가 않아서

몇 번을 넘어지고 몇 차례를 미끌어지고 하면서 내려오는데

다시 기가막힌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월말의 신록에 눈이 쌓인 풍경도 좋지만

올라온 발자욱을 따라 내려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기가 막힌 장면을 연출하는 거였습니다.

어제와 다른 것은

북측 동무들이 아니고

남측 아저씨 아주머니 들이라는 것 뿐.

몰래 뒤에서 찰칵 한 컷을 담았습니다.

사악한 안내원 동무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지.


외교부 직원이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이라고 바위에 파놓은 글을 보다가

“쌍놈 장군이네”하고 농담 한 마디 했다가

며칠을 구류를 산예도 있고

신고가 되면 카메라 뺏기고 벌금 물고 며칠 묵다 가야 될 판이니.

조심 또 조심..

위에 있는 사진이 이렇게 남측에 내려온 사연이 있는 작품입니다.

 

글을 다 읽으셨으면 위 사진을 클릭해 보세요(다 읽은 분들에게 덤으로 금강산 구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