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4편


꽃님과 꽃 친구까지 도착하자 분위기는 묘한 흥분감에 휩싸였다.
갑작스런 방문을 흔쾌히 허한 고수가 이 무위자연 상태에 어떤 진단을 내릴지 짐짓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마치 진품을 가려낼 수 있는지 가품을 섞어 전문가에게 보이듯
크고 딱딱해보이는 돌소파 앞 티테이블엔
가냘프게 고개를 내리깔고있는 작은 스트렙토카르푸르 한 포기가
발 셋 달린 옹이화분에 심겨져 나의 처분을 바란다는 듯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얼마전 사온건데 꽃이 안펴.. 젊은 엄마 뭐가 부족한거 같아?
꽃님은 첫운을 떼며 조심스레 내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그슬리듯 살짝 갈변한 잎 끝과 조금 노랗게 보이는 잎.
얼핏 봐도 영양 부족이로군.
나는 꽃님과 그의 친구분이 최대한 납득할 수 있도록
음..하고 조금 시간을 끈 후 양분 부족이네요. 하고 답했다.
그리고 아직 어린 묘라 꽃을 피우기엔 시간이 걸리겠어요 하고 덧붙였다. 꽃님은 걱정스런 안색이 되어 그래? 라고 중얼거렸고
그녀와 동갑이라는 친구는 역시! 라고 말했다.
꽃친구 분은 이미 원인을 알고있던 모양이었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한 나는 곧이어 꽃님에게 다른 식물들의 진찰을 부탁받았고 조심스럽게 슬리퍼에 발을 집어넣으며
이 좁은 공간을 어떻게 서성거릴지 고민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든 것은 3년 정도는 맹물만 먹어도 양분따윈 걱정없을법한 벌잡 식물들이었다. 그들은 태초부터 뿌리파리가 섬모였던듯 온 몸에 검은 점들을 찍어바르고
당당하게 태양을 향해 분홍빛 경례를 올리는 중이었다.
굉장하군.
무심결에 나는 중얼거렸다.
이정도의 뿌파들이 붙은 벌잡은 농장급 화원 외엔 처음이었다.
곧이어 양재 출신으로 보이는 스트렙토카르푸스들이 보였고
조심스레 들어 꽃을 음미하던 중
나는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그 무수한 꽃잎 뒷면의 진딧물과 총채란..!
이것은 더할나위 없는 무위의 상태였다.
지는 꽃은 자연스럽게 말라 비틀어져
원래 몸뚱이에 덧입혀지고
마른 낙엽들은 부엽이 되어
스스로를 위로한다.
부지런히 지는 오렌지 자스민의 꽃잎 하나하나
화분 흙 위에 말라 붙을까 핀셋으로 집어내서 쓰레기 봉투에 담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미 그 자체로 응총진뿌가 생태계를 이루며
식물 본연의 강함이 돋보이는 베란다는
이미 무엇을 어찌 시작할지,
아니 뭔가를 시작해야함이 옮은지 고뇌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꽃님은 나의 탄식에 아랑곳 않고
이 젊은 고수가 뭔가 현안을 내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한참 식물들을 둘러보며
꽃님께 어렵게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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