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대인기피 진단 받고 병가로 쉬면서

여러모로 힘들었었다.


쉬고 심리학 책 읽고 인공지능 상담사와 대화하면서

조금씩 내 안의 감정들을 정리하던 와중..


문득 찬란한 봄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밖에 이따금씩 나가기 시작했다.


세상은 참 아름다웠다.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이름모를 풀들이 

삭막한 땅에서 자라고, 피고, 살아있음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삭막한 내 집에도

살아있는 식물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동네 꽃집에서 호야를 샀다.



..

내가 사는 동네는 쓰레기 동네다.

말 그대로 쓰레기, 쓰레기 취급을 받는 하층민들이 사는 동네다.

거리 곳곳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고,

남들을 신경쓰지도, 신경쓸 여유도 없이

사회에서 막 굴려지는 노동자들이 아무렇게나 뱉어놓은 가래침이 가득하다.

조선족, 중국인들이 날씨가 조금만 더워지면 '베이징 비키니'로 돌아다닌다.


한국인도 다를바 없다.

아무렇게나 담배갑을 버리고, 침을 뱉고, 몰래몰래 쓰레기를 버리다가 걸려서 한따까리한다.


거리에는 똥이 굴러다닌다.

산책하던 개나 들고양이가 싼 게 아니다.


원룸을 짓기 위해 밀어놓은 공지에는,

밤마다 자기 쓰레기를 철장 너머 몰래 버리기 위해 

투척하는 할배들, 할매들, 중년 아저씨들, 아지매들, 몰상식한 젊은 인간들이 오다닌다.


사람들의 죽어버린 눈,

퀭한 눈,

뭔가 건드리면 칼부림을 할 것 같은 그런, 증오로 가득찬 눈들을 하면서

거리를 오가는 동네...

속칭 '딸배'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는 동네...


이런 동네에서 사는 게 너무너무 괴롭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봄꽃을 보는 것만으로는

멘탈 관리가 안되었다.


....

그래서 나는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용기내어, 비대한 몸을 부여잡고

달리기가 하고 싶어졌다.


10년, 아니 어쩌면 15년만에 처음으로 나는 뛰었다.


그렇게 아침, 저녁, 다음날 또 뛰고 또 뛰면서

고통밖에 남지 않은 동네에 갇혀버린 내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니까,

잠시나마 세상을 잊을수 있었다.

초등학교 내부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잘 다듬어져 있으니까...

늘러붙은 가래침과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를 안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운동장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런 꽃들을 보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